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아무말팀의 상권 부활 프로젝트
‘역곡동 대학로’ 예술의 거리 되길

상권의 핵심은 유동인구와 편리한 교통이다.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 대학로’는 좋은 상권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가톨릭대(성심교정) 학생이 1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도보로 15분 거리에 지하철 1호선 역곡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곡동 대학로 상권은 2011년부터 10년째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가톨릭대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 도시재생’ 수업에 참여한 ‘아무말팀’은 그 원인이 궁금했고,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했다.

역곡동 대학로를 되살리기 위해 아무말팀은 거리에 예술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역곡동 대학로를 되살리기 위해 아무말팀은 거리에 예술을 접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로 가득한 놀이터가 있다. 서울의 홍익대 앞 놀이터다. 이곳에선 누구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다. 거리가 곧 무대이기 때문이다. 울산시 남구에 위치한 울산대 인근 거리는 일명 ‘바보 사거리’로 불린다. 먹고 즐길 것이 너무 많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바보가 된단 의미가 담겨 있다. 강원도 삼척대 앞엔 ‘걷기 좋은 삼척’의 대표 코스로 알려진 산책로가 있다. 학교 앞에서 옛 삼척읍성 터로 이어지는 이 길에서 사람들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각 거리의 특색을 잘 살린 대학로와 달리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 대학로’의 모습은 초라하다. 역곡동 대학로는 지하철 1호선 역곡역에서 가톨릭대(성심교정)로 향하는 거리 일대다. 하지만 대학로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10년 전부터 상권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역곡동 대학로는 요식업종이 전체 상권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다. 개업 후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폐업하는 경우도 숱하다. 

활력을 잃은 거리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느낀 건 바로 학생들이다. 가톨릭대 김동한ㆍ성원형ㆍ조소연 학생은 1학년 때부터 역곡동 대학로의 ‘악순환’을 지켜본 산증인이다. 성원형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학기 초에 갔던 식당인데 방학이 지나고 가보면 새로운 가게로 바뀌어 있어요. 방학엔 그나마 있던 손님도 떨어지니 가게들이 폐업에 내몰리는 거죠. 문제는 아무리 개ㆍ폐업을 반복해도 학생들이 편하게 쉬거나 놀 만한 곳은 여전히 없다는 거예요.”

쇠퇴하는 학교 앞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세 청년은 지난해 9월 개설한 가톨릭대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 도시재생’ 수업에서 ‘아무말’이란 팀으로 뭉쳤다. 목표는 명확했다. 역곡동 대학로를 ‘대학생이 없어도 되는 거리’로 만들자는 거였다. 김동한 학생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오는 곳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참고: 팀명 ‘아무말’은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 어떤 말이라도 자유롭게 해보자는 뜻이다.

거리의 부활을 위해 아무말팀은 우선 역곡동 대학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부터 만나보기로 했다. 가톨릭대 학생ㆍ교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찾아가 얘기를 나눴다. 그 결과, 역곡동 대학로만의 특별한 정체성과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일관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반짝 영업했다 금세 사라지는 ‘뜨내기’ 가게들이 속출하니 거리엔 특색이 없고, 음식점 위주의 상권인 탓에 즐길 만한 문화 시설도 없어 굳이 역곡동 대학로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설문을 통해 아무말팀은 역곡동 대학로만의 ‘테마’가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머리를 맞댄 세 청년은 삭막한 역곡동 대학로 거리를 ‘예술이 흐르는 거리’로 바꿔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홍대 앞 거리가 버스킹의 상징이 된 것처럼, 역곡동 대학로를 문화ㆍ예술 공연의 성지로 만들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단 생각에서다.  

음악이란 테마를 정한 아무말팀의 다음 과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조소연 학생은 “무엇보다 역곡동 대학로가 잠시 반짝 인기를 얻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무말팀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예술캠퍼스’다. 가톨릭대 학생들이 역곡동 대학로에 있는 가게를 강의실 삼아 악기 연주나 노래를 배우고 싶은 주민들에게 무료 강의를 하는 것이다. 상시 버스킹을 열자는 계획도 세웠다. 사람들에게 예술캠퍼스를 알리고, 역곡동 대학로를 말하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아무말팀은 우선 버스킹부터 실행해보기로 했다. 역곡동 대학로가 문화 공연의 장場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버스킹 준비에 돌입한 아무말팀은 한겨울 추위에도 역곡동 대학로를 위해 뛰었다. 소음에 민감한 상인들을 겨우 설득해 공연 장소를 마련하고, 무대 준비와 공연 홍보를 위해 쉬지 않고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예상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공연 하루 전 학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논의 끝에 예정대로 공연을 추진했지만 버스킹 당일 무시무시한 한파까지 더해졌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관객도, 호응도 부족했다. 아무말팀의 도전은 아쉬운 결과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물론, 값진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상인ㆍ주민들과 소통하며 역곡동 대학로가 되살아나길 바라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김동한 학생은 “지역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분명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 학생은 역곡동 대학로의 진정한 부활을 위해선 무엇보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말팀이 상인들과 소통하며 ‘역곡로켓단’이란 연대 조직을 만든 이유다.[※참고: 역곡로켓단은 상권을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아이디어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학생ㆍ상인 공동체다.]

‘지속가능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조소연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역곡동 대학로를 살리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단기 성과에 치중했기 때문이죠. 앞으론 ‘보여주기식’ 이벤트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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