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던 무신사 제동 걸린 이유
대기업 뛰어든 패션 플랫폼 경쟁
여성 패션까지 잡고 1위 유지할까

무신사가 젠더 이슈에 휘말렸다.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까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사실 젠더 이슈는 설왕설래가 많다. ‘명백한 성차별’ ‘과도한 확대해석’ 등 의견이 분분하다. 최대주주인 대표가 사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른바 ‘무신사 논란’에서 주목할 부분은 있다. 무신사가 왜 여성 소비자를 잡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느냐다. 여기엔 대기업까지 뛰어든 패션 플랫폼 경쟁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업계 1위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사진=뉴시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 업계 1위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사진=뉴시스]

고공비행하던 무신사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여성고객에게만 할인쿠폰을 지급했다가 남녀차별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4월에는 이벤트 포스터에 남성혐오 논란이 있는 이미지를 사용한 게 화근이 됐다. 이들 문제가 ‘젠더 갈등’으로 확산하면서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 했다.

조 대표는 3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면서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찾겠다”고 밝혔다.[※참고: 조만호 대표는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이후 2009년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 스토어’를 개설해 거래액 1조2000억원 기업으로 키웠다.] 

조 대표의 퇴진을 향한 시각은 여러 가지다. 젠더 이슈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왜 퇴진이란 초강수를 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있다. 무신사가 왜 ‘여성’에 신경을 썼으며, 무엇 때문에 ‘젠더 이슈’에 걸려 들었느냐다. 논란의 배경엔 치열해진 ‘패션 플랫폼 M&A 전쟁’이 있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와 SSG닷컴은 각각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크로키닷컴ㆍ4월)’와 ‘W컨셉(W컨셉코리아ㆍ5월)’을 인수했다. 지그재그ㆍW컨셉은 여성 패션 분야에 강점이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주요 고객층이 2030대 남성인 데다, 여성 패션 플랫폼 ‘우신사(2016년 론칭)’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무신사에 부담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우신사에 여성복 브랜드를 입점했다가 1년여 만에 철수했다”면서 “우신사가 무신사만큼의 파급력을 갖지 못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여성고객에게만 쿠폰을 지급해 논란이 된 배경에도 여성고객 유치가 요원했던 무신사의 속사정이 있었던 셈이다.[※참고: 무신사는 쿠폰 논란 당시 “여성 고객 확대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쿠폰을 발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무신사의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무신사도 곧바로 여성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라이프 스타일 숍)’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7일 무신사는 “스타일쉐어ㆍ29CM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분 100%를 3000억원대에 인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M&A를 통한 대기업과의 경쟁을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는 “최근의 부정적 이슈는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것으로 본다”면서 “스타일쉐어까지 인수할 경우 여성 중저가 패션 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플랫폼 이탈이 적은 2030대 남성 고객 기반이 탄탄하다”면서 “더욱이 신생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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