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블랭크의 동네 공원 다시 보기
주민 위한 코로나19 백업 공간

코로나19는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여가·문화 활동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가 갖고 있는 가치를 실감하게 했다. 가톨릭대의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소셜리빙랩’ 강의에 참여한 세 청년들도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여가·문화생활의 가치를 따졌다. 블랭크팀으로 뭉친 이들은 코로나19로 바깥 생활이 어려워진 지역 주민들을 위해 흥미로운 ‘공유공간’을 만들 계획을 세웠고, 실행 방안을 고찰했다. 더스쿠프(The SCOOP) 소셜기록제작소가 블랭크팀의 아이디어를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주민들을 위한 실외 활동 공간이 더 절실해졌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주민들을 위한 실외 활동 공간이 더 절실해졌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문화·여가생활을 향한 갈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0년 12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원하는 활동으로 여행·문화·사교활동을 차례로 꼽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먼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동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 코로나19에서 기인한 문화·여가생활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2020년 9월 가톨릭대학교에는 사회혁신융복합전공 교과목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소셜리빙랩’ 강의가 개설됐다. 이 강의에서 만난 서영은, 오현우, 윤선주 학생은 ‘블랭크’라는 이름의 팀으로 뭉쳤다. 세 학생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공간이자 부천시 역곡동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참고: 블랭크는 빈 공간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만든 팀명이다.]

블랭크팀이 주목한 건 ‘도시재생’이다. ‘벽화’ 따위를 그려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자는 게 아니었다. 외부 사람이 좋아할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이들은 뜻을 모았다. 

물론 역곡동에 그런 공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홍보가 부족한 탓에 주민들의 ‘공유공간’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모르는 장소가 많았다. 한 예로 역곡동의 공유부엌은 인터넷 예약만 가능해 고령층이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블랭크팀이 눈여겨본 곳은 ‘은빛어린이 공원’이었다. 인근에 작은 아파트 단지가 많아 주민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데다, 마침 가톨릭대학교와도 가까웠다. 블랭크팀은 현장을 탐방했다. ‘은빛어린이공원’에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블랭크팀 세 학생은 직접 찾아가 관찰을 시작했고 특이한 점을 하나 알아냈다. 윤선주 학생의 말이다.

“공원에는 어린이, 어린이의 부모,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오지만 빠진 세대가 하나 있었어요. 다름 아닌 청년이었죠.” 

부천시 역곡동에 청년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부천시 부천동엔 20대 인구가 전체의 14.3%(올 3월 기준)를 차지한다. 가톨릭대 성심교정에도 7000여명의 재학생이 있다.[※참고: 역곡동은 행정구역상 부천동에 속한다.]

 

블랭크팀은 ‘공원에 오지 않는 청년들’을 문화 자원으로 봤다. 이들을  ‘은빛어린이공원’에 모이도록 만드는 동시에 기존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문화시설을 구축한다면, 문화·여가생활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듯했다.

블랭크팀은 역곡동 주민대표 회의와 SNS로 소통하며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주민과 청년들이 원하는 공유공간은 ‘복합문화시설’로 수렴됐다. 

‘은빛어린이공원’의 총면적은 2974㎡(약 901평)다. 블랭크팀은 이곳에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공유공간을 구상했는데, 대표 공간은 ‘텃밭’이다. 코로나19로 집밖에서 여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층이 선호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가드닝(gardening)’에 관심을 갖는 청년층이 늘었다는 점도 ‘텃밭’을 구상하는 데 한몫했다.
 
가족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작은 영화관’도 공유공간에 넣었다. 다른 지역에서 실시했던 프로그램 중 역곡동 주민과 청년의 호응이 높아 벤치마킹했다. 일부 공간은 자유로운 용도로 쓰기 위해 ‘빈(blank)’ 상태로 뒀다. 실내 공간에선 뜨개질이나 오일 파스텔 같은 원데이 클래스(One day class)를 진행하고, 실외 공간은 정자처럼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블랭크팀은 이렇게 구상한 공간계획을 주민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평가를 받았다. 주민 대부분은 동네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생긴다는 점을 반겼지만 한계점을 꼬집는 이들도 있었다. 도시재생을 할 땐 주민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거였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은빛어린이공원’에 건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블랭크팀은 “역곡동 주민 대표님으로부터 성심 고가 하부나 재건축되는 은성아파트 부지를 추천받았다”면서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공유공간’이 만들어지면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문화·여가활동의 갈증을 안전하면서도 흥미롭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에 공유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시도는 계획에 그쳤다. 그러나 블랭크팀은 공유공간의 가능성을 찾아냈고,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도 확인했다. 청년들이 찾아낸 건 도시재생의 오답이 아닌 힌트였다. 부천시와 기성세대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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