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에어프레미아 딜레마, 비행기 띄워도 못 띄워도 문제
LCC 에어프레미아 딜레마, 비행기 띄워도 못 띄워도 문제
  • 고준영 기자
  • 호수 429
  • 승인 2021.02.2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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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없어 취항 일정 밀려
국토부, 취항 데드라인 연장
하이브리드 전략 독 될 수도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에는 두가지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손실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당장 띄울 만한 비행기가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입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또다른 리스크는 운항을 시작해도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띄울 비행기가 없어서 문제지만, 막상 비행기를 띄워도 문제라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에어프레미아의 딜레마를 취재했다.

에어프레미아가 취항에 성공해도 출혈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란 우려가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어프레미아가 취항에 성공해도 출혈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란 우려가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7월 항공업계에 발을 내디딘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3년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 한번도 비행기를 띄워보지 못했다. “2020년 상반기 첫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지만 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다. 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2019년 3월 사업면허를 순조롭게 발급받았다. 하지만 일종의 안전검사인 운항증명(AOC) 절차를 넘지 못했다. [※참고 : 현행법상 사업면허와 AOC 중 하나라도 없으면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사실 AOC 발급은 어려운 절차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예비검사→서류검사→현장검사의 순서를 거쳐 AOC를 발급하는데, 통상 6개월이면 절차가 끝난다. 하지만 지난해 2월 AOC 발급을 신청한 에어프레미아는 1년이 지나도록 서류검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인데, 그건 비행기였다.

공교롭게도 현재 에어프레미아엔 검사를 받아야 할 비행기가 없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으로부터 지난해 7월 새 비행기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문제가 터졌다. 코로나19 탓에 제조사 공장이 폐쇄되면서 비행기 도입이 지연됐던 거다. 

문제는 취항 지연에 따른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에어프레미아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항공사는 면허를 발급받은 이후 2년 안에 신규 취항을 하지 않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2019년 3월 6일에 면허를 취득한 에어프레미아의 데드라인은 오는 3월 5일이었다(정부 데드라인 연장 전).  

둘째는 수익 문제다. 취항을 시작하지 못한 에어프레미아의 매출은 현재 제로다. 그럼에도 임직원 급여, 외주용역비 등 운영비가 꼬박꼬박 들어간다. 이 때문에 에어프레미아는 2018~2019년 각각 10억원, 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날개 한번 펴보지도 못한 채 비상의 꿈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건 면허 취소 리스크를 한시름을 덜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국토부가 면허 취소 데드라인을 올해 말까지 연장해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한 변수가 생겼다는 점을 인정해준 거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신생 항공사가 취항 준비에 차질이 발생한 점을 고려해 조건을 변경했다”면서 “다만, 면허조건이 완화됐음에도 이행하지 않거나 재무건전성이 미흡할 경우엔 엄격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항이 늦춰질수록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와 함께 면허를 취득한 에어로케이는 지난해 12월 AOC를 먼저 발급받았지만 재무여건이 열악해진 탓에 아직까지 첫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본을 충분히 확충한 뒤 안정적으로 취항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항공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둘러 취항하는 게 능사인 것도 아니다. 여객 수요가 부쩍 줄고, 해외 여행길이 막힌 현재 상황에선 비행기를 띄운다고 수익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다. 특히 독특한 경영전략을 갖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로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중간 지점인 하이브리드항공사(HSC)를 지향하고 있다. FSC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LCC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에어프레미아는 단일 기종의 항공기만 도입해 운항ㆍ정비 효율을 높이고, 중장거리 노선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문제는 평상시라면 이런 차별화 전략이 먹혀들 수 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에선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선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취항에 성공한다고 해도 해외여행 수요가 쪼그라든 상황에선 좋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선 여행객은 전년 대비 23.7%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국제선 여행객은 무려 84.2% 감소했다. 

 

국내선 경쟁도 쉽지 않다. 일단 에어프레미아의 ‘큰 비행기’는 국내선 경쟁에선 효율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에어프레미아가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는 장거리노선 전용모델인 보잉 787-9다. 좌석수가 290석에 이르고, 최대 운항거리는 1만4140㎞에 달한다. 반면, LCC가 주로 사용하는 기종인 보잉 737-800은 좌석수가 189석, 최대 운항거리가 5130㎞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가 워낙 위축된 데다 항공사들이 국내선에 집중하면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때 중형급 항공기를 내세우는 에어프레미아의 단일 기종 전략은 운항효율을 떨어뜨리고, 운영비만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칫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실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항공사들도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물며 신생 항공사가 버티긴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더구나 새로운 플레이어가 추가되면 더 심각한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수요회복시 V자 반등을 한다”면서 “이전까지만 해도 호황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만 극복하면 항공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수급문제가 해소될 거란 국토부의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는 그 시기가 과연 언제가 될 것이냐는 점이다. 에어프레미아로선 비행기를 못 띄워도 문제, 띄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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