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LGD 동맹 소문과 진실
LG OLED 기술 인정 안했던 삼성
수명 문제 지적한 LGD 패널 쓸까

“삼성전자가 OLED TV를 만들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을 것이다.” 최근 TV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OLED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던 두 기업의 협업 소문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ㆍLG전자ㆍ디스플레이 업계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만들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OLED TV를 만들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삼성과 LG는 국내 가전업계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다. 그만큼 기술 경쟁도, 자존심 싸움도 치열하다. 두 기업의 날선 신경전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런 두 기업이 서로 협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TV시장에선 흥미로운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삼성전자가 OLED TV를 출시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소문은 사실일까.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TV라인업에 주로 LCD 패널을 쓰는 삼성전자가 OLED TV 카드를 만지작거릴 까닭이 있느냐는 거다.[※참고: LCD 패널은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한 반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패널은 BLU가 필요 없다. 그 때문에 OLED 패널은 두께가 얇고, 형태 변형이 자유롭다. 명암비가 높고 색 재현율이 뛰어난 것도 OLED 패널의 장점이다.] 

SDC, 하반기 QD OLED 양산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LCD 패널 가격이 너무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후반기 115달러(55인치 기준)였던 LCD 패널 가격은 올해 6월 후반기 237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55인치 LCD 패널 가격이 200달러를 넘어선 것도 2017년 이후 4년여 만이다. 국내 패널 제조사들의 생산 축소와 부품 부족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긴 반면, 코로나19 국면에서 TV 수요는 증가한 결과다. 

반면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되레 가격이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중국 광저우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8.5세대 OLED 패널 생산량을 기존 월 8만장에서 월 14만장으로 늘렸다. 삼성전자로선 수익성이 떨어진 LCD 패널보다는 OLED 패널을 선택하는 게 이득일 거라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OLED TV에 신경을 쓸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 주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OLED TV는 만들지 않겠다’던 삼성전자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퀀텀닷(QD) OLED 개발을 주문했기 때문”이라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원가량을 투자해 QD OLED 개발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QD OLED는 OLED에 QD 소재를 더해 OLED 패널의 단점인 잔상(번인ㆍburn in) 현상과 짧은 수명 문제를 개선한 기술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QD OLED를 올 하반기에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문제는 생산량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생산 규모는 8.5세대 기준 월 3만장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8.5세대 크기 패널 1장이면 55인치 TV 6대를 만들 수 있다. 3만장이면 한달에 18만대, 연간 216만대가량의 TV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연간 779만대를 팔아치우고, 올해는 1000만대의 판매 목표량을 세운 삼성전자로선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런 맥락에서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납품받아 OLED TV라인업 일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병권 고려대(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LCD 가격이 올라 경쟁력이 떨어져 OLED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두기업 모두 미니LED TV를 출시했는데, 그건 LCD 기반 TV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첫 번째 등급(마이크로LED TV 제외), LG전자는 OLED TV 다음 두 번째 등급으로 놨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등급이 LG전자 OLED의 아래에 있는 꼴이어서 삼성전자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가격이 높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의 QD OLED를 쓸 것이냐, LG디스플레이 제품을 쓸 것이냐다. 경제적으로 보면 LG 제품을 쓰다가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바꾸면 되겠지만, 이것 또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참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각각 미니LED TV라인인 네오 QLED TV와 QNED TV를 출시했다. 네오 QLED TV는 삼성전자 기존 프리미엄 TV인 QLED TV의 위 등급, QNED TV는 LG OLED TV의 아래 등급이다.]

그렇다면 LG디스플레이는 어떤 입장일까. 회사 측은 “확인된 게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로선 나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 규모가 커질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G디스플레이로선 OLED 사업의 성장과 안정성을 위해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걸 받쳐줄 수요가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참여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전자로선 향후 OLED 제품군을 구성할 때 QD OLED TV만 만드는 것보단 더욱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고, LG전자로서도 LG디스플레이의 수요처가 늘어나면 패널 단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양산성에 관한 의심을 사게 만들거나 기대감을 꺾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WOLED 기술은 진정한 OLED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WOLED 기술은 진정한 OLED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도 두 기업의 협업은 고무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직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기술 체계가 달라 인력 양성ㆍ수급이 어렵고, 후방기업들은 기술투자 및 인증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면서 “삼성과 LG가 협업한다고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생태계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업이 정말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전까지 삼성전자가 보여 왔던 태도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껏 “LG디스플레이의 백색 OLED(WOLED) 기술을 OLED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LG OLED TV의 수명이 짧다는 것과 번인현상이 심각하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줄곧 비판해온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다면 LG를 향해 쏟아낸 비판을 스스로 뒤집어쓰는 꼴”이라면서 “삼성전자가 굳이 기존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참고: WOLED는 백색 OLED에서 나온 빛이 RGB 컬러필터를 통과하면서 색을 낸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 준비 중인 QD OLED는 청색 OLED를 광원으로 삼아 적색ㆍ녹색 퀀텀닷 컬러필터를 통해 색을 구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받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라면서 협업 가능성을 부인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QD OLED 만드니까 우리도 TV를 만들 거란 루머가 있는데, 확정된 건 없다. 아울러 삼성전자 입장에선 네오 QLED TV가 LG OLED TV보다 뛰어난 제품이다. 품질이 더 낮은 제품을 낼 이유가 없다. LCD 가격이 2배 올랐다곤 해도 OLED 패널은 그보다 2배 이상 더 비싸다. 하지만 55~65인치 기준 네오 QLED TV와 OLED TV 가격은 비슷하다. LCD TV(네오 QLED TV)가 더 잘 팔리고 수익성도 높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동맹설에 숱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루머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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