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영 개인전展

‘비누 조각가’ 신미영 작가가 새로운 소재로 작업한 신작 50여점이 전시됐다.[사진=씨알콜렉티브 제공]
‘비누 조각가’ 신미영 작가가 새로운 소재로 작업한 신작 50여점이 전시됐다.[사진=씨알콜렉티브 제공]

비누 하나로 서양 고전 유물의 권위와 가치를 비틀어온 ‘비누 조각가’ 신미영 작가가 새로운 실험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를 주제로 신작 50여점을 공개한 신미영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는 ‘이색적이게도’ 비누향이 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누 조각가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이번 작품들 중엔 비누로 만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비누 대신 전시장을 가득 채운 소재는 제스모나이트(Jesmonite)다. 제스모나이트는 인체에 유해한 레진의 대안으로 개발된 신소재로, 돌ㆍ금속ㆍ플라스틱 같은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신 작가는 폐고무판과 스티로폼, 유리판 위에 물감을 뿌려 일종의 거푸집을 만든 뒤, 제스모나이트에 돌가루ㆍ철가루ㆍ금박ㆍ은박 등을 섞어 넣는 작업을 통해 색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서로 다른 소재들이 만들어낸 질감에 우연성이 더해진 결과물로, 비누로 조각한 작품들에선 볼 수 없었던 변화다. 

이번 개인전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30년여 동안 한국과 해외를 오가면서 활동한 신 작가의 예술 실천에 관한 고민과 열정이 담겨 있어서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전히 작업실에만 머물며 또다른 시각언어를 추적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 결과, 고전 유물에서 현대도시건축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일상의 흔적을 재해석한 작품 50여점을 탄생시켰다. 

오세원 씨알콜렉티브 디렉터는 “이전 작품들이 미술관에 박제된 권력과 제도화된 역사적 산물들을 비누로 번역ㆍ해체해 변화하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면, 이번 신작은 오랜 건물의 외벽 같은 개인의 켜(층)를 박제해 가치를 드러내고, 동시에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해 동시대 추상의 아이러니한 의미를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는 작가로서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에 있었던 것을 새로이 해석함으로써 고정관념으로부터 해방돼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가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 작가의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씨알콜렉티브에서 5월 29일까지 열린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