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상품 출시
깜짝 인기끌지만 실적 개선은 ‘글쎄’

집밖을 나가지 않는 여행, ‘방콕’하러 가는 호텔, 도시락 뷔페…. 코로나19 국면에서 등장한 통념을 뒤엎은 상품들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이 익숙해진 소비자들도 점점 이런 상품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역발상 상품들이 실적에 도움을 주고 있느냐다. 업계 관계자들은 “깜짝 인기는 얻었지만 실적 회복에 큰 도움을 주진 못했다”고 토로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봇물처럼 쏟아진 비대면 상품의 성적표를 분석해 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종 업계에선 기존의 서비스에 비대면을 접목한 역발상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이후 유통가에선 기존 서비스에 ‘비대면’을 접목하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외식업·숙박업체들은 그동안 시도한 적 없는 방법으로 생존에 나섰다. 고급스러운 호텔 뷔페를 드라이브 스루(DT)로 즐기거나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집 밖으로 나가진 않는 게 그 예다. 

■역발상 여행상품 = 코로나19 국면에서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업계는 ‘나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모니터로 여행을 떠나는 일명 ‘랜선투어’ 상품이었다. 랜선투어란 말 그대로 온라인으로 관광을 하는 것이다. 참가자는 사진이나 영상, 오디오 해설로 여행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6월부터 랜선투어 상품을 판매했다. 랜선투어의 종류는 ‘스튜디오 투어’와 ‘라이브 랜선 투어’ 두가지다. 상품을 구매하면 유튜브 등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주어진다. 참가자는 플랫폼을 통해 사진·영상을 보고 채팅으로 가이드에게 질문할 수 있다. 스튜디오 라이브는 박물관·미술관 등 정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다. 고화질 사진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다. 

반면 라이브 투어는 가이드가 직접 현지에서 촬영하며 실시간으로 투어를 진행한다. 참가자는 그때그때 궁금한 장소를 보여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특정 시즌이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했을 만큼 반응이 좋다”며 “홍콩 랜선 투어의 경우 한번에 3000명의 고객이 몰렸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역발상 호텔상품 =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고 공실이 늘자 숙박업계는 돌파구를 찾아나섰다. 도심의 고급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호캉스’가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데다,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집콕족’을 호텔로 끌어내는 상품이 나오는 이유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1월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에 ‘방구석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패키지 종류는 ‘방구석 취미’와 ‘방구석 세계여행’ 두 가지다. 방구석 취미 패키지에선 호텔방에서 만들 수 있는 갈란드(여러 화훼류 장식을 엮어 만든 인테리어 소품) DIY 키트와 조식 도시락이 제공된다. 

방구석 세계여행은 보드게임 부루마블과 러시아 야경 스크래치북을 제공하는 패키지다. 말 그대로 집 안에서 즐기는 것들을 호텔방에서 하도록 만든 셈이다. ‘누가 호텔에서 할까’란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인기는 의외로 좋다. 호텔신라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엔 전체 상품 중 방구석 패키지의 예약 비중은 20%대에 달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3월 호텔 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DT)용 다이닝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롯데호텔 제공]

■역발상 뷔페상품 = 지난해 8월 ‘고위험업종’으로 분류된 뷔페는 수도권에서 2개월여 운영이 중단됐다. 현재는 비닐장갑  착용 후 음식을 뜨는 등 방역수칙을 강화해 운영하는 게 가능해졌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업체들은 결국 뷔페 대신 배달·도시락·DT 등으로 부수입을 내는 데 나섰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3월 호텔업계 최초로 DT 제품을 출시했다. 일식당과 뷔페 등의 인기메뉴를 담은 ‘시그니처 박스’를 DT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호텔 측은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 제품으로 구성돼 연말에 홈파티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며 “반응이 좋아 2021년에도 상시로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8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에 배달 전문 브랜드 ‘빕스 얌 딜리버리’를 론칭했다. 서울 서초·강남 지점에서 시작해 그해 10월 15개 매장으로 확대했고, 현재는 전국 37개 모든 매장에서 딜리버리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이랜드이츠의 애슐리도 지난해 9월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총 81개 매장 중 45개 매장이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대비 현재 매장별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30% 이상 증가했다”며 “배달 실적이 좋았던 매장은 배달 매출만 1억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품들이 ‘깜짝 인기’를 넘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다. 답은 ‘글쎄올시다’이다. 상품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데다, 찾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다. 업체들은 “지난해 워낙 타격이 크지 않았나”라며 “부수입 개념이라 예전만큼 회복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고 토로했다. 

예컨대 랜선 투어의 경우 상품당 인원 제한이 있는 데다 단가도 높지 않아 실제 여행상품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뷔페업체의 한 관계자는 “배달을 시작한 지 꽤 됐지만 아직 배달이 되는지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며 “그나마 한번 주문해 본 소비자가 다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은희 인하대(소비자정보학) 교수는 “뷔페든 여행이든 소비자의 니즈가 높아 올해도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여행은 기약할 수 없는 만큼 AR·VR 등으로 랜선 투어의 실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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