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팀 코리아’ 무르익는 이 때… LG는 왜 ‘소장’ 던졌나
전기차 ‘팀 코리아’ 무르익는 이 때… LG는 왜 ‘소장’ 던졌나
  • 김다린 기자
  • 호수 399
  • 승인 2020.07.2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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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배터리 3사 회동 급물살
LG화학-SK이노베이션 갈등
한국판 뉴딜 걸림돌 될까

현대차와 배터리 3사 간 회동이 마무리됐다. 기술력이나 안정적인 수급 측면 모두에서 이들 기업의 협력은 한국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호재다. 그러던 중 한통의 고소장이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화제로 떠올랐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LG화학은 “해묵은 양사의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행정절차”라고 설명했지만, 다른 시선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기차 팀 코리아가 무르익는 이 때에 LG가 소장을 던진 이유를 취재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5월 경찰 고소와 같은 내용이다.[사진=뉴시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5월 경찰 고소와 같은 내용이다.[사진=뉴시스]

6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됐다. 고소인은 LG화학, 타깃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에도 SK이노베이션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혐의는 검찰 고소장에 담긴 이유와 같았다.

LG화학 측은 “경찰에 고소한 지 1년이 넘어 신속히 사실관계를 규명해 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일종의 의견서”라며 “경찰에 고소한 사건을 두고 검찰 측에 의견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보니 고소장이란 형식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가 관할 검찰청에 송치되지 않으니, 불가피하게 검찰에 직접 소를 제기했다는 설명이다. 갈등이 더 확산되기 전에 수사를 마무리해 달라는 취지였다는 거다. 

양사의 갈등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에도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인력 76명을 빼갔고, 배터리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주장이었다. 

같은해 8월엔 SK이노베이션이 원고가 됐다. LG화학과 LG전자가 자사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소송을 걸었다. 9월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양사는 입장문과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볼썽사나운 여론전을 펼쳤다. 이번 소송도 기존 갈등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번 소訴에 의문을 품는다. 무엇보다 검찰에 고소한다고 수사를 앞당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다. 경찰 수사가 LG화학 측이 불만을 가질 만큼 미온적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두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덕기술원, 서산 배터리 공장 등에서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12월에도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그렇다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쉬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양사가 쟁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이란 변수까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 중에 있고,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이번 소송에 숱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또 있다. 왜 지금이냐는 거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지금 대대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협력의 구심점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이다. 이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160조원이 투입되는 국가발전계획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서 집중 육성할 3대 신성장 산업으로 전기차를 직접 꼽았다. 

격화되는 소송전

대표 사업자로는 현대차그룹이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친환경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 비전은 현대차그룹 혼자선 달성할 수 없다.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를 확보해야 해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협력을 강조했다. “일을 하다보면 뜻밖에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은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해결된다. 이해관계 충돌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조정해 달라.”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해 가며 뉴딜 사업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최근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월 13일ㆍ7월 21일), 구광모 LG그룹 회장(6월 2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7월 7일)을 잇따라 만났다. 

총수가 총수를 돌아가면서 만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던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미디어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팀 코리아’가 결성됐다며 박수를 쳤다. 이들 기업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결집력을 보이면, 탄력을 잃어가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도약 기회가 될 거란 기대였다. 배터리 3사를 따로 모아 ‘K배터리’란 별명까지 붙였다.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중에 나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발언도 팀 코리아 결성의 기대감을 드높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최대 목표인 정부 입장에선 총수들의 릴레이 회동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 기업이 손을 맞잡고 시장을 개척하는 미래 청사진까지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K배터리 연합군 조성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정부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K배터리 연합군 조성을 장려하고 있지만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을 향한 고소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고소장이 접수된 날(6월 29일)은 정의선 부회장이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회장과 면담한지 일주일 뒤였다. 당시 재계에선 정 부회장의 다음 행선지로 SK그룹이 회자되고 있었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수세에 몰려 있다. ‘정당한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LG화학 공세의 명분이 뚜렷했고, LG화학 직원을 대거 받아들인 SK이노베이션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ITC로부터 ‘조기패소 판결’을 받아 자칫 미국 법인의 배터리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타이밍이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는 민감한 시기에 소를 제기했고, 미디어가 이를 확산했다. 소송전 역시도 선의의 경쟁이라는 LG화학의 주장과는 다르게 ‘후발주자 발목잡기’로 보는 시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악 치닫는 양사의 관계

실제로 ‘사실관계를 신속히 규명해 달라는 행정적인 절차’라는 LG화학의 원론적인 주장과 달리, 이 회사는 이번 검찰 고소에서 공세 수위를 더 높였다. 고소인 수를 ‘성명을 특정하지 않은 70여명’으로 대폭 늘리면서다. 

지난해 5월 경찰에 고소할 땐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 LG화학 직원을 포함한 5명이 전부였다. 업계 안팎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양사의 갈등 탓에 ‘배터리 팀 코리아’도 ‘K배터리’도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명분이 어떻든 업계 입장에선 국내 기업 간 제 살 깎아먹기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수위에 올라 있는 양사의 갈등이 마무리 돼야 한국 배터리 시장의 미래 플랜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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