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Talk Car
공허한 탄소제로화 선언
전기차 전환은 장기전
내연기관차부터 잡아야

세계적으로 ‘탄소제로화’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각국이 내연전기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건 그 일환이다. 우리나라의 기조도 같지만 문제가 있다. 국민이 내연기관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갈아타기만을 기다린다는 점이다. 기존 내연기관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탄소제로화’ 선언은 공허할 뿐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탄소제로화’를 위해서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를 줄여야 한다.[사진=뉴시스]
‘탄소제로화’를 위해서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를 줄여야 한다.[사진=뉴시스]

정부도 기업도 ‘탄소제로화’를 선언하고 있다. 최근엔 지자체까지 가세했다. 해외에선 이미 탄소제로화를 위한 정책들을 발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거다. 핵심은 단연 전기차다. 곳곳에서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해야만 탄소제로화를 실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은 갈 길이 멀다. 전기차 보급속도는 빨라지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약 2456만대) 대비 비중은 0.6%(약 15만대ㆍ이하 올해 4월 기준)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75만대)와 수소차(1만3640대)까지 합쳐도 고작 3.7%다. 96.3%에 달하는 2300만여대의 내연기관차들이 여전히 도로를 누비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탄소제로화’는 묘연하다. 

물론 정부는 다양한 규제 정책과 인센티브 정책을 병행하면서 자동차 전환을 이끌고 있다. 배기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디젤차에 관한 규정들이 대표적이다. 환경개선 부담금 강화, 폐차 지원, 노후 디젤차의 매연저감장치 장착 의무화, 배출가스 기준 5등급 자동차의 도심 진입 금지 등이다. 

문제는 그렇게만 하면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다음으로 큰 재산목록 중 하나인 자동차는 쉽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10년 주기로 돈을 모으고, 고민을 거듭해 구입하는 게 자동차다. 

더구나 탄소제로화는 국내 경제 발전에 역행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고려할 것들도 많다. 내연기관차를 없애기 전에 부품사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규제와 인센티브만으로 자동차 시장의 대전환을 유도하기란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제로화’ 선언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운행 중인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거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2003년 적극적으로 진행된 에코드라이브(친환경 경제운전) 캠페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서로 자기 사업이라고 우길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섰던 캠페인이다. 비록 캠페인이 단기 이벤트로 끝나면서 열기가 냄비 식듯 식어버렸지만, 장기 이벤트로 충분히 이끌어갈 만하다.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에코드라이브를 하면 양보와 배려의 운전문화도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다.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에코드라이브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던 공회전 제한장치 설치도 다시 시도할 만하다. 당시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했는데, 공회전 제한장치가 자동차 수명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관련 기술이 훨씬 개선됐고, 대부분의 유럽산 수입차는 공회전 제한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특히 사람이 모두 내리고 출입문을 닫아야 시동이 걸리는 공회전 제한장치도 있어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를 교체하고, 자동차 흡기 부분의 카본 청소를 독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미세먼지 원인물질)을 기존보다 20%가량 줄일 수 있다. 

어떤가. 국민들이 내연기관차를 버리고 전기차로 갈아타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배기가스 감축에 나설 것인가. 결국 ‘탄소제로화’는 국민의 의지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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