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호언했지만
분할 이후부터 주가 반토막
대주주 지분 정리가 관건

LG와 LX홀딩스의 주가가 분할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주주 간 지분 정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두 그룹의 대주주인 구광모 LG 회장과 구본준 LX 회장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란 얘기다. 문제는 두 오너가 지분을 언제 어떻게 정리할지 알 수 없다는 거다.

LG그룹은 LX그룹을 분할하면서 향후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 호언했지만, 주주들은 분할 이후 큰 손실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LG그룹은 LX그룹을 분할하면서 향후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 호언했지만, 주주들은 분할 이후 큰 손실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분할을 통해 각각의 지주사와 자회사는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기회도 생길 것이다. 아울러 주주가치도 제고될 것이다.” 지난 5월 LG그룹은 LX그룹을 분할할 당시 이렇게 강조했다. 그런데 분할한 지 반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주주들은 이 말에 동의하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 LG나 LX홀딩스의 종목토론방이나 SNS에는 소액주주의 원성이 가득하다. LG와 LX홀딩스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4월 28일 기업분할 때문에 정지됐던 LG 주가는 당초 12만6500원에서 5월 27일 거래가 재개된 후 10만8500원(-14.2%)으로 떨어졌다. 지금은 9만6100원(10월 19일 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거래정지일보다 24.0% 하락했다. 

LX홀딩스의 주가는 더 심각하다. 5월 27일 2만5300원으로 재상장해 거래를 시작한 LX홀딩스 주가(시작가는 1만2650원)는 3거래일 만인 5월 31일 1만950원(-56.7%)으로 반토막이 났다. 10월 19일 현재 주가는 그보다 더 떨어진 8950원으로 재상장가 대비 -64.6% 수준이다.

같은 기간 LX홀딩스 우선주는 3만9800원(시작가)에서 1만4050원으로 떨어져 하락률 64.7%를 기록했다. LG와 LX홀딩스의 주가 모두 분할과 동시에 내리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특별한 악재가 있어 주가가 급락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례로 LX홀딩스의 자회사들은 악재보다 호재가 더 많다. LX인터내셔널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좋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LX판토스는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상태다. LX세미콘 역시 3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데, 다양한 신사업이 힘을 받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LX하우시스는 ‘한샘 인수’ 불발이란 변수 탓에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계열 분리 후 첫 회사채 공모 수요예측에선 모집액(1000억원)의 4배가 넘는 45 50억원이 몰렸다. 시장은 여전히 LX하우시스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LG의 상황도 LX그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별다른 악재가 없어서인지 시장에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종목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기존 LG 주주로서 LX홀딩스 주식을 나눠 받은 이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기존 LG 주주는 회사 분할비율(LG 0.912 : LX홀딩스 0.088)에 따라 LG와 LX홀딩스로 주식을 나눠 받았다. 

가령, LG 주식을 100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라면 기업분할 후 LG의 주식 91주와 LX홀딩스의 주식 8.8주(실제 LX홀딩스 주식은 재상장과 함께 1대5로 액면분할해 44.2주 교부)를 받았다. 그런데 분할 후 LG 주가는 24.0%, LX홀딩스 주가는 64.6% 하락했으니 기존의 LG 주식 100주를 갖고 있던 주주라면 LG에서 약 277만원, LX홀딩스에서 약 72만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그렇다면 LG와 LX홀딩스의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지분 정리 이슈다. 현재 구광모 LG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15.95%(1217만주)를 갖고 있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LG 지분 7.72%(1214만주)를 보유 중이다. 계열 분리가 마무리되려면 두 오너는 주식을 교환하든지 장내 거래를 하든지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참고: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특수관계인 주식보유 비중이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이어야 한다.]

악재 없는데 주가는 하락

문제는 기업분할이 시작된 지 반년이 다 돼 가도록 양측이 주식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지를 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오너에 의해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생긴 거다. 

예컨대 LG든 LX홀딩스든 대량의 주식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먼저 LG 주식 관점에서 보자. 현재 구광모 회장은 구본준 회장의 지분 7.7%를 대량으로 매입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구광모 회장은 이미 LG의 최대주주(15.95%)이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매년 1100억원의 상속세(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 8.8% 상속)를 내야 한다는 점도 매입 시기를 늦출 만한 변수다. 반면 구본준 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가진 LX홀딩스 지분 15.95%를 매입하고, LG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반대로 LX홀딩스 주식 관점에서 따져 보자.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현금이 필요한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는 LX홀딩스를 비싸게 팔고 싶을 테고, 구본준 회장은 싸게 매입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양측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이 현금 확보를 위해 LX홀딩스를 장내에 매각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양측 대주주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분 정리 이슈는 LG와 LX홀딩스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따라서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주주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두 오너가 지분을 완전히 정리할 때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오너간 이해관계 때문에 주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거다.

지분 정리 숙제 풀어야

사실 이 리스크는 분할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애초에 LG그룹이 기업을 쪼갠 이유가 ‘성장 잠재력’이나 ‘신사업 발굴’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참고: 분할의 본질적인 이유는 조카(구광모 LG 회장)의 회장 등극으로 지위가 애매해진 구본준 LX홀딩스 회장(분할 당시 LG 고문)을 위한 ‘LG 오너 일가의 자산 분할’이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주주는 LG그룹의 ‘주주가치 제고’ 주장에 의문을 던지면서 분할 이후를 걱정했고, 그 우려는 반년도 채 안 돼 현실이 됐다. 물론 LG와 LX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지금은 주가가 기대치를 밑돌고 있어도 언젠가는 빛을 볼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두 오너가 지분을 정리한 이후일 가능성이 높고,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주들 사이에서 ‘기회비용을 맥없이 놓치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도 오너가 문제인 지점도 숱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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