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기업에 개선 기회될 수 있지만
환경 악화·이슈 극복 못해 꺾이기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고수익을 얻으려면 다양한 경영전략을 동원해 기업을 외적·내적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PEF의 투자 성과를 보기 위해 2013~2017년 사이 PEF에 인수된 기업 18곳을 살펴본 결과, 10곳은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8곳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경영참여형 PEF의 실적 성적표를 분석해 봤다. 

PEF에 인수된 후 영업 환경 악화, 내부적인 이슈 등으로 오히려 실적이 고꾸라진 기업도 숱하다. [사진=연합뉴스]
PEF에 인수된 후 영업 환경 악화, 내부적인 이슈 등으로 오히려 실적이 고꾸라진 기업도 숱하다. [사진=연합뉴스]

자! 지금부터 뻔한 경영이론을 펼쳐보자. “저평가된 기업을 키워 비싼 값에 되파는 것.”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일반적인 목표다. PEF가 다양한 전략으로 기업의 외형을 키울 뿐만 아니라 내실(실적)을 다지는 데 힘쓰는 이유다. 그래야 고수익으로 엑시트(투자 회수)에 성공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부진한 기업에는 PEF 인수가 재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영이론이 맞다면 PEF는 ‘구원자’임에 틀림없다. 돈도 벌고 쓰러질 기업도 되살려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그럴까. 이 뻔한 경영이론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PEF의 투자 성적을 보기 위해 2013~2017년 PEF에 인수된 기업 18곳의 실적을 살펴봤다. 이들 기업 중엔 인수 후 3년간 눈부시게 실적이 개선된 곳도 있지만, 언제 회복될지 모를 적자의 늪에 빠진 곳도 있었다. [※참고 : 기업 선정 기준은 ▲바이아웃 PEF가 인수한 기업 ▲투자금 1000억원 이상 기업 ▲인수 전후 3년 평균 영업이익 집계 가능 기업으로 삼았다. 실적은 모두 개별 기준이다.]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은 PEF를 새 주인으로 맞은 덕에 가치가 껑충 뛰어오른 기업이다. 아주캐피탈은 2017년 7월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이하 웰투시)에 3600억원대에 인수됐다. 이후 아주캐피탈의 영업이익은 2017년 897억원에서 2019년 1205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579억원에서 908억원으로 56.8%나 증가했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한 웰투시는 아주캐피탈을 시장에 내놨고,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5700억원대에 인수했다. 웰투시로선 2100억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주목받는 자동차용 공조시스템 업체 한온시스템(인수 전 한라비스테온공조)은 2015년 6월 2조7512억원에 한앤컴퍼니에 인수됐다. 이후 영업이익은 2015년 486억원에서 2017년 2041억원까지 3년 사이 320%나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335억원에서 2272억원까지 증가했다. 2018년엔 자동차 업계의 부진으로 실적이 꺾였지만(영업이익 618억원·당기순이익 176억원), 2019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영업이익 1219억원·당기순이익 674억원).   

반면 PEF에 인수된 이후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2015년 9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MBK)에 매각됐다.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수·합병(M&A)이었지만 이후 홈플러스의 실적은 가파르게 악화했다. 영업이익(홈플러스㈜ 개별기준)은 2016년 3091억원에서 2017년 2699억원으로, 2019년엔 1601억원까지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6년 3231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급감해 2019년이 되자 무려 -5322억원으로 내려앉았다(이상 회계연도 매년 3월 초~2월 말 기준). PEF에 넘어간 이후 기업 가치가 높아지긴커녕 이전보다 훨씬 떨어진 셈이다. 홈플러스는 실적 개선을 위해 창고형 매장 도입, 온라인 사업 강화 등으로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턴 결국 줄줄이 점포를 정리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변화하는 사업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적이 꺾인 업체들도 있다. 1세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 ‘어퓨’ 등을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4월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됐다. 문제는 인수 당시 이미 로드숍 화장품 시장이 무너지고 있었다는 거다. 게다가 2016년 하반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로 국내 화장품 시장의 큰손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급감했다. 올리브영 등 H&B스토어와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에 밀리던 차에 대외 환경까지 악화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실적에 반영됐다. 2016년 매출 3835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에서 2018년엔 매출 3083억원, 영업이익 -17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사이 회사는 각종 M&A 작업(미팩토리·제아H&B·지엠홀딩스 등 인수)과 ‘눙크(NUNC)’를 비롯한 멀티숍 론칭 등으로 반등을 노렸지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까지 터져 회복이 더디다. 

밀폐용기로 소비자에게 익숙한 생활용품업체 락앤락도 마찬가지다. 락앤락은 2017년 12월 어피티니에쿼티스(이하 어피니티)에 인수됐다. 이후 미니 공기청정기·살균기 등 소형가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종합생활용품 전문업체로 변신을 꾀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밀폐용기 시장이 정체된 데다, 새로 진출한 생활용품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탓이다.

부진한 기업에는 PEF 인수가 재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31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서(-57억원) 2019년엔 -172억원으로 주저앉았다. PEF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반등 기미를 보이곤 있지만 엑시트 시점을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어피니티가 1주당 1만8000원에 락앤락을 인수했는데, 인수 뒤 주가는 몇년째 1만원 초반대를 횡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환경 악화 극복 못하기도

기업이 PEF에서 또다른 PEF로 넘어가는 ‘세컨더리 딜(secondary deal)’ 이후 실적이 악화한 경우도 있다. 세컨더리 딜을 하면 파는 쪽은 엑시트를, 사는 쪽은 쉽게 투자를 시작하는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 2012년 두산그룹으로부터 1100억원에 한국 버거킹(법인명 비케이알)을 사들인 VIG는 3년 동안 적극적으로 버거킹의 몸집을 키웠다. 가맹점을 모집해 매장을 100개 이상 늘렸고, 신제품 출시와 홍보에 공들였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2013년 88억원에서 2015년 121억원으로 늘었고, VIG는 2016년 어피니티에 버거킹을 2200억원에 매각하며 차익실현에 성공했다. 

당시 PEF 업계는 세컨더리 딜로 돌파구를 찾은 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각 이후 버거킹의 영업이익은 2년 연속 감소했다(2016년 107억원→ 2017년 14억원).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2016년 80억원)도 적자로 돌아섰다(2017년 -41억원). 다만 2018년부턴 성장세로 돌아서며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2018년 영업이익 89억원, 당기순이익 43억원→ 2019년 181억원, 58억원).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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