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비건 위해 나선 비덩할멍팀
‘원스톱 쇼핑 앱’ 아이디어 제시

밥 한끼 먹기 위해 두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고, 칫솔 하나 사기 위해 하루 종일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야 한다면 어떨까. 유별나 보이지만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흔한 일상이다. 가톨릭대 사회혁신융복합전공 교과목 ‘소셜벤처 캡스톤디자인 : 비즈니스 모델링’에서 뭉친 비덩할멍팀(김동한·성원형·조소연 학생)은 비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스톱 쇼핑 앱’이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비건을 위한 원스톱 쇼핑 앱을 제안한 비덩할멍팀의 김동한(왼쪽)·성원형 학생. [사진=천막사진관]
비건을 위한 원스톱 쇼핑 앱을 제안한 비덩할멍팀의 김동한(왼쪽)·성원형 학생. [사진=천막사진관]

✚ ‘비덩할멍’이라는 팀명이 독특합니다. 무슨 뜻인가요?
성원형 학생(이하 성원형) : “사실 저희가 처음 구상했던 건 할머니들이 만든 채식 도시락을 정기 배송하는 모델이었어요. 그래서 ‘비덩’과 할머니를 합쳐 ‘비덩할멍’이라고 지었죠.”

비덩이란 고기를 덩어리째 먹지 않는 채식 방법인 ‘비非덩어리 주의’를 뜻하는 신조어다. 비덩은 육안으로 구별 가능한 고기는 거부하되, 고기를 우려낸 육수나 양념 등의 ‘동물성 식품첨가물’은 섭취한다.  

✚ 채식 도시락에서 비건(veganㆍ채식주의자) 앱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원형 : “어떻게 식단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다 조언을 얻기 위해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을 찾아뵙게 됐어요. 그때 교수님께서 앱을 활용해보라는 제안을 해주셨죠.”

김동한 학생(이하 김동한) :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본격적으로 자료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비건 앱들이 ‘음식’ 정보에 치우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조소연 학생(이하 조소연) : “주변에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친구들을 보면 옷이나 사용하는 물건까지 비非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을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기존 비건 앱에는 음식 정보만 수두룩하고, 정작 생활용품 관련 정보는 부족해서 의아했죠.” 

✚ 그래서 주제를 ‘비건 종합 플랫폼’으로 확장한 거군요.
조소연 : “네, 맞아요. 해외 시장을 조사해도 비건 용품을 판매하는 웹 사이트는 있지만 음식ㆍ의류뿐만 아니라 청소 용품이나 뷰티 제품까지 모아둔 앱은 없더라고요.”   

기존 비건 앱은 음식 정보에 치중해 다른 상품에 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존 비건 앱은 음식 정보에 치중해 다른 상품에 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의외네요. 그동안 국내 비건들은 어디에서 물건을 사고 정보를 얻었을까요? 
조소연 : “직접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때그때 판매처를 알아본 다음 제품 소재나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거죠. 가령, 샴푸가 필요하면 시중에 파는 ‘친환경 샴푸’가 비건에 적합한지 성분 하나하나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식이에요.”   

김동한 : “앱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비건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쇼핑을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물었죠. 그렇지 않아도 선택의 폭이 적은데, 매번 제품 정보를 알아봐야 해서 번거롭다는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 비건 제품의 정보 자체가 부족한 거군요.  
조소연 : “맞아요. 시중에 파는 일반 제품 중엔 성분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숱해요. 식당도 마찬가지죠. 비건 친구들과 일반 음식점에 가면 사장님한테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수밖에 없어요.”

성원형 : “문제는 비건 전용 식당이나 상점조차 신뢰도가 낮다는 거예요. 비건 전용 마켓은 ‘비건 인증마크’라는 걸 사용하는데, 공식적인 인증기관이 따로 없어요. 판매자별로 자기들 기준에 따라 인증마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데,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되레 문제가 생길 때도 있죠.”

✚ 비건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숙고한 다음 앱을 만들었다는 거군요. 앱 이름을 ‘BE건강’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요? 
조소연 : “네, 저희가 만든 앱이 비건의 실생활과 건강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BE건강’이라 지었어요.” 

✚ ‘BE건강’ 앱의 구체적인 기능이 궁금합니다. 
김동한 : “비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 모은 ‘오픈마켓’을 목표로 했어요. 앱 하나로 제품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가격 비교까지 가능하도록 했죠. 쇼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성원형 : “구매 알고리즘을 활용한 ‘제품 추천 기능’도 계획했어요.”

조소연 : “멤버십을 활용한 정기구독 서비스도 포함했습니다. 멤버십 회원에게는 할인 혜택,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 실제 비건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동한 : “그동안 왜 이런 앱이 없었을까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출시한다면 굉장히 편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성원형 : “1년에 한번씩 열리는 ‘비건 페어’를 찾는 것도 관련 상품을 한곳에 모아둔 쇼핑몰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비건 종합플랫폼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뜻이었죠.”

✚ 수익 모델도 고려해야 했을 텐데요.
성원형 : “맞아요. 멤버십 제도를 운영해 월회비ㆍ연회비를 받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요.”

조소연 : “그래서 다른 오픈마켓의 수익모델을 참고했어요. 플랫폼에 입점하는 업체로부터 이용료를 받는 한편, 수익도 분배할 계획을 세웠죠.”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성원형 : “플랫폼 입점업체를 ‘BE셀러’와 ‘BE파트너’로 나눴어요. ‘BE셀러’로 참여한 판매자는 사입, 배송, CS(customer satisfac tion) 업무 비용을 직접 부담해요. 대신 전체 수익의 90%를 가져가죠. 반면, ‘BE파트너’는 모든 유통비용을 플랫폼에서 부담하는 모델이에요. 전체 수익의 70%를 플랫폼이 가져가고, 남은 30%가 판매자의 몫이 되는 구조입니다.”

✚ 판매 업체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동한 : “비건 페어를 방문했을 때 판매 업체 관계자들을 많이 만났어요. 수익 구조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저희 앱이 판매 채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죠.”

조소연 : “이제 막 시작하는 업체들이 많은 만큼 홍보가 절실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BE건강’ 앱에 입점하는 업체들에 홈페이지 무료 광고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새로 추가했어요.” 

✚ 그렇군요. 하지만 정보의 신뢰도 문제가 남아 있는데요.
조소연 : “국내에서는 보통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인증받은 제품을 판매하는데, 기준이 까다로워서 등록된 상품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방향을 선택했죠.”

성원형 : “판매자가 제품에 직접 인증마크를 부여하려면 성분 분석을 할 수 있는 연구소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희는 ‘비건 생활 연구소’라는 기관과 협력을 통해 인증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성을 높이자는 계획을 세웠죠.”

✚ 인증마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김동한 : “물론 그렇지는 않죠. 실제로 앱을 출시한다고 해도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 기울여야 할 듯합니다.”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성원형 :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하루 동안 채식에 도전했어요. 평소에 자주 찾던 편의점과 빵집에 갔는데 먹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일상에서 비건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소연 : “생각보다 비건 전용 상품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미국 같은 경우는 그래도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있거든요. ‘BE건강’ 앱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상품의 종류도 더 많아질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김동한 : “저는 학과 수업에서 이론으로 배웠던 것들을 실제 사례로 기획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창업의 현실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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