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안

한국전력공사가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을 인상하고 충전기 기본요금을 부과한다. 그중 문제가 심각한 건 충전기 기본요금이다. 수익도 없이 비용만 부담해야 하는 충전소가 많을 것으로 보여서다. 가뜩이나 수익성 때문에 고민하던 민간사업자들 중에선 멀쩡한 충전소를 철거하려는 이들이 숱하다. 한전 측은 “우리도 충전기 기본요금을 낸다”고 주장하지만, 전기요금을 받는 주체가 한전이란 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전이 오는 7월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한전이 7월부터 전기차 충전기에 기본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도 빠르게 질주하는 전기차에 제동을 걸진 못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이 코로나19 여파에 위축되긴커녕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는 얘기다.

출발이 늦었던 우리나라도 세계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말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용 플랫폼에서 전기차를 만들면 잘 짜인 설계와 정확한 부품 배치를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문제는 충전 인프라다. 민관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힘써온 건 사실이다. 실적도 나쁘진 않다. 지난 4월 기준 공공용 완속ㆍ급속 충전기가 2만기를 넘어선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아직 불편한 게 사실이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몰려 있거나, 충전 타입이 다른 경우가 많다. 더구나 도심 거주지의 약 30%를 차지하는 빌라나 연립주택은 주차장이 좁아 공공용 충전기를 설치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공사가 7월부터 시행한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 및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안’이다. 먼저 충전요금 인상안부터 보자. 사실 그동안 충전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했기 때문에 인상 요인은 충분했다. 급속충전요금이 인상된다고 해도 휘발유 가격 대비 2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안은 얘기가 다르다. 충전기 민간사업자를 독려하기 위해 지금껏 면제해왔던 기본요금을 7월부터 순차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 : 완속충전기와 급속충전기의 기본요금(1㎾h당)은 각각 2390원, 2580원이다. 충전기 민간사업자들은 7월부터는 50%, 2021년 7월부터 75%, 2022년 7월엔 100%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전국에 설치된 충전소 중엔 위치나 환경에 따라 이용자가 많은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기본요금 탓에 비용만 부담하는 사업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멀쩡한 충전기를 철거하려는 사업자들이 숱하게 많은 이유다. 문제는 아파트에 설치된 충전기를 철거하려면 주민대표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해서 민간사업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민간사업자만 기본요금을 내는 건 아니다. 현재 가장 많은 충전기를 설치ㆍ운영하고 있는 한전도 기본요금을 낸다. 하지만 한전이 내는 기본요금은 결국 한전이 돌려받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상당수의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전과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내는 기본요금은 곧 국민의 세금이다. 그동안 정부를 믿고 투자했던 민간사업자들만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는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한전은 명분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지는 충전기 기본요금 부과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결격사유가 심각한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간 이제 막 꽃을 피우는 국내 전기차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누가 정부를 믿고 투자하겠는가. 정부는 균형을 다시 잡길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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