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 판매 비중
5년 새 20%가량 상승
입맛 달라졌나, 가격 뛰었나

아이스크림 소비 트렌드가 고급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의 입맛이 달라지면서 1500원 이상의 비싼 아이스크림이 잘 팔린다는 거다. 실제로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선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의 판매 비중이 5년 새 20%가량 높아졌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아이스크림 취향이 정말 고급스러워진 걸까. 일부에선 “아이스크림 가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가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를 취재했다. 

편의점에서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의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편의점에서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의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직장인 김현동(32)씨는 30대가 되고 나서도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여름철이면 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열댓개씩 사다두고 먹었다. 동네 슈퍼에서 바(bar)로 된 막대 아이스크림을 10개에 3000~4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네 슈퍼가 사라지면서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김씨. 그는 “편의점에선 막대 아이스크림이 개당 1000원씩 하더라”면서 “비싸다는 느낌이 들어서 차라리 돈을 더 주고 콘 아이스크림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비교적 저렴한 막대 아이스크림보다 콘 아이스크림 등 1500원 이상 제품의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아이스크림 소비 트렌드가 ‘저가’ 중심에서 ‘고가’ 중심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 입맛 고급화했나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이 지난 5년간(2016~2020년 3월) 아이스크림 판매 추이를 살펴본 결과,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의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1500원 미만 제품의 판매 비중은 2016년 82.1%에서 올해(3월 기준) 60.5%로 21.6%포인트 떨어진 반면 1500원 이상 제품의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17.9%에서 39.5%로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의 판매 비중이 매년 5%포인트 이상씩 높아지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이면서 디저트처럼 즐길 수 있는 콘 아이스크림의 판매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GS25(GS리테일)에서도 고가의 아이스크림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소비 트렌드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고급화해왔다”면서 “콘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전문점 수준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의 대체재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더위나 갈증 해소 용도보단 고급 디저트처럼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거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취향’은 정말 고급스럽게 변한 걸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지난해 ‘벤앤제리스’ ‘헤일로탑’ 등 해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국내에 잇따라 출시되는 등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한통에 1만원(2020년 4월 GS25 기준, 헤일로탑ㆍ473mLㆍ1만1300원, 벤앤제리스ㆍ458mLㆍ1만1600원)을 훌쩍 넘는 아이스크림에 기꺼이 손을 뻗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부쩍 늘어난 덴 지난 5년간 비싸진 아이스크림 가격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소매점 판매액 기준)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판매 순위 1위는 2016년과 2019년 모두 월드콘(롯데제과)이 차지했다. 2위에서 10위까지도 순위만 엎치락뒤치락했을 뿐 큰 변동은 없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 가격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인상돼 왔다. 2016년 편의점에서 1300원에 판매되던 콘 아이스크림 3종(월드콘ㆍ구구콘ㆍ부라보콘)의 가격은 현재 모두 1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조사들이 시차를 두고 일정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2018년 롯데제과는 일반 슈퍼에서 판매하는 월드콘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15.4%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뒤따라 부라보콘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다. 업체들은 “일반 슈퍼 판매가격을 편의점 판매 가격 수준으로 일원화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1500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던 아이스크림이 지난 5년 새 부쩍 줄었다.[사진=뉴시스]
1500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던 아이스크림이 지난 5년 새 부쩍 줄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듬해엔 다시 편의점 판매 가격을 줄줄이 끌어올렸다. 지난해 4월 롯데제과가 월드콘의 편의점 판매가를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부라보콘의 가격을 1800원(인상률 20%)으로, 롯데푸드도 구구콘과 돼지콘의 가격을 1800원(인상률 20%)으로 올렸다. 콘 아이스크림뿐만이 아니다. 셰이크형 아이스크림 설레임(롯데제과)과 샌드형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빙그레), 국화빵(롯데푸드)의 가격도 2016년 1300원에서 현재 18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결국 소비자가 1500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던 아이스크림이 지난 5년 새 부쩍 줄어든 셈이다. 1500원 이상 아이스크림 판매가 급증한 이유를 아이스크림 가격이 비싸진 영향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빙과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은 제조사가 아닌 유통업체가 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의 2+1 판매나 3개 구매시 30% 할인 제공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껑충 뛴 아이스크림에 소비자의 마음은 서늘하기만 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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