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 빠진 LCC 업계
기존 LCC ‘화물 운송’ 전략 실패
신생 LCC 시장 진입조차 어려워

LCC 업계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LCC는 화물 운송을 돌파구로 삼았지만 실패했고, 신생 LCC는 시장 진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국내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의 적자를 줄이는 것도 벅차 보인다. 사면초가에 놓인 LCC 업계에 해법은 없을까.

코로나19로 국제선 여행객 수가 크게 감소하며 위기를 맞은 LCC 업계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국제선 여행객 수가 크게 감소하며 위기를 맞은 LCC 업계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항공업계를 덮친 지 1년여, 꽉 막힌 하늘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 항공사가 태운 승객은 674만여명.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 여행객 수(2356만명)와 비교하면 71.4%나 쪼그라들었다.

여행객 수만 줄어든 게 아니다. 탑승률도 같은 기간 85.8%에서 72.8%로 하락했다. 여행객 수와 탑승률은 각각 항공사의 매출, 수익성과 직결된다. 벌써 1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항공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조금도 걷히지 않았다는 얘기다.[※참고: 국내선은 출발편, 국제선은 출발편과 도착편을 합산한 수치.] 


LCC, 국제선 의존도 80~90%

그런데 모든 항공사들이 울상을 지은 건 아니다.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적항공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웃은 쪽은 대형항공사(FSC)다. 지난해 1분기 657억원(별도 기준)의 영업손실을 냈던 대한항공은 올 1분기 124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손실 규모를 2082억원에서 112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대형항공사가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물’ 덕분이다. 수요가 줄어든 여객 대신 코로나19에 영향을 덜 받는 화물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게 성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2019년 1분기 6446억원이었던 화물 매출을 올 1분기 1조3530억원으로 끌어올렸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매출도 같은 기간 2992억원에서 6107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마침 코로나19로 억눌려있던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화물량이 늘어났으니 화물운송으로 방향을 튼 대형항공사들로선 호재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화물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운임은 2019년 1분기 ㎏당 1322원에서 올 1분기 ㎏당 2416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객수요에 의존했던 LCC 업계는 1분기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여객수요에 의존했던 LCC 업계는 1분기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사진=연합뉴스]

■LCC의 현주소 =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달랐다.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638억원에서 올 1분기 860억원으로 늘어났고,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간 220억원에서 449억원으로 손실이 불어났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각각 313억원에서 601억원, 385억원에서 472억원으로 영업적자 규모가 커졌다. 

LCC의 실적이 악화한 덴 이유가 있다. LCC는 주력 사업이 ‘국제선 여객’이다. 전체 매출에서 국제선 여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른다. 대형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사업 매출 비중이 60%대라는 걸 감안하면 LCC의 국제선 의존도는 유독 높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가 국제선에서 얻을 수 있는 운임 외 부가수익은 사실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LCC들이 국제선에 집중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제선 여객사업이 코로나19의 집중 포격을 맞았다는 점이다. 2019년 1분기 대비 올 1분기 국적항공사들의 국내선 여행객 수는 764만명에서 639만명으로 125만명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국제선 여행객 수는 1592만명에서 35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LCC의 국제선 운항편수 역시 같은 기간 4만2968편에서 777편으로 급감했다. 

매출의 80~90%를 차지했던 국제선 운항편수가 기존의 1.8%로 쪼그라들었으니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LCC도 대형 국적항공사처럼 화물운송의 비중을 높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거다. 

당연히 LCC 업계도 그런 전략을 썼다. 국토교통부도 거들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기존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화물 전용기 전환’과 ‘카고 시트백(여객기 좌석 위에 실어나를 수 있는 화물 전용 가방)’을 이용한 운송을 허가했다. 수익 창구가 꽉 막혔던 LCC 업계의 숨통을 텨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LCC의 화물 운송 실적은 부진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LCC의 화물 운송 총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되레 줄었다. 올 1분기 LCC의 화물 운송량은 도합 2만4001톤(t)으로 2019년 1분기 9만9891t보다 76% 감소했다.

국토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은 LCC의 ‘화물 운송 확대’ 전략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건데, 왜 이런 성적표를 받아든 걸까.[※참고: 국내 LCC는 총 9개다. 그중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한 이스타항공과 신규 취항을 앞둔 에어프레미아를 제외한 7개 업체만 통계에 반영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항공경영학) 교수는 “LCC와 대형항공사는 화물 운송의 구조부터 다르다”며 “LCC 업계의 1분기 화물 실적은 예견된 실패”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의 진단을 계속 들어보자. “화물 전용 대형기가 없는 LCC는 소형 여객기를 활용한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여객기 운항편수가 LCC의 화물 운송량을 좌우하는 셈인데, 코로나19로 운항편수가 줄어들었으니 화물 운송 총량도 감소하는 게 당연하다.” [※참고: ‘벨리 카고’란 여객기에 손님의 짐을 싣고 나서 남는 공간에 화물을 적재해 운반하는 방식을 뜻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LCC들의 운항편수(국내선+국제선)는 총 3만63편으로 2019년 1분기 6만8458편보다 56.1%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국토부에서 특별히 승인한 ‘카고 시트백’ 방식도 의미가 없다는 한탄이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LCC 관계자의 말이다. “수하물칸뿐만 아니라 빈 좌석까지 활용하는 카고 시트백이 벨리 카고 방식보다 화물 적재량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이 역시 항공기 운항 횟수 자체가 줄면서 큰 효과를 못 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LCC는 수익을 기대하기보단 인건비ㆍ공항사용료 등 고정비라도 충당하려고 화물운송을 하고 있다.” 

