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Talk Car
전기차 활성화 비책
완속 충전기 늘려야
아파트 주차장 활용
충전 인프라 확대

전기차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차 등록 대수는 13만대를 넘어섰다. 2017년 1만3676대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충전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공 급속 충전기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정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정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전기차 전성시대다. 전기차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작한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선언’은 미국, 일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디젤엔진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부턴 주력 모델로 떠오른 전기차와 수소차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차가 지난 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개발한 ‘아이오닉5’는 출시하자마자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솔린엔진 개발을 중단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급증할 전망이다. 올해 보조금이 지급되는 전기차 할당분 12만1000대 이상(이륜차 2만대 포함)으로 판매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기는 6만4188대로 등록된 전기차 13만4962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공공용 급속 충전기를 확대하는 등 전기차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충전기 부족 문제는 당분간 해소하기 어려울 듯하다. 급속 충전기 늘리는 것만으론 충전 인프라 확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이는 급속 충전보다 완속 충전의 이점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완속 충전은 심야전기를 활용해 전기료가 저렴하다. 충전 시 전기차(배터리)에 주는 부담도 적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시장에서 급속 충전기보다 완속 충전기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원래 목적은 장거리 운행에 필요한 연계충전이나 비상충전에 있다. 급속 충전기를 대로변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관광지 등에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급속 충전기는 낮에 전기차를 이용하고 밤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일반적인 사용자의 니즈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에게 필요한 완속 충전기를 확대할 방안은 없을까. 필자는 그 답이 아파트에 있다고 본다. 아파트는 우리나라 도심 거주지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밤새 전기차를 세워두는 아파트에 전기차 완속 충전 인프라를 설치하면 충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 차주는 아파트에 충전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내연기관차 차주는 전기차만을 위해 주차장을 쪼개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할 게 분명하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전기차 충전 관련 민원은 2019년 상반기 153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228건으로 49%나 증가했다. 충전된 전기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 문제, 일반 차량을 전기차 충전 주차시설에 주차하는 문제 등 민원 이유도 숱하다.

부족한 전기차 충전시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 벽에 설치된 일반 콘센트를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콘센트 수가 적어 모든 전기차 사용자가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를 확충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전용 ‘충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다. 기존 주차시설에 전기차를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얘기다.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4~5칸의 주차장마다 전기차 전용 충전기를 바닥이나 벽에 설치한다. 바닥엔 매립식 충전기를 설치하고, 방수 콘센트를 활용하면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용자는 전기차 트렁크에 넣어둔 이동용 충전 케이블을 충전기에 연결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그만이다. 이렇게만 되면 좁은 주차장에 전기차용 주차장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고, 전기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의 불만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시 드는 비용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동용 충전 케이블에 휴대형 디지털 계량기를 탑재해 후불식으로 비용을 계산하는 것이다. 인프라 설치에 필요한 공사비는 충전 인프라 보조금을 일부 나누는 식으로 정부가 지원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 활용해야

이동형 충전기를 활용하는 방법인 만큼 시범사업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대표적인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나서 그 효과가 입증되면 전국적으로 전파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수 있느냐가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올해부터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차량에 따라 차등지급하면서 전기차 구입 비용이 낮아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인프라가 폭넓게 구축된다면 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는 아파트 중심이다.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방법은 정말 가까운 데 있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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