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내 3대 제화 브랜드
역주행 아이콘 내세워 역주행했지만 …
MZ세대 잡은 엘칸토의 미래

60여년 전통의 제화 브랜드 엘칸토가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차트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를 모델로 기용하면서다. 브레이브걸스를 내세운 한정판 슬리퍼가 2시간 만에 품절되는가 하면 이들이 등장한 유튜브 홍보영상은 조회수 277만을 기록했다. MZ세대를 잡으려는 엘칸토의 전략이 먹힌 셈이다. 관건은 그 이후다. 엘칸토는 MZ세대를 잡고 부활까지 꾀할 수 있을까. 

엘칸토가 MZ세대를 겨냥한 스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엘칸토]
엘칸토가 MZ세대를 겨냥한 스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엘칸토]

한때 국내 ‘3대 제화 브랜드(금강제화ㆍ에스콰이어ㆍ엘칸토)’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는 ‘한물간’ 브랜드로 여겨지던 엘칸토. 그런데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엘칸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엔 광고모델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를 내세워 선보인 ‘쁘밍 슬리퍼’가 품귀현상을 빚었다. 

엘칸토 측은 “1차 생산분이 2시간 만에 완판돼 추가 생산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1차 생산량이 1000족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엘칸토의 ‘이슈몰이’는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잊힌 브랜드였던 엘칸토가 MZ(밀레니얼ㆍZ)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참고: 엘칸토는 1957년 ‘미진양화’로 창업해 1990년대 매출액 2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9년 ‘브랑누아’, 1992년 ‘무크’ 등 하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부도 위기를 맞았다. 이후 최대 주주가 3차례(모나리자ㆍ이랜드ㆍ사모펀드)나 바뀌는 부침을 겪었다.] 

사실 MZ세대를 잡기 위해 변신을 꾀한 브랜드는 엘칸토만이 아니다. 르까프, 프로스펙스 등 숱한 브랜드가 MZ세대의 마음을 끌기 위해 환골탈태를 선언했지만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엘칸토의 ‘뜻밖의 성공’을 조명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엘칸토의 전략은 뭐가 달랐던 걸까. 무엇보다 MZ세대에게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다가갔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엘칸토를 모르는 세대에게 굳이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하기보다 그들에게 익숙한 ‘스타 마케팅’에 주력한 게 통했다는 거다. 

2019년 아이돌 가수 ‘선미’에 이어 올해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를 모델로 기용한 건 대표적 사례다. 이는 기존의 토종 브랜드들이 ‘뉴트로(New-tro)’ 열풍에 편승해 브랜드의 역사를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MZ세대 소비자로선 마케팅이나 디자인이 맘에 들어 구입했다가 추후에 엘칸토가 전통 있는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셈”이라면서 “이 때문에 브랜드를 보다 새롭게 느끼고 신뢰감을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엘칸토 관련 해프닝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엘칸토 신발을 사갔더니 어머니가 ‘이 브랜드를 어떻게 아느냐’고 하더라” “이렇게 오래된 브랜드인지 몰랐다”…. 브랜드를 내세우기보다 숨기는 엘칸토의 전략이 통했다는 얘기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이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편집숍을 공략한 점도 주효했다. 엘칸토는 2019년 이후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ㆍW컨셉ㆍ29CM 등에 잇따라 입점했다. 이들 채널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큐레이션해서 판매해 소비자에게 ‘무신사(W컨셉ㆍ29CM)에서 파는 제품은 괜찮다’는 인식을 준다. 그 효과를 엘칸토도 누린 셈이다. 

엘칸토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한 효과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액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93억원) 대비 106.4% 증가했다. 엘칸토의 성공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SNS를 적극 활용한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앞서 언급한 ‘스타 마케팅’이 빛을 발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브레이브걸스의 2016년 발표곡 ‘하이힐’을 재해석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277만뷰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은 브레이브걸스가 엘칸토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콘셉트다. 이렇게 MZ세대를 정조준한 전략은 기성 고객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은희 교수는 “기성세대로선 요즘 세대가 관심 갖는 브랜드라면 흥미를 갖고 다시 보게 된다”면서 “엘칸토가 연령대별 차별화한 브랜드를 강화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칸토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수장 자리에 오른 정낙균 대표가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SK텔레콤에서 티머니ㆍ기프티콘ㆍ11번가 사업 등을 성공시킨 이커머스 전문가 정 대표는 최근 “엘칸토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다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엘칸토는 금강제화, 에스콰이어와 함께 1990년대 국내 3대 제화 브랜드로 꼽혔다.[사진=뉴시스]
엘칸토는 금강제화, 에스콰이어와 함께 1990년대 국내 3대 제화 브랜드로 꼽혔다.[사진=뉴시스]

엘칸토가 지난 6월 10년 만에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한 건 대표적 사례다. 새롭게 바뀐 CI는 딱딱한 서체를 벗어나 음표 모양을 본떴다. ‘신으면 절로 노래가 나오는 엘칸토’라는 의미를 담았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턴 ‘신발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른바 ‘DEEPP(Design Eco&Episode Platform) 사업’이다. DEEPP 사업을 통해 각종 공모전에 발탁된 신진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품을 제작할 방침이다. 엘칸토가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를 지원ㆍ중개해주는 방식이다. 

이 사업을 위해 지난 4월에는 홍익대ㆍ국민대ㆍ이화여대ㆍ부경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엘칸토로선 젊은 감각의 새로운 디자인을 상품화할 수 있고 신진 디자이너에겐 소득을 창출하고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유통전문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엘칸토로선 큰 비용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신인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발굴할 시스템이다”면서 “디자인을 선발하는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기본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MZ세대를 좇는 엘칸토의 전략에도 한계는 있다. 무엇보다 MZ세대를 겨냥한 ‘가성비’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어디서나 구하는 게 가능한 ‘패스트 패션’ 성향의 제품으론 ‘국내 3대 제화’ 브랜드의 명성까지 부활시키긴 어려울 수 있다.

김영호 대표는 이렇게 꼬집었다. “엘칸토를 포함한 국내 3대 제화 브랜드는 ‘장인 정신’을 앞세워 왔다. 실제로 국내 수제화 장인의 실력은 세계에 내놔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3대 제화 브랜드 모두 하락세를 걸었다. 엘칸토가 국내 대표 브랜드로 제대로 부활하기 위해선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장인 정신을 잇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과연 엘칸토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 결과를 확인하는 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수년 내 엘칸토의 주인이 또 바뀔 공산이 커서다. 엘칸토 최대주주(88.9%)인 사모펀드 SKS프라이빗에쿼티ㆍ케이프투자증권PE가 IPO를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저울질하고 있다.[※참고: 엘칸토는 2019년 DB금융투자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MZ세대의 이목을 잡는 데 성공한 엘칸토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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