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vs 부동산 시장 감독 필요 없나

2020년 11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여당의 발의안에 야당은 거칠게 반대했고, 결국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지자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라는 반감은 여전히 숱하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과연 필요할까.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를 놓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란 주장과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를 놓고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란 주장과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0년 큰 이슈를 끌지 못했던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반년 만에 공론화한 건 LH 신도시 투기사건 탓이다. 주택·토지를 담당하는 공기업 직원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사들였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관련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국회의원들도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4월 22일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역할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의무 신고된 매매·임대차·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고 분석한다. 필요하면 금융기관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의심되는 거래는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과연 설립하는 게 맞을까.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을 만나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필요한 이유를 물었다. 

✚ 이미 국세청도, 금융감독원도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 
“왜 반대 생각은 안 하나. 국세청도 있고 금감원도 있으니 부동산거래분석원도 필요하지 않겠나. 금융거래에서 이상異狀 신호가 파악되면 금감원은 이걸 분석하고 금융기관에 제재를 요청하거나 수사기관에 의뢰한다. 이런 기관이 금융시장에는 있고 부동산 시장엔 없다.” 

구본기 소장은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부동산거래분석원 같은 공적 감독기관은 진작에 설치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76.4%다. 

✚ 금융감독원 업무 범위를 넓혀서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봐도 되지 않나. 
“업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어려울 거다.”

✚ 똑같이 돈을 추적하지 않나.
“금융 거래나 부동산 거래나 현금 흐름을 따라간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 차이점이 있나.
“무엇보다 등기부등본의 행간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른바 ‘꾼’들이 부동산 제도의 허점을 어떻게 악용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 예컨대, 차명거래나 전입신고를 다르게 해서 1가구 다주택을 회피하는 일들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 금감원도 찾지 못하는 허점을 부동산거래분석원에선 할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라면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 그 맥락이라는 게 뭔가.
“등기부등본과 전입신고 정보를 함께 보면 부부·형제·동거인 등의 관계를 유추해낼 수 있다. 이게 ‘맥락’이다. 이들 사이에서 부동산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를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거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맥락을 찾아내기 힘들다.” 

✚ 금융감독원도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물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아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

✚ 하지만 한달 토지거래만 30만건에 이른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생기더라도 꼼꼼하게 볼 수 있겠나.
“지금 금융 거래량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가. 상상 이상이다. 그럼에도 감독하고 있지 않나. 부동산 거래보다도 증권 거래량이 훨씬 많다.” 

✚ 부동산거래분석원만으로 방대한 토지거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가. 
“현금 흐름을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거래대금은 어떤 방법으로든 계좌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 현금을 인출해서 거래한다면 못 잡아내지 않나.
“이건 수사의 문제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아니라 금감원도 갖고 있는 한계다.” 

✚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되면 LH 신도시 투기사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부동산 거래를 분석하는 기관이 생기면 ‘상시 감독’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이상거래가 줄지 않겠나. 사실 금융 거래도 상시 감독하고 있다. 이렇게 금융은 상시 감독기능이 있는데 부동산은 손을 놓고 있던 거다.” 

✚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만큼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거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개혁’이다. 없던 걸 새로 만들어야 한다. 관료들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었을 거다.”

✚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설치를 막아온 게 ‘관료주의’였다는 건가. 
“당연하다. 하지만 하나 더 있다.”

✚ 뭔가. 
“LH 신도시 투기사건을 보자. 이런 사람들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생기는 걸 반기겠나. 부동산 상시감독기관이 생겼을 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은 당연히 반대할 거다.”

✚ 하지만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멀리 갈 것 없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일을 한다. 금융감독원도 개인 거래를 들여다본다. 부동산 거래를 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일정 금액 이상의 토지담보대출이 발생하면 이를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은행 업무만 과중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은행 실무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은행이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은 항상 나왔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토지담보대출이 발생했을 때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보고하는 일이 새로운 것도 아니다. 프로세스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그 돈의 용처用處를 은행에 제출하고, 은행은 실제로 그곳에 돈이 쓰이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되더라도 업무 부담이 과중하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 사실 걱정되는 건 또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의 ‘퇴직 후 직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퇴직 이후 입사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면 된다.”

✚ 그런 제도가 적용되는 LH도 내부 비리가 터지지 않았나. 부동산거래분석원에서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동산·토지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을 통제하는 건 감사기관의 몫이다.” 

✚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설립된다면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채용될 공산이 크다.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 될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국회의 역할과 제도적 힘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숱한 비리가 터진 건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무리 감독해도 비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 않나. 
“부동산거래감독원이 없을 때 발생하는 부정거래 100건이 있다고 치자. 거래분석원이 생기면 이 100건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과 관련한 국민적 관심도 크고 그만큼 실수에도 민감해졌다. 국회도 해당 기관을 감사할 때 더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