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시총 다른 제약바이오, ‘버블’의 분석
실적·시총 다른 제약바이오, ‘버블’의 분석
  • 고준영 기자
  • 호수 377
  • 승인 2020.02.2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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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가치평가 문제 없나

신라젠은 임상3상 실패를 알렸다. 미공개정보를 악용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신라젠은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에서 시가총액이 21번째로 높다. 반면, 수천억원의 매출,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시총이 신라젠의 절반도 안되는 기업도 숱하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가치가 적절하게 매겨지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약바이오와 밸류에이션, 버블’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임상 실패를 알린 신라젠이 미공개정보 이용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연합뉴스]
임상 실패를 알린 신라젠이 미공개정보 이용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연합뉴스]

2015년 한미약품이 쏘아올린 제약바이오 신화에 균열이 일고 있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 파기를 시작으로 신라젠ㆍ헬릭스미스 등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곳들이 잇따라 신약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네이처셀 주가조작 논란, 신라젠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성분변경 사태, 한올바이오파마 임상결과 거짓 발표 논란 등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뢰성을 뒤흔드는 이슈도 불거졌다. 

실망감은 주가로 드러났다.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43개(50개 종목) 제약바이오 기업의 시가총액은 1년 만에 3208억원이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6조3296억원이 증발했다(2019년 2월 18일 대비 2020년 2월 18일 기준). 혹자는 “제약바이오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잇따른 부정적 이슈에서 체득한 학습효과로 제약바이오의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악재가 터진 일부 업종의 주가가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장밋빛 전망에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았던 신라젠, 헬릭스미스, 코오롱생명과학의 시총이 쪼그라든 결과라는 거다. 2019년 2월 18일~올 2월 18일 신라젠의 시총은 5조2280억원에서 9194억원, 헬릭스미스는 4조4470억원에서 1조6939억원, 코오롱생명과학도 8628억원에서 1963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제약바이오의 열풍이 수그러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방증이다.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제약바이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손꼽힌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제약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상당히 크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제약바이오 기업은 4개다. 한때 20%를 훌쩍 넘겼던 제약바이오 업종의 시총 비중이 현재 11%대로 주저앉긴 했지만 ‘반도체(121개 종목ㆍ11.8%)’ 업종을 제외하고선 가장 크다.

거래도 활발하다. 지난 18일 하루 코스피시장에선 8745만주의 제약바이오 종목이 거래됐다. 모든 업종 통틀어서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거래대금은 8286억원으로, ‘전기전자’ 업종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컸다. 같은날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약바이오 업종의 거래대금(7797억원)은 ‘오락ㆍ문화’ 업종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숱한 악재에도 제약바이오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건 잘만 투자하면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다. 증권업계에선 “경기침체ㆍ저성장 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선 성장잠재력이 큰 종목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크다”면서 “성장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제한적이다 보니 제약바이오에 투자가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돈이 몰리는 지만 봐도 이런 기대심리를 읽을 수 있다. 코스피ㆍ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시총(19일 종가 기준ㆍ지주사 제외)이 높은 30개 기업을 보자. 임상 이슈가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되거나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은 통상 시총이 높다. 시총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부터 15위 한올바이오파마까지, 상위 15개 기업의 평균 매출 대비 R&D 비율(2019년 3분기 누적 기준)은 92.4%에 이른다. 

여전한 제약바이오 투자 열기

10%를 넘지 않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8.6%)와 유한양행(9.4%), 셀트리온헬스케어(0%) 셀트리온제약(1.9%) 등 4곳인데, 그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에만 주춤했을 뿐 지난 3년간 평균 매출 대비 R&D 비율은 73.7%에 육박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자체 R&D 비율은 낮지만 계열사인 셀트리온이 R&D를 도맡고 있다. 

반면, 시총 순위 16~30위 기업들의 평균 매출 대비 R&D 비율은 89.3%로, 10%를 넘지 않는 곳은 9곳에 달했다. 1~15위 그룹보다 무려 두배가 많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임상에 실패한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논란을 빚은 한올바이오파마도 30위권 안에 올랐다. 

하지만 시총으로 대변된 제약바이오 업종의 가치가 합리적으로 평가된 건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장가능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매출ㆍ영업이익 등의 기초체력 및 기업의 현재가치를 판단할 만한 요소들은 배제되게 마련이라서다. 실제로 꾸준하게 실적을 올리고 있더라도 임상 결과가 부각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R&D에 소홀한 기업들의 가치는 저평가되는 경향이 크다. 

일례로 제약바이오 상장기업 가운데 매출이 높은 순서대로 다시 30개 기업을 뽑았을 때, 앞선 시총 상위 30개 기업과 겹치는 곳은 15곳에 불과하다. 영업이익 순으로 나열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시총 상위 30개 기업 중 영업이익 상위 30개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14곳뿐이었다. 그만큼 시총은 높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실한 곳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영업이익 상위 30개 기업 중에서 시총 순위에 들지 못했던 기업들의 평균 PER은 19.82배였던 반면, 시총 순위에 오른 기업들은 149.91배에 육박했다. 통상 주식시장에선 PER이 낮으면 ‘저평가된 기업’ ‘투자해야 할 종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제약바이오 업종에선 되레 PER이 높은 곳에 투자가 몰린다. 

 

실적이 저조하고, PER이 높음에도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높은 밸류에이션’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건 제약바이오 업종만의 얘기가 아니다”면서 “실적이 좋더라도 복제약 시장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에 붙는 밸류에이션의 근거가 빈약하다. 무엇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관련 정보가 부실하다는 건 숱하게 지적돼온 얘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더구나 밸류에이션은 자의적 판단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신약개발 성과가 적고,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전문가에 따르면 통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정할 때는 개발 중인 약의 시장 규모와 신약개발에 성공했을 시 얼마만큼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가상의 매출을 잡는다. 같은 병증의 약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기도 한다.
 
근거 불분명한 밸류에이션 

하지만 정보가 불확실하고 산업이 초기 단계에 불과한 탓에 임상성공률을 비롯한 각종 변수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밸류에이션의 산정 근거가 합리적인지 알기 어렵다는 거다. 

성장폭이 큰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는 기업에 투자가 몰리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은 낮지만 꾸준히 실적을 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업이 그보다 가치가 적다고 말하긴 어렵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려있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버블’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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