LCC가 화물 수익을 내기 어려운 원인은 또 있다. LCC의 ‘운항 노선’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항공사가 벨리 카고 방식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상시 운항하는 장거리 노선을 갖고 있어서다. 가령, 한 대의 여객기만으로 워싱턴ㆍ파리ㆍ멜버른 등 무역 거점 간 경유가 가능해 벨리 카고를 통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태생부터 관광ㆍ레저 목적의 단거리 노선에 집중했던 LCC는 여객 수요가 몰려있는 동남아시아에 의류ㆍ액세서리 정도의 공산품을 운반하는 게 최선이다. 대형항공사와 LCC가 같은 벨리 카고 방식을 사용해도 똑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LCC가 화물 전용 대형기로 장거리 노선까지 운항한다면 어떨까. 역시나 답은 ‘실패’다.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B777-200ER)를 보유한 진에어의 경우 지난해 말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화물 수송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진에어는 지난 2월 애써 개조한 화물기를 다시 여객기로 전환했다. 

개조한 화물기로 갈 수 있는 노선이 한 개뿐이어서 대형항공사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화물 운송으로 얻는 수익이 여객기 운임ㆍ유료 수하물로 얻는 수익보다 못하단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참고: 진에어는 지난해 10월 국토부에서 B777 기종의 화물기 전환을 승인받으며 인천~LA 노선 취항도 함께 허가받았다.]  

■운수권 따기도 힘든 신생 LCC = 더 심각한 문제는 신생 LCC(플라이강원ㆍ에어로케이ㆍ에어프레미아)다. 신생 LCC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기존 LCC에 비해 운항 노선이 적을뿐더러 그마저 코로나19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운수권 수시 배분이 언제 있을지도 불투명하다.[※참고: 2019년 처음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현재 양양을 기점으로 김포ㆍ대구ㆍ제주를 오가는 3개 노선, 올해 4월 첫 취항한 에어로케이는 청주~제주 1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7월을 목표로 김포 국내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신생 LCC가 운수권을 얻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대형항공사와 LCC들은 해마다 수익성 있는 노선을 두고 ‘운수권 전쟁’을 치른다. 이 전장戰場에서 신생 LCC가 설 자리는 없다. 운수권 배분 기준이 기존 항공사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특정 노선을 확보한 후 정해진 기간 80%의 운항률만 유지하면 ‘기득권’을 인정받는다. 안전문제 없이 운항률을 유지하면 10년 넘게 해당 노선을 독점할 수 있다.   


운수권 배분 기준 바꾼 국토부  

물론 기득권의 범위가 약간 줄어들 여지는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LCC 계획’을 추진하면서 노선을 독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국토부는 항공사업법 개정으로 기존 항공사의 기득권 범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노선을 운항하던 항공사가 이듬해 운수권을 재신청하더라도, 기존에 비행기를 운항하던 시간에 한정해 기득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어느 항공사가 인천~뉴욕 노선 중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운수권만 가지고 있다면 이듬해에도 같은 시간대의 운수권만 인정받는다. ‘오후 2시 출발’과 같은 새로운 시간대에는 기득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참고: 항공사업법 개정 전에는 새로운 시간대에도 기득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득권 범위가 줄더라도 신생 LCC 앞에 높인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크게 20가지로 분류한 ‘운수권 배분 평가 지표’ 중 신생 LCC가 이행할 수 없는 항목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노선에 대한 시장 개척 기여도’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 ‘국가 간 교류 협력ㆍ사회적 기여도’ 등의 지표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노선에 대한 시장 개척 기여도’부터 살펴보자.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항공사로선 큰 비용을 들여 새 노선을 개척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보장된 노선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점에서 신생 LCC에 ‘노선에 대한 시장 개척 기여도’는 무의미한 평가 지표다.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 역시 LCC에 유리하지 않다. LCC는 소형 여객기로 기종을 통일해 단거리 운항으로 ‘박리다매’식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천공항 환승 기여도’라는 평가 지표는 신생 LCC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가 간 교류 협력ㆍ사회적 기여도’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기준조차 없는 이 지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항공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름도 잘 모르는’ 신생 LCC으로선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기득권 유지하려는 기존 항공사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 서기관으로 운수권 배분 심의에 참여했던 이근영 한국교통대(항공운항학) 교수는 “운수권 배분 기준이 신규 LCC들에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평가 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기존 항공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예측불허의 변수에 기존 LCC와 신생 LCC 모두 갈 길을 잃었음에도 뾰족한 돌파구조차 없다. LCC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여객 수요를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그저 버티는 게 답”이라고 말한다.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속수무책 있다간 LCC들이 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제2의 이스타항공’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LCC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그 불을 끌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