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판토스 IPO 가능성 높아
물류사업 영역 확장 중이지만
LG그룹 거래 발목 잡을 수도

종합물류업체 LX판토스가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매출만 4조원이 넘는 LX판토스가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성해서다. LX 측은 “논의한 적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LX판토스의 IPO 추진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LG그룹 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LX판토스가 IPO를 추진하더라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LX판토스가 IPO 가능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LX판토스 제공]
LX판토스가 IPO 가능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LX판토스 제공]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의 자회사인 물류업체 LX판토스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장 안팎에서 이런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의 눈이 LX인터내셔널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1만5000원대를 맴돌던 LX인터내셔널 주가가 11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2배 이상 오른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LX인터내셔널 지주회사인 LX홀딩스 측은 “LX판토스의 IPO 문제를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구체적인 시점’까지 거론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주식 교환이 마무리되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이 아니겠느냐는 거다.[※참고: LX그룹은 계열분리 후 아직 지분 정리가 되지 않았다.] 

LX판토스의 IPO는 시기의 문제일 뿐 당연한 수순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건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LX그룹의 계열사(LX인터내셔널ㆍLX하우시스ㆍLX세미콘ㆍLX MMA)들은 각각의 산업에서 경쟁적 지위를 확보한 탄탄한 기업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LX그룹이 향후 독자적인 생존을 해나가려면 LG그룹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금 마련은 필수다. 가장 좋은 방법이 IPO인데, 현재 LX MMA를 제외하곤 모두 상장기업들이다. 하지만 LX그룹이 LX MMA를 주력으로 키우기엔 덩치(매출 5000억원대)가 작다.

그래서 주목을 받는 게 LX판토스다. 종합물류기업인 LX판토스는 언급했듯 LX그룹의 핵심 계열사(매출 기준 1위)인 LX인터내셔널의 비상장 자회사다. 눈여겨볼 점은 LX판토스의 매출이 LX인터내셔널 전체 매출(11조2826억원ㆍ2020년 기준)의 42.2%(4조7634억원)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영업이익은 LX인터내셔널의 100.3%(LX상사는 마이너스)에 달한다. 

쉽게 말해 LX그룹 핵심 계열사의 뒤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이 바로 LX판토스인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대어大魚’다. 주식시장에서 “LX판토스가 LX그룹 성장의 키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건 LX판토스가 IPO를 추진했을 때 ‘더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느냐다. 표면적으론 IPO가 LX판토스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LX판토스가 성장 전략을 펴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현재 물류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토대로 새로운 물류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월 다국적 기업 DKSH의 한국법인이 가진 헬스케어 물류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이후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ISO 13485’ 인증도 획득했다. ‘ISO 13485’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국제표준 규격으로 의료기기 산업에 특화된 경영시스템과 품질관리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인증 제도다. LX판토스가 의료기기의 공급ㆍ보관ㆍ배송의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차단하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의약품 항공운송 품질 인증인 ‘CEIV 파르마(Pharma)’도 국내 물류기업 최초로 획득했다. ‘CEIV 파르마’는 IATA가 인증하는 엄격한 관리 체계에서 안정적인 항공운송을 보장하는 국제표준 인증제도다. 이 인증을 받았다는 건 까다로운 의약품 운송을 책임지고 맡을 전문성이 있다는 의미다.

LX판토스는 사업 영역 넓히는 중

현재 세계 의약품시장의 성장과 함께 헬스케어 물류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헬스케어 서비스업체 퀸타일즈IMS 등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물류시장 대비 1% 미만이던 헬스케어 분야의 점유율은 2025년 3.5%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LX판토스의 주력인 물류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LX판토스는 전자상거래 시장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최근 LX판토스는 ‘e커머스 물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국내외 주요 쇼핑몰과 오픈마켓에 들어온 고객사의 제품 주문을 취합하고, 모든 유통 단계를 통합 처리하는 풀필먼트(물품 보관ㆍ포장ㆍ배송ㆍ재고 통합 관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LX판토스 관계자는 “해외 영업망이 없는 중소기업도 이 시스템을 활용해 온라인 판매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X판토스에 따르면 이미 대형 고객사도 상당수 확보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LX판토스의 매출이 대부분 특수관계자(주로 LG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LX판토스가 LG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일으킨 매출은 총 3조4592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72.6%에 달한다.[※참고: 특수관계자 거래의 96.9%가 LG전자ㆍLG화학ㆍLG디스플레이와의 거래다. 나머지는 LX상사를 비롯한 내부거래다.] 

순수한 외부 영업으로 올린 매출은 27.4%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을 놓고 보면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78.1%로 가장 높았던 2017년보다는 비중이 5.5%포인트 낮아졌지만, 거래 금액은 2017년(2조8223억원)보다 6380억원이 늘었다. LX판토스가 IPO에 성공하더라도 자립이 가능할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G와의 관계는 딜레마

일부에서는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가진 LG 지분이 많아 계속 LG의 주요 주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일감을 못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일감을 계속 받을 경우, 성장 기대감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IPO 흥행도 담보하기 힘들다. 

LX판토스는 현재 IPO의 흥행 없이는 신규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기준 유동자산은 1조1425억원(현금성자산 1194억원 포함)이지만, 유동부채가 9001억원에 달한다. LX판토스의 사업이 대부분 외상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인데, 유동자산을 당장 현금화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LX판토스의 IPO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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