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 ‘회천回天’展

➊황지330, 캔버스에 유채, 227×130㎝, 198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➋식사, 캔버스에 유채, 91×117㎝, 1985, 개인 소장 ➌드러난 얼굴, 캔버스에 머리카락, 162.2×130.3㎝. 2017, 개인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➊황지330, 캔버스에 유채, 227×130㎝, 198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➋식사, 캔버스에 유채, 91×117㎝, 1985, 개인 소장 ➌드러난 얼굴, 캔버스에 머리카락, 162.2×130.3㎝. 2017, 개인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어두컴컴한 갱도 안. 쪼그려 앉아 동료의 헤드랜턴에 의지해 석탄가루가 내려앉은 도시락을 먹는다. 황재형 작가의 ‘식사(1985)’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그는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3년 동안 일하며 그 경험을 화폭에 담았다. 화단의 주목을 받던 1980년대 초반 “미술이 사회적 변화의 수단이 되려면 직접적인 경험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강원도에 정착해 광부로 살았다.

건강상의 이유로 광부 생활을 3년 만에 접긴 했지만, 이후에도 그는 고단한 광부들의 삶을 대변하는 데 집중했다. 탄광촌의 폐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철망이나 비정형의 합판을 캔버스로 활용했다.

폐광촌과 강원도의 풍경 속에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온 황재형 작가가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도 회복을 꿈꾸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황재형: 회천回天’ 전시는 ‘광부와 화가’ ‘태백에서 동해로’ ‘실재의 얼굴’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탄광촌의 노동자와 주변인들의 인물 초상, 2부에서는 탄광촌과 강원도의 대자연을 소개하고 있다. 3부에서는 탄광촌 광부들의 주변 풍경은 물론 세월호, 국정농단 사건 등 동시대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선 1980년대 천착했던 주제를 머리카락을 이용해 새롭게 풀어낸 시도도 엿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드러난 얼굴(2017)’이다. 이 작품은 2002년 유화로 그랬던 ‘광부초상’을 다시 풀어낸 작업으로, 머리카락을 이용해 면과 선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가 머리카락을 재료로 사용하는 건 머리카락을 삶이 기록된 필름이자,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유화보다 몇배 많은 작업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탄생한 작품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 사실적으로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 외에도 ‘내 땅을 딛고서(2016)’ ‘기다리는 사람들Ⅱ(2016)’ ‘나한정에 부는 바람(2017)’ 등을 머리카락으로 작업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황재형이 그려낸 사실적인 인물과 초역사적 풍경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리얼리즘의 진면목과 함께 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 22일까지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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