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회계꿀팁➋] “그깟 회계 모르면 어떠냐고? 놉!”
[스타트업 회계꿀팁➋] “그깟 회계 모르면 어떠냐고? 놉!”
  • 김다린 기자
  • 호수 407
  • 승인 2020.09.23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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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회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난감한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다. 회계ㆍ세무 업무를 대할 때다. “많이 팔면 그깟 회계는 몰라도 되는 것 아니냐”며 큰소리를 친 스타트업도 흑자도산의 늪에 빠질 수 있다. VC 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스타트업이 “우리 기업의 본질은 숫자 뒤에 있는데 왜 몰라주냐”며 하소연해도 소용없다. 더스쿠프(The SCOOP)와 이종민 회계사가 스타트업에 회계가 필요한 이유를 살펴봤다. 

회사의 세무회계 처리는 많은 스타트업 CEO의 고민거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의 세무회계 처리는 많은 스타트업 CEO의 고민거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풀스택 개발자(여러 기술에 정통한 개발자) 모집합니다.” “팀 빌딩을 함께할 디자이너를 찾고 있습니다.” “데이터 허브를 구축 중입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연락주세요.” 

스타트업 인재를 구하는 한 단체채팅방의 풍경이다. 고급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모시기 바쁘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그렇다. 인력이 부족하고 자금이 모자라다 보니, 사업계획서를 현실로 만들 개발팀을 꾸리는 데 급급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회계ㆍ세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최초 팀 구성에 재무전문가가 없는 경우가 숱하다.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성과를 뽑아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당연한 얘기다. 회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인재의 높은 연봉을 맞출 수도 없을뿐더러, 풀타임으로 고용할 만큼 재무 관련 일이 쏟아지지도 않아서다. 종이 영수증을 정리하는 일이나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은 ‘혁신’의 스타트업과는 동떨어진 잡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행히 기술력이 발전한 요즘은 많은 스타트업이 수고를 덜 수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어도 회계 업무를 간단히 처리하는 게 가능해서다. 모바일로 기업의 각종 장부를 대신 작성해 주는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이들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자동으로 장부를 작성해 주고 세무신고까지 대신해 준다. 

스타트업 경영진은 일정 수준의 회계지식을 갖춰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경영진은 일정 수준의 회계지식을 갖춰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회계 증빙 관리, 각종 세무처리, 부가세 신고, 급여 처리 같은 기존 세무대리인 업무를 도맡기도 한다. 기장 서비스 대행 세무사의 수수료를 비교해주는 앱도 있다. 꼭 예전처럼 ‘회계사 채용’이란 공고를 내걸지 않아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이런 생각을 하는 CEO가 적지 않다. “복잡한 회계ㆍ세무 업무는 외부에 온전히 맡기고 우리는 경영과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자.” 선택과 집중의 전략인 셈인데, 결과가 나쁠 공산이 크다. 

CFO 없는 스타트업들

좀 풀어서 설명하면 이런 경우다. “팀워크와 아이디어가 좋았고, 비즈니스 모델도 뚜렷해 성장가도를 달리던 스타트업이 있었다. 그런데 후속투자를 제때 못받고 갑자기 폐업했다. 알고 보니 마케팅 비용을 너무 많이 집행했고, 서비스 원가율이 높은 탓에 매출규모가 커질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경영진이 이를 미리 파악했다면 현금이 부족해지는 타이밍을 추정하고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재무를 잘 몰라서 발생하는 회계부정 사례도 빈번하다. 특히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애매하고 까다로운 회계 기준을 마주하게 될 때가 많다. 운영자금이 부족해 지인이나 사채업자로부터 급전을 빌리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때 거래는 보통 증빙 없이 이뤄진다. 소득신고를 하는 사채업자는 많지 않아서다. 

회사는 실제로 이자는 납부하고 있는데, 이를 증빙할 자료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재무제표 상의 현금이 실제 보유한 현금보다 많아지게 된다. 이렇게 누락된 현금은 국세청 세무조사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타트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떠오른 크라우드 펀딩도 회계와 만나면 복잡해진다.

펀딩을 받는 과정에서 소득이 발생하기도 하고, 투자자에게 금전적ㆍ비금전적 보상이 지급돼 세무 이슈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상환의무가 없는 국고보조금 역시 까다로운 이슈를 만들곤 한다. 상환의무가 있는 돈이면 부채로 계상하면 되지만, 돌려줄 필요가 없는 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특허로 인정받으려 할 때도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 일쑤다. 4~5년 진행했지만 특허권 취득에 실패했다면 그동안 투입한 비용은 어떤 과목에 넣어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고자 할 때 혹은 엑시트(투자금 회수ㆍExit)를 꾀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도 회계 이슈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회계처리를 엉성하게 한 회사는 기업가치 평가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워서다. 

특허출원에 실패했다면…

몇몇 스타트업 CEO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우린 세무기장 대행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그런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무책임한 주장이기도 하다. 세무기장 대행 서비스를 받는다고 재무제표에 신경을 꺼도 되는 게 아니다. 대행을 맡은 세무사가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어서다. 

재무제표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며, 눈여겨봐야 할 항목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필요한 순간에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재무제표를 모르는 CEO는 자금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민회계사무소 대표인 이종민 회계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회사의 모든 결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회계지식이 없으면 투자를 통한 수익창출이 어려울뿐더러 경영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이 적절히 이뤄지기 힘들다. 별도의 재무담당자를 채용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라면, 재무관리 역량을 내재화해야 한다. 꼬박꼬박 다가오는 직원 급여일,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 등 사소한 부분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스타트업 CEO와 예비창업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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