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두고
완성차-중고차 업계 협상 결렬
마지막 공은 중소벤처기업부에
소비자 권익 최우선한 결정해야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이 제한돼 왔다. 이후 2019년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둘러싼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의 갈등이 지속돼 왔다. 문제는 양쪽이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중고차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함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함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사진=연합뉴스]

중고차 시장이 연일 시끄럽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두고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필자가 좌장으로 있는 중고자동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이하 중고차발전협의회)가 양측의 중재에 나섰지만 협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중고차 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려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정부는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했다. 이를 통해 중고차 업계는 사업권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2019년 2월 중고차 산업의 중소기업 적합 기간이 만료되면서 시작됐다. 중고차 업체들은 곧바로 중소벤처기업부에 중고차 판매업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생계형 업종의 적합성을 살펴보는 동반성장위원회는 6개월간의 실태 조사 끝에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업종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원래대로라면 중기부는 동반위의 의견에 따라 2020년 5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론지어야 했지만, 상생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결정을 미뤄왔다. 중기부가 뜸을 들이는 사이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중고차발전협회가 나서 의견 조율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이번 협상에 실패한 원인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중고차 업계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허용할 경우 전체 시장의 10% 이내에서만 매입과 판매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 진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며 신차 판매권, 공용플랫폼 도입까지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매입만은 점유율과 상관없이 이뤄져야 하며 신차 판매권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서 더 심각한 건 중고차 업계가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기보다 협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전체 중고차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이 높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허위 · 미끼 매물, 성능점검 미고지 등 소비자 피해가 가장 큰 분야다.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는 중고차 업계의 이기주의는 되레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자초할지 모른다. 

물론 중고차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택시업 · 배달업 등 산업 곳곳에서 대기업의 플랫폼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시장 독점을 경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은 없다. 이미 SK엔카, K카(케이카) 등 대기업 기반의 중고차 업체가 시장에 진출해 있는 데다, 수입차 브랜드는 오래전부터 ‘인증중고차’ 시장을 형성해 수익을 얻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소비자 권익 최우선해야

중고차발전협의회가 지난 3개월간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의 중재에 노력을 기울였던 근본적인 이유는 중고차 시장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서 시장의 다양성은 높이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협의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마지막 공은 중기부 심의위원회로 넘어갔다. 중기부는 다시 한번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본 뒤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중기부가 지난 2년간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온 만큼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가 가장 주안점에 둬야 할 것은 결국 소비자다. 중기부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중고차 시장의 미래를 그려야 할 것이다. 부디 중기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중고차 시장이 오랜 진통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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