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열의 부동산뒤집기

2030 젊은층이 관심을 보이면서 ‘부동산 투자’의 트렌드가 약간 바뀌었다. 변화의 골자는 젊은층이 비교적 저렴한 계약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분양받는 사례가 늘었다는 거다. 하지만 부동산의 위험요인이 저렴해진 계약금만큼 줄어드는 건 아니다. 계약금이 많든 적든 부동산은 여전히 ‘위험한 투자영역’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소액 투자를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가격 급등에 소액 투자를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손에 1억원이 있다고 치자.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1억원은 ‘소액’ 취급을 받아왔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에 주로 베팅하는 연령대는 경제력을 갖춘 40대에서 60대가 대부분이었고, 투자기간도 길었다. 월세를 받거나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올리려면 물건을 일정기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30대 이하 젊은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필자가 부동산 분양을 잘못 받은 사람들을 위해 운영하는 ‘분쟁솔루션’ 서비스를 찾아오는 의뢰인 중에도 20대가 많다. 이들의 특징은 40~60대와 완전히 다르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기 때문에 비교적 계약금이 작은 오피스텔, 섹션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다. 장기투자를 고려하지도 않는다. 프리미엄 가격(웃돈)을 얹어 파는 데 주력한다. 소위 말하는 전매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위험하진 않을까. 인천 청라 지구의 한 오피스텔을 잘못 구입해 ‘분쟁솔루션’을 찾아온 유재연(29·가명)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유씨는 사은품을 준다는 호객 행위에 이끌려 찾아간 분양 사무실에서 1억5000만원짜리 오피스텔 2채(인천 청라지구)를 분양받았다. 계약금은 분양 금액의 10%였고 신용대출로 마련했다. 언뜻 봐도 유씨가 무리한 투자를 강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사두면 건물이 완공되는 시점에 프리미엄을 최소 2000만원가량 붙여 전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나도 3채를 샀다”는 분양상담사의 말을 유씨가 유독 신뢰했던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유씨가 투자한 이후 분양상담사는 연락을 끊었고, 오피스텔은 10% 할인가격에 내놔도 팔리지 않았다. 시행사는 “오피스텔 잔금을 기일 안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유씨의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투자는 복잡하다. 무엇보다 대출(중도금) 행위가 수반된다. 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잔금 연체료도 물어야 한다. 끝까지 잔금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개발이 이뤄지니 되파는 건 문제 없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잘되는데 안 팔릴 리가 없다”는 말을 쉽게 믿어선 안 되는 이유다. 일단 계약금을 내고 계약서를 쓰면 되돌리기는 어렵다.

사실 유씨의 피해는 새삼스럽지 않다. 사회 초년생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과하게 올라 부동산을 사지 못한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숱한 미디어가 부동산 가격 상승, 주식 폭등, 비트코인 폭등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세상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도 문제다. 언제쯤이면 일한 만큼 벌어도 행복한 세상이 올까. 그렇다면 유씨와 같은 피해 사례도 없을 텐데, 참 아쉬운 시절이다. 

글=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co_eunyu@naver.com | 더스쿠프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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