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시험대 오르는 QD-OLED
품질 평가는 LG OLED에 앞서
관건은 가격ㆍ생산성 개선 여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을 탑재한 TV가 오는 6월 시장에 출시된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던 OLED TV 패널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처음 올라서는 시험대다. 일단 ‘QD-OLED’ 패널의 기대치는 높다. OLED에 퀀텀닷(QD)을 더해 품질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비싼 가격과 부족한 물량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삼성 QD-OLED는 과연 LG OLED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삼성 QD-OLED가 LG OLED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 QD-OLED가 LG OLED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OLED TV가 처음 시장에 나온 게 벌써 9년 전이다. 2013년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OLED TV 패널 생산에 성공하면서 LCD 중심이었던 TV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이후 지금껏 OLED TV 패널 시장은 LG디스플레이의 독무대였다.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 OLED TV 제조사는 20여개로 늘어났지만 OLED TV 패널 공급자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했다. 

LG디스플레이의 독점 체제가 공고했던 OLED TV 패널 시장에 변화가 예고된 건 지난해였다. ‘새로운 OLED TV 패널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1월 첫 OLED TV 패널의 양산을 시작했고, LG디스플레이의 독주를 저지할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새 패널 ‘QD디스플레이’는 성능 면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OLED 패널이라도 구조적 측면에선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에 퀀텀닷(QDㆍ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를 두고 ‘QD-OLED’라고 부르는 이유다. [※참고: 다만, 지금까지의 성능 평가는 QD-OLED 패널의 구조적 특징에 따른 일부 전문가의 견해일 뿐이다. QD-OLED TV의 성능은 실제로 시장에 출시된 이후에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이 구조적 차별점이 만들어내는 성능 차이도 적지 않다. 주병권 고려대(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은 백색 OLED에서 나오는 빛이 RGB(적ㆍ녹ㆍ청색) 컬러필터를 통해 걸러지면서 색을 낸다. 당연히 빛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소를 W(백색)+RGB 4개 서브픽셀로 구성하는데 그만큼 색 순도가 떨어진다. 반면, QD-OLED는 청색 OLED에 QD 소재의 색 변환층을 결합한 구조다. 청색은 OLED의 빛을 그대로 쓰고, 적ㆍ녹색은 빛을 변환해 만든다. 빛을 걸러내지 않고 색을 재현하는 데다, 화소를 구성하는 서브픽셀도 RGB뿐이라 밝기와 색 순도가 높다.”

[※참고: 유기물은 높은 전류에 장시간 노출될수록 수명이 줄어든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유기물로 이뤄진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는 적색과 녹색이 무기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론상 무기물을 더 많이 활용하는 QD-OLED의 내구성이 더 뛰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9년간 시장을 독식해온 LG디스플레이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까. 아쉽게도 장담하긴 어렵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은 올 상반기 시장에 공개될 예정이다. 오는 6월 출시되는 소니의 QD-OLED TV 모델 ‘브라비아 A95K’를 통해서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소니의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QD-OLED TV의 가격은 55인치 3000달러(약 360만원), 65인치 4000달러(약 480만원)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QD-OLED TV가 프리미엄 모델이라는 걸 감안해도 낮은 가격은 아니다. LG베스트샵 온라인몰 기준 LG전자의 OLED TV 가격은 55인치 160만원, 65인치 250만원이다. 

패널의 밝기와 화질을 한층 끌어올린 LG전자의 차세대 모델 ‘OLED 에보(evo) TV’의 가격조차도 각각 245만원, 420만원이다.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참고: 미국 시장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삼으면 LG전자 OLED TV는 55인치 1100달러(약 133만원), 65인치 1400달러(약 169만원). OLED 에보 TV는 55인치 1600달러(약 193만원), 65인치 2300달러(약 277만원)로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진다.]

시장은 가격에 민감하다. 숱한 장점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만큼 가격이 판매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담긴 신제품의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비싼 건 당연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한 성능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특히 일반 소비자가 이론상ㆍ수치상으로 나타나는 품질의 차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프리미엄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TV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주병권 교수는 “전문가들은 QD-OLED TV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품질의 차이를 전문가만큼 섬세하게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패널 시장을 9년여간 독점해왔다.[사진=뉴시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패널 시장을 9년여간 독점해왔다.[사진=뉴시스]

문제는 QD-OLED TV의 가격이 비싼 이유가 성능 차이에 따른 프리미엄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QD-OLED TV가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100만원 이상의 가치일지는 미지수”라면서 “제품이 나온 뒤 시장의 반응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가격 차이만큼의 가치 차이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QD-OLED TV가 비싼 배경엔 또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그게 뭘까. 생산량과 수율收率(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이다. 통상적으로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생산량을 키우고 불량률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할 수 있는 QD-OLED 패널은 월 3만장 규모에 불과하다. 이는 55ㆍ65인치 TV를 연간 100만대가량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더구나 양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율이 낮을 공산도 크다. 업계에선 50~60%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할 수 있는 QD-OLED 패널은 연간 100만대 규모도 안 될 거란 얘기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OLED TV 패널 출하량 목표가 1000만대라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생산량이 적고 수율이 낮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가격이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는 가치보다 높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가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잡기 위해선 결국 생산량과 수율을 개선하고 가격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LG OLED도 LCD 중심의 TV 패널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OLED TV 패널이 처음 상용화한 2013년 4000여대에 불과했던 OLED TV 출하량은 2017년이 돼서야 100만대를 겨우 넘겼다(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이후로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OLED TV의 성장세가 부쩍 가팔라진 건 지난해 들어서다. 지난해 OLED TV 출하량은 전년(365만대) 대비 80%가량 증가한 653만대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생산량과 수율을 높인 덕분에 얻은 결과였다.

[※참고: 2013년 OLED TV(55인치) 가격은 1500여만원에 육박했다. 이듬해 가격을 크게 낮췄음에도 300만원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가격 안정화를 꾀해 현재는 100만원대에 OLED TV를 살 수 있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가 OLED TV 패널 시장을 개척할 때에 비해 시장 상황이 삼성디스플레이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TV 제조사에서 패널을 써줘야 한다. 하지만 공급량이 많고 가격까지 저렴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값비싼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선뜻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ㆍ소니 등 수요처 입장에서 현재 QD-OLED 패널 가격은 높은 수준이고,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낮은 수준일 것”이라면서 “OLED가 자리를 잡을 때 LG전자에서 오래 버텨줬듯, 삼성전자도 QD-OLED와 함께 가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통해 생산량ㆍ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TV 제조사들이) QD-OLED TV 라인업을 구축하고, 마케팅 활동을 할 만큼의 물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량과 수율을 높이기 전까지는 당장 OLED의 대항마가 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독주를 막고 OLED TV 패널 시장의 판도를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QD-OLED가 오는 6월 첫 시험대에 오른다. 

고준영 더스쿠프 경영전문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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