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민과 재환展

➊주재환, 짜장면 배달, 1998 ➋주호민,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中 부분, 2021 ➌주호민, ‘신과 함께-저승편’ 中 죽어서야 로얄층, 2010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➊주재환, 짜장면 배달, 1998 ➋주호민,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 中 부분, 2021 ➌주호민, ‘신과 함께-저승편’ 中 죽어서야 로얄층, 2010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재치 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해온 미술작가 주재환.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작가 주호민. 미술과 웹툰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부자父子 관계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호민과 재환’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아버지와 아들, 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나누는 일종의 대화다. 두 사람이 상대의 작업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미지의 상상력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주재환은 한국 미술계의 원로작가다. 그는 일상에서 버려진 사물들을 콜라주(collage·화면에 종이·인쇄물·사진 따위를 오려 붙이는 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일) 방식으로 조형적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그는 종종 작품에 텍스트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작품의 제목이 되거나 작품 해석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의 아들 주호민은 1.5세대 웹툰 작가다. 2010년 연재한 ‘신과 함께’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주호민이 그려내는 만화는 자극적인 설정 없이도 적절한 유머와 담담한 어조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끈다. 최근엔 웹툰 작가로 한정하지 않고 유튜브와 트위치 채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유튜버 스타일로 아버지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주재환 월드컵 16강’ 영상을 제작, 기존 미술계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통 방식을 시도한다. 도슨팅에 직접 참여한 것도 흥미롭게 경험해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온 부자의 세계관은 전시장 2·3층의 뚫린 공간에 전시된 ‘계단에서 뭐하는 거지’로 연결된다. 이 작품은 주재환의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주호민이 만화적으로 재해석한 것인데,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백지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현대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부자의 대화를 통해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가 세대를 거쳐 어떻게 진화하고, 매체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발현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시를 소개했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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