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제약, 전기차
10년 후 어떨까

산업의 변화에 따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종목도 끊임없이 달라졌다. 시총 상위 기업이 과거 전통산업에서 4차 산업 중심으로 바뀐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래를 이끌 주도산업이 무엇인지’에 쏠리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0년 후 국내 증시를 이끌 주도산업으로 IT 플랫폼, 제약·바이오, 전기차 등을 꼽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10년을 이끌 미래 주도주를 살펴봤다. 

주요 중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10년 후 증시를 이끌 주도산업으로 전기차와 IT 플랫폼, 제약‧바이오산업을 꼽았다.[사진=뉴시스] 

10조296억7635만5000원, 8212억8835만2000주. 7월 23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이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산업의 가치 변화가 민감하게 나타난다. 작은 호재에 주가가 출렁이거나 돌발 악재에 주가가 고꾸라지는 일이 숱해서다.

투자 전문가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시가총액(이하 시총)의 증가를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총은 산업구조의 변화상을 대변하기도 한다. 2000년 이전 코스피시장의 시총 상위종목을 차지했던 건 공기업과 은행이었다. 정부 중심의 고도성장정책에 한국전력·포스코(옛 포항제철)가 시총 1·2위를 두고 각축전을 벌인 적도 있었다. 금융도 당시 주도주 중 하나였다.


2000년 코스피 시총 상위 150대 종목에 포함된 기업은 29개에 달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공기업과 금융은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2000년대 들어 주도주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통신주’였다.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관련 기업의 몸값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6월 30일 기준) SK텔레콤(2위), KT(옛 한국통신공사·3위), LG유플러스(옛 데이콤·10위) 등 이동통신사 3사가 모두 시총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리며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통신주 역시 주도주 경쟁에서 밀려났다.


2010년대는 다양한 업종이 경쟁을 벌였다. 2010년 시총 상위 업종에 전기·전자, 철강, 자동차, 금융, 공기업, 조선 등이 뒤섞여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올해는 제약·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IT 관련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총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의 창궐로 제약·바이오, 언택트(비대면·untact) 업종이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게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화했다. 당연히 주도주를 전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산업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성장과 침체를 거듭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전기차 산업을 이끄는 기업은 테슬라지만 현대차에서 만든 전기차가 더 많이 팔리게 되면 시장의 주도권은 현대차로 넘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도 같은 경우다.”

시대에 따라 변한 시총 순위

주도주 전에 주도산업을 먼저 보는 게 합리적인 투자법이란 조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人에게 10년 후 경제를 이끌 산업을 물어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센터장들은 “10년 후 증시를 주도할 산업은 낯선 것이 아닐 것”이라면서 “4차 산업, 언택트 IT 산업, 제약·바이오, 전기차 등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산업이 10년 후 시총 상위기업을 배출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가장 유망하다”며 “4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100이라고 얘기하면, 아직 10도 성장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지칭하는 ‘FAANG’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인 건 얼마 되지 않았다”며 “디지털 중심 플랫폼 기업의 성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경수 센터장은 “고령화 이슈가 계속될수록 제약·바이오산업을 향한 관심은 커질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제약·바이오는 경제의 3대 주체(가계·기업·정부)가 모두 필요로 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네이버·카카오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비즈니스 산업이 10년 증시를 이끌 주도산업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중요성이 높아진 제약·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에 주목받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경수 센터장은 “경제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돌 때 사회는 변화한다”며 “저성장 시대에는 산업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로봇·전기차·자율주행차 등이 10년 후 증시를 이끌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센터장들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의 도전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시총 상위를 차지했던 전통산업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은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걸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산업으로만 승부를 보거나 산업의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20년이 흘러도 제자리인 철강·제철·방송·통신 관련주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기업도 성장을 위해서는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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