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시골살이 동상이몽
아내 설득에 긴 시간 필요해
시골살이 즐거움 알려줘야

은퇴 후 시골살이는 제2의 인생을 구상하는 숱한 남성의 꿈입니다. 각박한 도시에서 벗어나 텃밭을 가꾸고, 자연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죠. 하지만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큰 난관을 넘어서야 합니다. 바로 아내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불편한 시골살이를 반길 배우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 네번째 편에선 ‘시골행을 결사반대하는 아내 설득하는 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아내의 의견이 중요하다.[사진=뉴시스]
귀농이든 귀촌이든 아내의 의견이 중요하다.[사진=뉴시스]

푸른 초원 위에 지은 그림 같은 집과 자연을 벗 삼은 여유로운 삶. 은퇴 후 시골살이를 계획하는 남성들의 꿈입니다. 각박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은퇴 후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죠.

필자의 주변에도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한적한 시골에 200~300평(661.1 ~997.1㎡)의 땅을 장만해 집을 짓고, 작은 텃밭까지 가꾸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꿈같은 시골살이를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은 돈이나 직장을 떠올릴 것입니다. 자녀의 교육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장애물은 바로 배우자인 아내입니다.

실제로 많은 은퇴자가 배우자의 반대로 시골살이의 꿈을 접습니다. 아내와 나눈 시골살이에 관한 얘기가 언쟁으로 번져 부부 사이가 틀어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죠. 시골살이의 ‘시’ 자만 나와도 자리를 피하거나 “시골에 갈 생각이라면 이혼을 하고 혼자 가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아내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갑자기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자는 남편의 이야기를 반길 아내는 드물 겁니다. 아내들이 시골을 싫어하는 이유도 일리가 있습니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도시보다 불편한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마트나 병원·카페·영화관 등의 편의시설은 부족하고, 택시·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도시와 다르게 벌레가 많고 생활환경이 깨끗하지 않다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인간관계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친구와 친지 등 정들었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로 가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이 때문인지 혼자 시골로 가는 은퇴자도 꽤 있습니다. 올해 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도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전 2인 이상이었던 가구 중 귀농·귀촌 당시 혼자 이주한 가구의 비중은 각각 26.5%, 14.1%였습니다.

귀농·귀촌을 선택한 10명 중 1~2명은 혼자 시골로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혼자 이주한 이유를 묻자 귀촌자의 11.2%, 귀농자의 19.9%가 ‘가족의 반대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시골살이를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것이 아내의 반대라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아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100% 성공을 담보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긴 투쟁 끝에 아내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거나 결국 설득하는 데 실패해 완전한 시골살이를 포기하고 ‘2도 5촌(이틀은 도시 5일은 시골)’으로 타협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은퇴 후 시골살이가 꿈이라면 시도는 해봐야겠죠. 그래서 필자가 아내를 설득하는 데 사용한 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60대를 눈앞에 둔 필자가 시골살이를 꿈꾼 건 40대 중반입니다. 처음엔 막연한 꿈이었죠. 이후 관련 서적을 읽고 조금씩 준비를 하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던 2010년 필자는 운 좋게 충남 청양에 땅과 작은 집을 구했습니다. 당시 땅과 집은 경매를 통해 마련했습니다. 몇번의 실패 끝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경매를 통해 땅과 집을 장만했다는 얘기에 필자의 아내는 펄쩍 뛰었습니다. 머리에 띠는 두르지 않았지만 결사반대를 외쳐댔죠. 아내를 어떻게 설득할까 고민하던 끝에 필자가 선택한 것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 전략이었습니다.

처음 2년은 여름휴가를 핑계로 하루에서 이틀 정도 가족과 함께 시골을 방문했습니다. 시골이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다음 2~3년은 주말농장이라는 명목으로 아내와 함께 시골을 찾았습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상추·고추·쑥갓·옥수수·대파 등을 키웠죠.
 

그러자 아내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키운 농작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시골의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알게 되면서 아내도 시골살이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번씩 튀어나오는 벌레를 보면 기겁을 합니다. 하지만 ‘집에 누워있으면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던 처음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습니다. 요즘은 한번씩 “언제 시골집에 가느냐”고 먼저 물어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심어 놓은 깻잎과 호박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하다면서 말이죠.

시골살이 꿈의 최대 장애물

‘시골살이 결사반대’를 외쳤던 처음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아내와 시골살이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3~4년 뒤를 목표로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필자가 꿈꾸던 시골살이가 머지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필자의 경험을 단계별로 정리해보면, 1단계는 마음에 드는 지역을 정하고 집을 구해 별장처럼 이용해 보는 것입니다. 33㎡(약 10평) 미만의 텃밭을 가꾸면서 시골살이가 아닌 시골을 경험하는 겁니다. 캠핑을 간다는 생각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 방문해 즐기다 오는 게 좋습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면 2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때는 무·배추·호박·오이 등 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볼 수 있는 작물을 키우는 걸 권합니다. 수확의 기쁨을 알게 되면 시골살이의 부정적인 생각도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크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채소를 키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쯤 되면 시골살이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3단계에선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이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이때다 싶어 밀어붙이면 아내가 반감을 품을 공산이 크니까요.

마지막 단계는 시골살이 계획을 구체화하는 겁니다. 필자는 5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울 것을 권합니다. 언제부터 시골에서 살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시작할지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거죠. 앞선 단계를 충실하게 이행했다면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진가를 나타낼 테니 말이죠.

시골살이 즐거움 느끼게 해야

이처럼 시골살이를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시골살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1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준비하라고 권합니다. 길고 복잡한 준비단계를 거치라고 조언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골살이가 생각처럼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귀농·귀촌 5년 만에 역귀농·역귀촌을 선택한 비율이 8.6%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10명 중 1명꼴로 5년 이내에 시골살이를 포기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골살이를 한사람의 고집으로 시작했다면 실패 확률은 더 높아질 게 뻔합니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 노후에 ‘졸혼’을 당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들여 아내를 설득하는 게 훨씬 낫다는 얘기입니다.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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