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없는 사장님
지원 사각지대서 눈물

코로나19가 닥친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재난지원금과 금융지원이다. 최근엔 3차 재난지원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엔 일부 자영업자를 위한 임대료 지원도 포함된다. 하지만 한쪽에선 기가 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정부 지원 정책에서 툭하면 배제됐던 무점포 자영업자들의 입을 통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무점포 자영업자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정부가 내놓는 자영업자 지원 정책들은 대부분 점포를 가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거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놓는 자영업자 지원 정책들은 대부분 점포를 가진 자영업자들을 위한 거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의 방역 조치 등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겠다는 거다.

정부의 방역 조치가 집중된 ‘집합 제한ㆍ금지 업종’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 임차인에겐 임대료도 일정액 지원해줄 것으로 보인다.[※참고 : 여기엔 ‘착한 임대인’ 캠페인에 탄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면 세제혜택(임대료 인하액의 50% 세액공제)을 주는 방식으로 ‘착한 임대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해주면 임대인들의 캠페인 동참이 좀 더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거다.]

‘나랏돈으로 코로나 방역 실패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가장 큰 부담이 임대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효한 정책이란 평가가 더 많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표적인 건 ‘무점포 자영업자’ 논란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 하나를 보자.[※참고 : ‘무점포 자영업자’는 일반적인 행정 용어가 아니다. 통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영업 관련 통계는 모두 점포가 있는 자영업자”라면서 “무점포 자영업을 일일이 확인해서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통계로 잡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3년 전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원치 않게 전업주부가 된 A씨. 하지만 살림만 할 순 없었다. 남편의 월급으로는 아파트 대출금과 공과금, 보험료 등을 내기에 빠듯했다. 새 일을 찾기도 곤란했다. 얼마 전까진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줬는데,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A씨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했고, SNS를 통해 행사용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일을 시작했다. ‘가내수공업형’ 자영업자가 됐던 거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가파르게 줄면서 수입이 반토막 났다. 2.5단계가 시행된 이후론 기존 수입의 5분의 1로 줄었다. 생계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 9월 정부가 연매출 4억원 이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주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2차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았지만, 그것만으론 생활이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자체로부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별도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니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A씨는 급하게 연락해봤지만, 점포가 없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점포가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이라는 게 해당 지자체의 설명이었다.

대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A씨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소상공인 긴급 경영자금’을 신청해봤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금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점포가 없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지역 공공기관의 ‘자영업자 운영비 지원사업’에도 문의해봤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결국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점포가 없다는 건 점포가 있는 자영업자보다 더 영세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왜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에 일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내용도 넣는다고 들었다. 2.5단계 전까지 성업 중이던 동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월 수익이 나보다 훨씬 많지만, 집합제한업종이란 이유로 임대료를 지원받을 거 아닌가. 무점포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툭하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나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점포 있는 자영업자들이 보증금을 까먹고 있다고 난리인데, 까먹을 보증금조차 없는 A씨는 점포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A씨와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통계가 없는 무점포 자영업자와 달리 관련 데이터가 집계되는 ‘무점포 소매업’ 현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참고 : 무점포 소매업은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ㆍ전자상거래 소매업 등 통신판매업 ▲노점ㆍ유사 이동 소매업 ▲자동판매기 운영업ㆍ계약배달 판매업ㆍ방문 판매업 등 기타 무점포 소매업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점포 자영업자의 일부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무점포 자영업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요즘엔 A씨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무점포 자영업자도 많다.]

5년마다 실시하는 경제총조사(2015년 기준)에 따르면 무점포 소매업체는 2만2750개다. 여기서 연매출이 1억원 미만인 곳은 8197개(전체의 36.0%)다. 이들의 연평균 매출은 4306만원이다. 무점포 소매업체 10곳 중 3~4곳이 영세자영업자인 셈이다. 이 무점포 소매업체 종사자 수가 1만8824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1인당 소득은 훨씬 떨어진다. 정부가 점포 있는 자영업자만 염두에 둔 지원 정책을 손보고, 재난지원금 기준도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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