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리마인드20팀의 식생활 개선 앱
앱으로 사회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오늘 난 뭘 먹었더라?’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가계부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늘 먹은 음식을 다시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을 거다. 아침에 잠 깨려고 들이켠 커피, 바빠서 건너뛴 점심, 허겁지겁 저녁으로 먹은 햄버거…. 바쁜 일상에 건강과는 먼 식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이렇게 식사를 때운다고 ‘싼 것’도 아니다. 식사는 식사대로 대충 하고, 돈은 돈대로 더 많이 내는 경우가 숱하다. 3명의 청년들이 이런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섰다. 다름아닌 ‘투데잇(Today-Eat)’ 앱을 통해서다.

리마인드20팀은 식품 가계부 ‘투데잇’으로 청년들의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마인드20팀은 식품 가계부 ‘투데잇’으로 청년들의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니?”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청년이 몇이나 될까. 특히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혼자 사는 1인가구 청년들에게 제때 끼니를 챙겨 먹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는 건강문제만 유발하는 게 아니다. 편하고 빠른 ‘배달음식’을 사먹다보면, ‘경제의 건강함’도 잃을 수 있다. 장을 보는 등 식비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가톨릭대가 개설한 ‘사회혁신융복합 캡스톤디자인:소셜벤처’에서 ‘RE: mind20(리마인드20)’팀으로 뭉친 가톨릭대 김건우·박지휘·염나경 학생은 20대 청년들의 식생활 문제에 주목했다. ‘영양’이란 기본 이슈뿐만 아니라 ‘비용’이란 새로운 아이템에도 초점을 맞췄다.[※참고: ‘RE:mind20는 20대를 상기하자는 뜻이다.] “저희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끼니를 아예 거를 때도 있고, 몇끼씩 먹을 때도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월말에 통장 잔고를 보면 배달음식을 줄여야겠다는 반성도 많이 했고요.” 

실제로 청년들의 식생활엔 문제가 적지 않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9년)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식사한다”고 답한 청년(20·30대)은 전체의 51.6%에 불과했다. 

영양 불균형도 심각했다. 20대(이하 19~ 29세) 남성의 39.2%는 에너지 섭취분율이 ‘부족’했고, 21.3%는 ‘과잉’ 상태였다. 여성의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20대 여성의 45.8%가 에너지 섭취분율 ‘부족’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도 식비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 대비 식품지출액이 증가했다”고 답한 청년(20·30대)은 26.7%에 달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먹은 음식을 매일 알아서 정리해주는 가계부는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공유한 리마인드20팀은 이를 ‘애플리케이션(앱)’에 탑재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영양분을 알려주는 ‘건강앱’을 생각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유사앱이 너무 많았다.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고, 리마인드20팀은 ‘영양정보와 함께 식품소비패턴 정보를 제공하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식품영양학 교수·창업전문가 등 멘토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 결과였다. 

염나경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교수님의 조언이 도움이 됐어요. 식품소비패턴을 분석하는 데 집중해 과도한 식비 지출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하셨죠.” 이런 과정을 통해 생각해낸 앱이 식품 가계부 ‘투데잇(Today-Eat)’이다.

앱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앱에 자신의 카드정보 등을 등록한다. 이후 카드사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결제정보에서 ‘식품 카테고리’를 떼내 식품구매내역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패턴을 점검하고, 덜 소비한 식품군이나 제품을 제안받을 수도 있다.

박지휘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투데잇’ 앱의 목적은 ‘과도한 식비지출을 막는 것’과 ‘사용자가 골고루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식품 관련 건강정보와 경제정보를 모두 제공하는 셈이죠.” 

관건은 이런 앱의 수요가 있느냐였다. 리마인드20팀은 ‘해당 앱을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앱에서 보내는 경고 메시지 등을 통해 식습관 개선할 수 있을지’ ‘앱에서 식품을 추천한다면 구매 의향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만들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톨릭대 학생 등 5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긍정적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76.3%가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앱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도 고민거리였다. 김건우 학생은 “앱을 무료로 배포한 후 어느 정도 안정화하면 부분적으로 서비스를 유료화하거나, 추천 기능을 통해 식품업체나 식당 등을 입점시키고 추후에 적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갈길이 멀다. 무료일 때 인기를 끌었던 앱 중에선 ‘유료화 이후’ 사라진 게 숱하다. 적정한 수수료를 정하는 것도 오랜 숙의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리마인드20팀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투데잇을 고도화한다면 청년들의 건강문제와 경제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앱을 통해 사회문제도 해결하는 시대가 오는 거죠. ‘투데잇’ 앱이 그 역할을 하면 더없이 좋겠어요.” 

리마인드20팀은 투데잇 앱을 고도화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이들은 도전을 시작했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도전하지 않는 자에겐 기회도 없으니 말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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