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시소팀의 유휴공간 활용법
소외되는 이웃 없는 공간 만들기

낙후된 유휴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그런데 웬걸, 보기 흉한 고물상이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떡할 텐가. 십중팔구는 고물상을 치워버렸을 거다. 하지만 가톨릭대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 도시재생’ 수업에서 시소팀으로 뭉친 세 학생의 선택은 달랐다. 흉물로 여겼던 고물상의 컨테이너를 유휴공간의 상징으로 삼았다. 왜일까. 시소팀이 성심 고가 하부에 파란색 컨테이너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시소팀이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소외되는 이웃이 없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왼쪽부터 정희재ㆍ조예신ㆍ구한희 학생.[사진=천막사진관]
시소팀이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소외되는 이웃이 없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왼쪽부터 정희재ㆍ조예신ㆍ구한희 학생.[사진=천막사진관]

✚ 팀명이 ‘시소’예요. 이번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나요?
구한희 학생(이하 구한희) : “두가지 의미가 있어요. 시소는 ‘보다(see)’와 ‘봤다(saw)’가 합쳐진 말이잖아요. 보다와 봤다의 차이는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명히 봤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관심을 갖자는 거예요. 아울러 그만큼 기억에 남는 공간을 만들자는 거고요.”

조예신 학생(이하 조예신) : “다른 의미도 있어요. 시소처럼 우리의 생각과 주민들의 니즈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자는 뜻이에요. 도시재생사업에선 이 균형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 도시재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주제예요. 
정희재 학생(이하 정희재) : “맞아요. 특히 콘셉트를 잡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성심 고가 하부를 바꾸겠다고 정하고 나서 다른 도시재생 사례를 많이 찾아봤어요. 그중 눈에 띈 게 일본 요코하마의 코가네초였어요.”

✚ 어떤 곳인가요?
구한희 : “성심 고가처럼 코가네초에도 고가 다리가 있어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 밑엔 불법 매춘영업소가 밀집해 있었어요. 마약ㆍ무기 밀매, 살인사건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우범지역이기도 했죠. 지금은 아니에요. 도시재생사업에 힘을 쏟은 결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됐어요. 범죄율은 줄고, 인구는 늘었어요.”

✚ 코가네초 사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겠네요.
조예신 : “코가네초가 혁신적인 도시재생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상향식(Bottom-up) 접근법’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 정부나 지자체가 아니라 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을 주도했다는 말인가요?
구한희 : “코가네초의 지자체ㆍ기업ㆍ경찰ㆍ학교ㆍ주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했고,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했어요. 실제 변화를 이뤄낸 것도 모두가 함께 주체적으로 노력한 결과예요. 가령, 주민들은 스스로 환경정비를 하고, 순찰도 돌며 자정 활동에 나섰어요. 인근 대학교ㆍ초등학교 학생들이 안심 안전지도를 만들고, 유휴공간의 소유주와 사업자가 연계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죠. 지자체에선 예술가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고요.”

조예신 : “모두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공간에선 소외되는 사람도 없어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었어요. 지역 주민을 빼놓고 도시재생사업을 얘기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성심 고가 하부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때 저희가 가장 역점을 둔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요.”

 

✚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무척 중요한 작업이었겠네요.
조예신 : “소통을 정말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저희끼리도 그렇지만 주민들 의견도 많이 들었어요.” 

구한희 : “걱정이 많았어요. 관심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괜한 우려였어요. 이때다 싶었는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쏟아내시더라고요. 불만과 니즈는 많은데 이런 얘기를 할 만한 통로가 없었던 거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끌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거예요.”

정희재 : “방치된 유휴공간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대부분 공감을 하셨어요.”

✚ 하지만 모든 의견을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희재 : “무인카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꽤 있었어요. 저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성심 고가가 있는 지역이 거주단지이긴 해도 곳곳에 작은 상권이 형성돼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무인카페를 열면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구한희 : “상반된 의견도 많았어요. 가령, 어느 분은 공원이 조성되길 원했지만 또 다른 분은 공원 설치를 반대했어요. 각각의 주장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정희재 : “고물상 때문에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 고물상이요?
조예신 : “성심 고가 하부는 크게 AㆍBㆍC 세 공간으로 나뉘어요. 그중 B구역이 가장 넓은데, 하필 그곳에 고물상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처음엔 당연히 고물상을 배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요.”

✚ 그런데요?
구한희 :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알아보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결국 그분도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이자, 이 지역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 한사람이라고 해도 배제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게 먼저였던 거죠.”

정희재 : “저희가 성심 고가 하부 공간의 새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파란색 컨테이너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고물상이 파란색 컨테이너였거든요.”

 

✚ 하지만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만으로 공간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조예신 : “그래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재생사업이나 콘텐츠 생산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게 중요해요. 예컨대 대학생과 지역 예술가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천시는 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거예요.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은 협업할 수 있는 업체를 연결해주거나 필요한 기기를 대여해주는 식이죠.”

구한희 :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들고자 했던 것도 그런 공간이에요. ‘소외되는 이웃 없이 모두를 위한 공간’ ‘스쳐 지나치지 않고 머물고 싶은 공간’ ‘이해관계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공간’. 저희의 아이디어를 통해 성심 고가 하부가 이런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구한희 : “처음엔 도시재생사업이 단순히 도시만 재생하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진정한 도시재생은 단절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재생하는 사업이라는 걸 느꼈어요.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죠. 사회문제를 발견하는 건 작은 관심만 있으면 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고 바꿔나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희재 : “너무 많은 사람이 얽혀 있다 보니 균형을 찾고 절충안을 내는 게 힘들었어요.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많은 피드백을 수용했을 때 비로소 더 값진 가치가 더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조예신 : “요즘 신도시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씁쓸해요. 그럴수록 낙후되고 방치되는 곳은 더 늘어날 거예요. 힘들더라도 도시재생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예요. 도시재생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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