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유형들
고수익으로 유혹하는 사기들
사기범죄 1.67분당 1건 발생

사기범죄가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지 아는가. 1.67분당 1건이다. 지능범죄까지 포함하면 1.38분당 1건으로 짧아진다. 그만큼 사기범죄 발생률이 높다는 건데, 더 무서운 건 ‘다양성’이다. 대출·주식·부동산은 물론 가상화폐에서도 금융소비자를 노리는 사기꾼이 득실댄다. 돈이 있는 곳엔 그들이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금융사기 유형을 분석했다.

터무니 없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터무니 없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사진=연합뉴스] 

1.67분=140.2초. 스포츠 경기의 기록이 아니다. 2019년 사기범죄 1건이 발생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1년 2.32분이었던 사기범죄 시계는 2019년 1.67분으로 더 빨라졌다.

다른 범죄와 비교해도 매우 빠르다. 2019년 기준 폭력범죄는 1.83분, 절도범죄는 2.01분을 기록했다. 강력범죄는 19.85분마다 한건씩 발생했다. 모두 사기범죄(1.67분 당 1건)보다 느렸다. 사기범죄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은 교통범죄(1.39분)가 유일했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참고: 다만, 사기범죄가 포함된 지능범죄로 범위를 확대하면 1.38분에 사기범죄 한건이 터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가 사기범죄라는 것이다.]


전체 발생 건수도 가파른 증가세다. 2010년 20만5913건이었던 사기범죄 발생 건수는 2013년 27만2664건으로 치솟았다. 이후 증가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2018년(27만8566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9년 31만3593건으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859건의 사기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사기피해 금액도 천문학적이다. 김웅(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연도별 사기 피해 금액 및 주요 사기 범죄 적발현황’에 따르면 2018년 10조7608억원이었던 사기범죄 피해금액은 2019년 24조2144억원으로 125%(13조4536억원)나 증가했다.

사기범죄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부동산·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사기를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혹자는 사기는 나이 많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나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오산이다. 2019년 사기범죄 피해자 중 50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65.7%를 기록했다(대검찰청).

특히 사기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편승한 사기가 보편화하고, SNS 등을 이용한 사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더스쿠프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기 수법을 살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출 사기 = 저금리 대출, 대환대출, 정부자금지원 통합채무 등을 미끼로 하는 사기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대출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다. 무엇보다 ○○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사칭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대부분 대출을 빌미로 수수료·보증료 등의 비용을 요구한다. 대환대출 사기는 좀 더 교묘하다.


대환대출한 금융소비자에게 ‘일정기간 대환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 대출의 계약을 위반했다고 통보해 돈을 뜯어낸다. 대출이 막힐 걸 우려한 금융소비자가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끝이다. 참고로 대환대출은 ‘온라인’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선 고객이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 이 사실만 알아도 대환대출 사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주식투자 사기 =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식 투자 열풍 탓인지 관련 사기수법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것은 리딩방 사기다. 급등주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을 빌미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내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돈을 입금하는 순간 잠적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로 피해를 봐도 금융소비자는 손쓸 방법이 많지 않다. 환불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데다 법적 소송을 걸어도 ‘투자 실패’로 몰리는 경우가 십상이다.

각종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사건도 급증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종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사건도 급증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버리지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자에게 접근해 투자금의 10배를 빌려주겠다는 말로 투자자를 꾀어내는 수법이다. 이를 위해 가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활용하는 사기꾼도 적지 않다.

최근엔 공모주 투자 열풍에 올라탄 비상장 주식 투자 사기도 증가세다. 사기꾼들은 비상장 주식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꼬드긴다. 비상장 주식을 적정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거나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하는 방법을 쓴다.

혹자는 ‘운 좋게 상장에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항상 대박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다. 가령, 공모주 투자 열풍에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빅히트(현 하이브)의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30만원대에 거래됐다. 하지만 회사의 상장 이후 최고가는 27만6000원(4월 7일 종가 기준)에 머물렀다. 비상장 주식은 대박을 노리고 섣불리 뛰어들 투자처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사기 = 4월 13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8000만원을 웃도는 등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이를 악용한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수법은 주식투자와 비슷하다. 사기꾼은 상승세를 탈 코인을 찍어주고 금전을 요구한다. 이보다 더 위험한 건 가상화폐 상장 사기다.

사기꾼들은 “언제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한다” “상장 전 소수에게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다” “어디 ○○거래소가 직접 상장하는 코인이다” 등의 말로 투자자를 현혹한다. 이들 대부분은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으면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 실제로 가상화폐 관련 사기가 극성을 부리자 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나서 사기 유형을 안내하고 투자자의 주의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부동산 사기 = 부동산 투자사기도 유의해야 한다.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개발 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기획부동산 사기는 물론 개발 호재를 이용한 분양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상가 분양권 전매 사기, 이중계약 등 사기수법도 다양하다. 상가 사전 분양도 조심해야 한다. 바닥 면적이 3000㎡(약 907.5평)를 넘는 경우 시행사가 맡긴 신탁회사에 분양대금과 사업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투자자를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이 적지 않다.

이처럼 다양한 사기가 투자자와 금융소비자를 노리고 있다. 이런 사기에 말려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눈과 귀를 홀리는 광고와 수익률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사기는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은행예금의 몇배’ ‘원금의 몇배’ ‘저금리를 이겨낼 고정 수익’ 등 혹하게 하는 광고를 보거나 투자제안을 받는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한 투자 권유는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며 “한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는 없다. 만에 하나 그런 투자처가 있다손 치더라도 나에게까지 투자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은 제로다. 이를 잊는 순간, 당신도 사기꾼이 던진 망에 포획될지 모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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