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와 북미ㆍ남북관계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을 존중하고, 인권을 중시한다. 북미관계를 서둘러 재정립해야 하고, 인권문제가 아킬레스건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좋을 게 없는 성향일지 모른다. 그래서 한편에선 김 위원장이 ‘미국을 끌어내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게 마련이라는 건데, 누가 더 목이 마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바이든의 슬로 스텝과 인권론이 북미·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봤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대북외교에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대북외교에 좀 더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내가 직접 해결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늘 이와 같았다. 본인이 직접 나서고,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이른바 하향식(Top-Down)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했다. 그의 대북외교 방식도 이와 같았다. 2018년 6월 12일에 이뤄진 북미정상회담 한번에 그가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험은 없다”는 말을 내놨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당선인의 성향은 다르다. ‘대화와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큰 틀은 변함없겠지만, 외교 방식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대북외교 전략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참고 : 아직 형식적인 선거인단 투표가 남아 있지만 당선인이 바뀔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럼 바이든의 대북외교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우선 그의 성향부터 살펴보자. 그는 자기중심적인 트럼프와 달리 상향식(Bottom-Up)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들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방안들을 만들어오면 이를 검토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바이든은 ‘동맹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타일이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무너뜨린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이란과의 핵합의 파기나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와 우방과의 동맹관계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이 “방위비 분담금을 지나치게 높이는 건 동맹관계에 좋지 않다(민주당 정강 정책ㆍ사실상의 대선공약집)”고 밝힌 것에서도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하고, 주변국에 함부로 ‘미국 우선주의’만을 강조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바이든의 스타일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바이든의 속도 = 첫째, 북미관계 진전의 ‘속도’를 중심에 놓고 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의 스타일대로라면 북미관계가 빠르게 진전될 것 같지는 않아서다. 일단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할 것이다. 상향식 의사결정방식도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만을 상대하지도 않는다. 중국ㆍ유럽ㆍ이란 등 신경 써야 할 지역이 한두곳이 아니다. 이 때문에 북미관계가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여기에 트럼프 진영이 대선 결과를 거칠게 불복하면 바이든의 보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국 정부로선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엔 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져 관계는 더 냉랭해졌다.

[※참고 : 그래서 일부에선 트럼프의 재선이 북미관계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외교적 치적 쌓기(노벨평화상을 위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그의 의사결정 방식(하향식)은 북한의 방식과 다르지 않아 코드도 맞다. 북한이 트럼프의 재선을 바랐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쾌를 바라는 친서를 보낸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냐는 거다. 다만 트럼프의 특성상 성과를 못 냈을 때는 후폭풍(대북 물리적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변수로 꼽혔다.]

북미 대화 ‘속도’는 느릴 듯

물론 바이든의 대북외교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홍민 동국대(북한학) 교수는 “바이든이 대북정책을 깐깐하게 검토할 수는 있지만 그는 미국 연방상원의회의 외교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자신의 외교능력을 국제무대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 성과가 자신의 재선에도 도움을 준다면 북한을 우선순위에 놓고 다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이 북한을 우선순위에서 제쳐놓도록 북한이 두고만 보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안병진 경희대(미래문명원) 교수는 “핵무장을 마친 북한의 핵 관련 시설과 무기는 점점 더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기 때문에 무력 도발을 해서라도 미국이 응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게 마련인데, ‘스텝’을 중시하는 바이든보단 김정은이 더 급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 교수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라면서 설명을 계속했다. “어차피 북미관계의 최종 목표는 평화협정과 수교인데, 그러려면 하나씩 기반을 다지면서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 방법론 측면에서 바이든의 상향식 의사결정이 더 현실적이다.”

일부 학자들은 트럼프의 재선이 북미관계에는 더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사진=뉴시스]
일부 학자들은 트럼프의 재선이 북미관계에는 더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사진=뉴시스]

■바이든의 인권론 = 바이든의 성향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둘째 포인트는 ‘인권’이다. 바이든이 속한 미국 민주당은 인권을 중시한다. 따라서 북미대화 과정에서 인권문제를 걸고넘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만약 인권문제가 불거진다면 북미 간 대화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 예고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바이든이 인권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이미 정상국가를 지향한 만큼 전향적으로 대응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북한 체제를 간섭하거나 체제붕괴용으로 인권문제를 지적한다면 미국이 대화를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그렇게 되면 인권문제가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 문제 삼으면 골치

홍민 교수 역시 “미국의 여론은 인권문제를 배제하기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에 이를 그대로 적용해 핵문제와 결부한다면 대화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관계가 틀어지면 남북관계도 좋을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바이든의 등장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다. 장단점이 모두 있다는 거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가 얼마나 발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운신폭이 좁지도 않다. 바이든을 기회로 삼을지 위기로 삼을지는 정부의 몫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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