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도 경험과 경력 필요해
퇴직자의 재취업을 위한 팁

명예퇴직이든 아니든 이제 50대 전후에 회사를 떠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재취업이 말처럼 쉽지도 않습니다. 다른 퇴직자와는 물론 젊은층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겁니다. 회사에 쏟는 충성의 20%만 아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닙니다.

은퇴자의 60% 이상은 자신의 예상보다 회사에서 빨리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뉴시스,]
은퇴자의 60% 이상은 자신의 예상보다 회사에서 빨리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뉴시스,]

직장인의 대부분은 50세 전후가 되면 회사와의 이별을 생각합니다. 스스로 퇴직을 하든지 명예퇴직이라는 제도를 선택하든지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고민에 빠집니다. 정년까지 회사에 다니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몸부림칠 겁니다. 이 위기를 잘 넘기면 앞으로 몇년은 회사를 더 다닐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정신을 차릴 때쯤이면 다음 고민이 시작됩니다. 언젠간 회사를 나갈 텐데, 그럼 퇴사 후 2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은퇴 준비자에겐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취업 등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 재취업에 관련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5060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은 어떤지 살펴봅시다. 최근 통계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많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대략적인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2018년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0세 이후에 퇴직한 50~60대(1808명)를 대상으로 ‘퇴직 이후 일자리 이동 경로’를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퇴직 나이는 54.5세였습니다. 퇴직 이전엔 평균 25.3년간 직장을 다녔고, 퇴사 직전 직장에선 평균 14.7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회사와의 이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전체의 41.9%는 ‘퇴직을 생각하긴 했지만 예상한 시기보다 빨리 퇴직했다’고 답했습니다. ‘퇴직 시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도 24.0%에 달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퇴직을 하다 보니 당연히 재취업을 준비할 겨를은 없었을 겁니다. 퇴직 이전 재취업 준비 여부를 묻는 말에 30.0%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퇴직 전 재취업을 준비했다고 답한 5060세대는 58.8%였습니다.

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퇴직 전 재취업을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58.8%의 응답자가 재취업을 준비했다고 밝힌 기간이 평균 6.4개월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10명 중 3명(35.2%)은 준비 기간이 3개월이 채 안 됐고, 22.0%는 한달에도 못 미쳤습니다. 재취업에 필요한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재취업에 성공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5060퇴직자 1808명 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504명(83.1%)이었습니다. 10명 중 8명이 새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한 셈이죠. 하지만 이렇게 얻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기간은 평균 19.1개월에 불과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퇴직한 다음 두번째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기간도 19.5개월로 길지 않습니다.

퇴직 이후 구직과 퇴직을 반복했다는 겁니다. 퇴직 이후 한 직장에서 머물지 못하고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는 ‘잡 노마드(Job Nomad)’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요즘 퇴직자의 재취업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필자는 이럴 때일수록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재취업이 아니라 적어도 20년에서 30년을 일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상보다 빠른 퇴직 시기


은퇴자는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2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민합니다. 우선 자신의 경력을 살리는 방법입니다. 그래도 업계에서 20~30년 일한 경험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건 아깝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물론 재취업한 회사를 10년 이상 다닐 수 있다면 경력을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런 재취업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을 다녔던 퇴직자도 재취업 후 1~2년을 버티는 게 어렵습니다. 자신이 활용한 경력과 인맥을 똑같이 이용해 재취업하려는 후배 퇴직자의 후광에 밀리기 때문입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또 취업에 성공할 수 있겠지만 2~3년이면 그 자리를 다시 내줘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재취업에 성공해도 오래 버티는 건 어렵습니다. 제아무리 대기업 경력·인맥이라는 약발도 유효기간 5년을 넘기긴 힘듭니다.

경험과 경력을 미리 쌓아두지 않으면 은퇴 후 재취업도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경험과 경력을 미리 쌓아두지 않으면 은퇴 후 재취업도 쉽지 않다.[사진=뉴시스] 

두번째 방법은 전혀 다른 길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길이라고 해서 거창한 일은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경비로 일하거나 육체노동과 같은 3D 업종에서 일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길입니다.

필자는 이쪽이 정답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꺼리는 일자리일수록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도 한계는 있습니다. 50~60대 중장년층이 견디기엔 업무의 강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인 기술도 필요합니다. 많은 직장인이 은퇴 전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기술을 배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럼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무난하게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필자의 경험으론 꼭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편지에서 밝혔듯 필자는 재취업을 위해 버스운전면허증을 땄습니다. 이후에는 대형 화물차 운전면허증도 취득했죠. 수십년 운전을 한 탓에 만만한 것이 운전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화물차나 버스 운전대를 잡아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습니다. 마을버스 기사 모집 공고가 나올 때마다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화물차 기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곳 모두 1~2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건축 기술을 배우기 위해 관련 회사에 들어가 3개월 동안 일하며 허드렛일부터 작업공구를 다루는 방법까지 배웠지만 이번에도 취업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경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필자의 재취업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취업은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럴 줄 알았으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련 아르바이트라도 했더라면’이란 후회가 요즘 부쩍 많이 듭니다.

그래서 다른 퇴직 준비자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합니다. 직장생활로 바쁘겠지만 장래가 괜찮아 보이는 분야의 자격증을 적어도 2개는 취득해 놓길 바랍니다. 회사에 쏟는 충성의 20~30%만 투자하면 자격증을 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60세에 전기기능사를 취득해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자격증을 딴다고 다른 세상이 열리는 건 아닙니다.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프리랜서로 경험을 쌓길 추천합니다. 당장 보수가 적더라도 신경 쓰지 말길 바랍니다. 아직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이 있으니 소득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은퇴를 할 때쯤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경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50세 전후에 은퇴해 90세까지 살아야 하는 고령화 사회입니다. 재취업이 아니면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힘든 시대라는 것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퇴직이라면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시간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준비할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청년도 퇴직을 앞둔 직장인도 모두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시절입니다. 은퇴 전 어깨에 단 계급이 아무리 화려했더라도 나를 위해 준비된 자리는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 더스쿠프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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