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방역수칙 하나에 누군가는 운다
설익은 방역수칙 하나에 누군가는 운다
  • 심지영 기자
  • 호수 405
  • 승인 2020.09.0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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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본 오락가락 방역지침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이다. 수도권에선 2.5단계가 적용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 내 학원 등의 영업이 중단됐다. 숱한 자영업자가 생계를 걱정할 만큼 강력한 지침이지만 급하게 도입된 탓에 기준은 모호하다. 설익은 지침 하나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오락가락 방역수칙을 사례별로 정리해 봤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세를 막기 위해 수도권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실시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확진자 증가세를 막기 위해 수도권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실시했다. [사진=뉴시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이하 2.5단계)’ 방역지침이 시행된 건 8월 30일부터다. 2.5단계 방역지침이 발표되자 자영업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생계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제재였음에도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어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만 왜 =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매장 영업 금지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8월 경기도 파주시의 스타벅스 파주야당역점에서 이용자 28명(추가전파 38명)이 감염된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정부가 2.5단계 지침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콕 집어 제재한 배경이 됐다. 보건복지부 측은 “모든 업종과 사업장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우선 접근성과 밀집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방역조치 변경(4일) 후에도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은 제재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만화책방과 카페를 합친 형태의 ‘만화 카페’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손님들이 장시간 만화책을 보며 음식을 먹는다. 마스크를 철저하게 착용하는 게 힘든 환경인데도 집합금지를 피했다.

이들의 업종은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된다. 2.5단계에서는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은 오후 9시까지 정상영업,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포장·배달만 허용’했다. 맥도날드·롯데리아 등이 매장을 여전히 운영할 수 있는 이유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기준이다. 

■PC방만 왜 = PC방 업계는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PC방은 8월 15일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같은 달 19일부터 문을 닫았다. 고위험시설로 지정한 이유는 ‘학생들의 감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당초 8월 30일까지였던 중단 기간이 ‘명령 해제 시’로 무기한 연장됐다는 거다. 게다가 PC방과 유사한 오락실, 멀티방·DVD방 등은 집합제한 조치에 그쳤다. PC방 업주들로부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격렬한 저항이 나온 이유다. 

■뷔페는 왜 = 뷔페도 PC방과 함께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운영이 중단됐다. 일반적인 뷔페부터 예식장·호텔 뷔페까지 금지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출장 뷔페는 영업이 가능하다. 실내 50인 미만, 실외 100인 미만에 이용객 간 2m(최소 1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있다. 일반음식점 내의 ‘셀프바’도 손님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 먹지만 제재 대상에서 벗어났다. 밀집도·군집도 등을 따졌을 때 뷔페보다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10인 미만 교습소는 왜 = 의아한 조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집단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의 모든 학원은 집합금지 대상이 됐다. 같은 이유로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도 영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10인 미만의 교습소(집합제한)는 운영할 수 있었다. 교습소도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 모인다는 점에서 독서실이나 학원과 다를 바 없는데도 문을 연 셈이다. 운전면허학원도 규제 밖에 있다. 장내 시험 대기실이나 강의실에서 10명이 넘게 한 공간에 모이는 일이 허다하지만 별다른 법적 제재는 없다.

“(2.5단계 지침을 발표할 때는) 위급한 상황이었지 않나. 전국 단위로 갑자기 시행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기준을 만들기 어려웠다.” 보건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결국 방역지침의 기준이 ‘엿장수 맘대로’가 된 건 ‘급박한 상황 탓’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수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 사태로 수개월째 간신히 버텨왔다. 섬세하지 못한 지침 하나에 누군가는 무너질 수 있다. 나랏일 하는 높으신 양반들은 그걸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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