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일자리 확대책의 맹점

정부가 한국판 뉴딜에 76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에서 55만개의 단기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계획을 잡고 추진 중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OECD 회원국의 평균치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가 정확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그리 낮지 않아서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것인지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것인지 의문이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배경이다.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꽤 많이 늘려왔다. 일례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1908만6000개로 1년 전보다 59만2000개 늘었는데, 산업별로 보면 보건ㆍ사회복지 분야(16만1000개)와 공공행정 분야(9만4000개)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76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에서 55만개의 단기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지속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질 나쁜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어서다. 일부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 성과를 높이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 질 나쁜 단기형 공공일자리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거나 단편적인 수치만을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현황부터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가 근거로 내세운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는 게 과연 사실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이 실제론 그렇게 낮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 통계상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취업자 수는 245만명(2018년 기준)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취업자 수(2682만9170명)의 9.1%다. 이 가운데 일반정부 취업자 수는 209만명으로 7.8%다. 2017년(7.7%)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OECD 회원국(33개국)의 평균 비중은 17.7%다. 이렇게 보면 정부 주장처럼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회원국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를 낼 때 ‘유엔 2008 국민계정체계(SNAㆍSystem of National Accounts)’란 국제적으로 합의된 지침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지침에 따르면 공공부문은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와 공기업(Public Corporation)으로 분류된다.

일반정부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Social Security), 정부의 재정지원과 운영통제를 받는 공공비영리 단체가 포함된다. 공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시장에서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비금융공기업과 금융공기업을 망라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은 일반정부 일자리 안에 ‘사실상 공권력에 의해 지배받고, 정부 재정을 지원받는 거의 모든 기관’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서비스가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가, 민간, 비영리 부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일반정부 일자리 안에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 교직원, 어린이집 종사자, 의무복무 중인 병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노인일자리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일자리 수까지 모두 더하면 141만9733개에 이르고, 이를 일반정부 일자리에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일자리 비중도 13.1%(2018년 기준)로 올라간다. 

통계청의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상 일반정부 일자리에 포함되지 않는 직업군, 혹은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시설에서 종사하는 일자리 규모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병역의무 중인 병사나 사회복무요원, 민간위탁기관이나 정부 기관의 업무를 돕는 중간지원조직 등 사실상 공무를 대리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공공부문 종사자로 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실제 공공부문 일자리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통계에선 정책 효과 미비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통계에 기반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가 과연 공공의 이익으로 귀결될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공무원(중앙정부)과 비공무원(민간기업 종사자 등)의 처우가 상당히 다르다. OECD가 회원국(32개국)의 공무원과 비공무원 간 격차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격차가 적었다. 우리나라보다 격차가 큰 국가는 7개국에 불과했다. 

공무원과 비공무원 간 격차는 외부영입 등 공직 임용의 개방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정부 조직 내 칸막이로 작동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방해할 수도 있다. 결국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격차를 해소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리면 부작용이 노출될 수 있다는 거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기 전에 정확한 통계를 다시 산출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펴야 정책 효과도 높이고 자원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원
7566767@gmail.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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