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下

자기 집을 가진 중년부부라면 한번쯤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고려하게 된다. 십수년 납입금을 붓지 않고도 쉽게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신청해선 안 된다. 집을 내놔야 할 상황이 닥쳤을 때 주택연금에 발이 묶일 수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40대 부부의 연금플랜을 짜 봤다.

주택연금과 개인연금 중 자기 상황에 더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주택연금과 개인연금 중 자기 상황에 더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돈을 쓸까. 구인구직사이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인의 40.0%가 자기계발을 하고 여기에 월평균 17만1000원(2019년 4월 기준)을 지출한다. 흥미로운 건 ‘자기계발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고 답한 이들도 전체의 54.1%나 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자기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일하는 직장인만 자기계발을 원하는 건 아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전업주부 강미나(가명·42)씨도 앞으론 가계부에 자신의 자기계발비를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씨는 지금까지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남편(김호준·가명·45)과 자녀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딸의 학원 통학을 위해 매일 40㎞가 넘는 거리도 운전해왔다.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 다른 학부모들 옆에서 초라해져 가는 자신을 느끼는 건 강씨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강씨가 상담실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기계발비를 마련하고 싶은데, 가계부가 이미 60만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지출을 확 줄이기로 마음 먹었다. 1차에서 식비(45만원)·통신비(5만원) 등 50만원을 줄였고, 2차 상담에선 지출이 가장 큰 자녀 학원비(130만원→95만원)도 35만원 절감했다.

이밖에 보험료(11만원), 김씨 용돈(1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24만원) 등 부부는 총 130만원을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 적자 액수를 반영하면 부부는 총 70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두 사람은 강씨의 자기계발비 외에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 등의 목표도 세웠다. 부부의 경우 집(경기도 남양주시)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내 집 마련’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다른 부부들처럼 빠듯하게 여유자금을 쪼갤 필요가 없어 수월하게 솔루션을 짤 수 있었다.

먼저 강씨의 자기계발비부터 마련했다. 강씨는 앞으로 매월 10만원씩 자기계발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다른 재무목표들도 달성해야 하기에 최소한의 금액으로 책정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이번 상담을 계기로 강씨도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다. 부부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강씨 자기계발비에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솔루션을 짜보자. 먼저 부부는 기존의 시중은행 예금(월 20만원)에 납입하는 걸 중단했다. 초저금리 시대에서 유용하지 않은 재테크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여유자금이 70만원에서 90만원으로 늘어났다. 다음엔 2만원씩 총 4만원을 청약통장에 정기적으로 예금하기로 했다.

강씨는 “이미 집이 있는데 뭐하러 청약통장을 쓰냐”고 물었다. 강씨 말처럼 자기 집을 보유한 경우 공공주택이나 특별공급은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민간분양 아파트는 청약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부동산 재테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요건인 셈이다.

노후 준비로는 월 30만원씩 개인연금에 납입하기로 했다. 별다른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강씨 부부는 김씨가 55세가 되면 자가를 국가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활용하려고 했었다. 그러면 노후에 부족해지는 수입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주택연금을 신청할 경우 가입비와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또 신청 당시의 주택가격으로 연금 수령액이 계산되는데, 이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청 후 집값이 크게 오르기라도 한다면 손해를 봤다는 기분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신청자가 실거주해야 한다는 점도 나중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소득이 줄어드는 노후엔 자가를 유지하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부는 개인연금에 납입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할 방법으로는 저축은행(월 15만원)을 선택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상품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을 제공하므로 소액 입금하면 좋다. 최고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므로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10만~20만원의 입금액 제한이 있으므로 참고하자. 강씨 부부는 조건 충족 시 최고 5%까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가입했다.

자녀의 대학등록금에 대비하기 위해선 카카오뱅크(월 16만원 입금)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계좌번호 없이도 송금이 가능하고, 본인인증만 하면 공인인증서 없이 거래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다. 또 은행업무 시 수수료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 앱’인 카카오톡을 활용해 카카오뱅크의 수익률이나 이자 상황을 빠르게 확인할 수도 있어 재테크 초보인 강씨 부부에게 적격이다.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강씨 부부에게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전하게 자산을 불리는 방법이 더 어울린다. 그렇지만 투자에서 아예 손을 떼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금리가 낮아도 너무 낮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강씨 부부는 적립식 펀드를 써보기로 했다. 월 15만원을 채권형 펀드와 미국 대형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미국 펀드에 분산투자할 예정이다. 채권형 펀드는 펀드의 60% 이상을 채권이나 관련 파생상품으로 채우는데, 수익률이 낮은 대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펀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우량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좀 더 안정감 있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투자상품이므로 둘 다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적립식 펀드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에 쓰일 예정이다.

이것으로 강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90만원을 자기계발비(10만원)와 자녀 교육비(15만원), 자녀 대학 등록금(31만원·카카오뱅크 16만원+적립식펀드 15만원), 청약저축(4만원), 노후 준비(30만원)에 알뜰하게 썼다. 이제 남은 건 부부가 세운 목표를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다.

강씨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면 계획을 지키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일이 힘들어 충동적으로 외식을 하거나 쇼핑을 하는 등 예상 밖의 지출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부디 부부가 계획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를 관철하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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