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결과 나오는 ITC 소송 시나리오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누가 울고 웃을까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건 지 1년5개월이 흘렀다. “SK이노베이션 측이 자사 인력을 빼내 기술을 유출해 갔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송의 추는 금세 LG화학 쪽으로 기울었다. SK이노베이션이 관련 증거를 폐기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ITC가 받아들이면서다. 하지만 ITC는 이 결정을 번복했고, 10월 5일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 10월 5일 누가 웃고 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ITC 소송의 세가지 시나리오를 취재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결과가 10월 5일 발표된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사진=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결과가 10월 5일 발표된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사진=연합뉴스]

10월 5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운명이 결정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이날 진행돼서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영업비밀침해’를 이유로 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인력 76명을 빼갔고, 배터리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는 게 LG화학 측의 주장이었다. 

소송의 ‘추’는 금세 기울었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요청했고, 올해 2월 ITC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제기 직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한쪽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인멸을 시도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해온 ITC로선 당연한 수순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벼랑에 몰렸다. 조기패소 결정을 받은 영업비밀소송 중 최종판결이 뒤바뀌는 경우는 1996년 이래 단 한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C 제도의 취지를 면밀히 따져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예비결정에 불복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ITC는 이를 받아들여 조기패소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10월 5일 ITC가 어떻게 판결하느냐에 따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경우의 수는 총 3가지다. 하나씩 따져보자.

■ 시나리오1 : 리맨드 지시= 첫번째 시나리오는 ITC가 지난 2월 내렸던 예비판결을 두고 ‘리맨드(Remand·수정)’ 지시를 내리는 경우다. 쉽게 말해 특정 사실관계를 다시 조사하라는 결정인데, 사실상 소송을 전면 재검토하란 뜻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가장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리맨드 지시가 떨어지면 ITC 행정판사는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해서다. 행정판사가 이전과 동일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ITC 분쟁과 관련 소송들이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이는 조기패소 판결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LG화학의 입장에선 가장 난감한 시나리오다. LG화학이 그동안 ITC의 재검토는 형식적인 것이고, 예비판결이 뒤집힌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맨드 지시는 곧 사실상 패배’를 의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TC가 리맨드 지시를 내린다면 근거는 다음과 같을 공산이 크다.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피해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ITC는 조기패소 판결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LG화학 측에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당했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가 무엇인지 규명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양사엔 꽤 큰 리스크가 주어진다. 업계에선 리맨드 이후 최종결정이 나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소송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을 6개월여 감내해야 한다는 건데,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불어나는 소송비용도 부담이다.

■ 시나리오2 : 조기판결 인정 후 추가조사 = 두번째 시나리오는 ‘절충’에 초점이 맞춰진다. 일단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폐기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한다. 다만, 미국의 공익(Public Interest) 관점에서 추가조사 여부를 결정한다. 배터리를 납품하는 공급처나 종사자들의 일자리 문제 등 미국과 자국기업의 공익에 ITC의 판결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세세하게 따지겠다는 거다.

지난 5월 이 분쟁의 이해관계자인 주州정부와 시市정부·고객사·협력사 등이 ITC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추가조사가 결정되면 ITC는 공청회를 열고 의견서를 제출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의견을 듣게 된다.

만약 공청회 결과가 LG화학 쪽에 긍정적이라면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의 패소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아울러 수입금지명령도 떨어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항소’ 밖에 길이 없다. 공청회가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결과를 수렴한다면 상황이 약간 달라진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를 하더라도 ‘공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따라 수입금지명령까진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미국 내 공장은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피해를 면할 수 있다. 

■시나리오3 : SK이노베이션의 패소 = 별도의 절차 없이 SK이노베이션의 패소를 결정하는 경우로, LG화학에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판결 이후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종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해 생산했다고 인정되는 배터리 셀·팩과 부품, 장비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미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에는 치명타다. 항소가 가능하지만 SK이노베이션으로선 그 기간에 수입금지명령의 여파를 견뎌내야 한다. 물론 패소하더라도 SK이노베이션에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두 기업이 합의할 경우 수입금지조치가 철회된다. 하지만 양사간 입장 차이가 워낙 극명한 만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또 다른 리스크도 있다. LG화학이든 SK이노베이션이든 어느 한쪽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항소하는 경우다. 두 회사가 소송에 소비한 시간과 비용을 볼 때 소송이 길어지면 양사에 악재가 될 게 뻔하다.

“양사 소송이 길어지면서 경쟁 상대인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도 이미 나온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10월 5일, 두 회사는 진흙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른 흙탕물을 스스로 뒤집어쓸까. 

김다린ㆍ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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