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5편
독일 치보(Tchibo) 스토어
규모 제한 없는 출점 방식
기본기 갖춘 복합커피 전문점

요즘 커피전문점은 커피와 함께 케이크를 팔고, 연말이면 너나 할 것없이 굿즈 상품도 선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머그잔ㆍ텀블러ㆍ간이의자 등 굿즈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그렇다면 커피만 파는 전문점과 이것저것 다 파는 복합커피전문점 중 어떤 게 유리할까. 독일 최대 커피체인점 ‘치보(Tchibo)’를 통해 답을 찾아보자.

독일 커피전문점 치보는 비非커피제품으로 영역을 넓혀 사세를 확장했다.[사진=치보 홈페이지 캡처]
독일 커피전문점 치보는 비非커피제품으로 영역을 넓혀 사세를 확장했다.[사진=치보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지.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019년 11월 발표한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인 커피전문점은 7만1000곳에 이른다. 그럼 이렇게 많은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커피만 파는 단독점이 좋을까, 이것저것 다 파는 복합커피점이 좋을까.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가 있는 ‘치보’ 카페는 1000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소매 체인점이다. 1949년 무역업자인 막스 허츠(Max Herz)와 칼 칠링히르얀(Carl Tchilin ghiryan) 두 사람이 공동창업했다. 초기엔 별 볼일 없는 커피전문점이었다. 로스팅한 커피콩을 손수건 재질의 파우치에 담아 개인 고객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게 사업의 전부였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55년 독일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오프라인을 시작했는데, 매장 크기는 고작 3.3㎡(약 1평)였다. 하지만 치보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엔 아직 매장이 없지만 미국, 캐나다,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불가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에 1만명이 넘는 직원이 있고, 2019년에는 36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렇다면 치보가 이토록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매장 크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 출점 방식이다. 3.3㎡ 남짓한 크기의 매장을 직원 1~2명으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어 소자본 창업자가 몰려들었다. 

둘째는 원두의 다양성이다. 치보에서 판매하는 커피 종류는 30여가지에 이른다. 소비자가 원하는 커피는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피가격이 싸진 않지만 그 맛은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품이다. 

셋째 이유는 커피전문점이지만 커피만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보는 다양한 비非커피 상품을 함께 파는 스토어로 유명하다. 비커피 제품으로는 의류·가구·생활용품·전자제품 및 전기기기를 망라한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 상품인 여행ㆍ보험ㆍ휴대전화(계약) 등의 상품도 판매한다. 그야말로 치보에선 유무형 제품을 취급한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의 슬로건은 ‘매주 새로운 세계(Every week a new world)’다. 작은 커피전문점에서 독일에서 가장 큰 소매점 체인으로 성장한 치보는 요즘 화두인 ‘ESG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참고 : ES G 경영은 환경(Envior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이 회사는 사람들과 지구, 그리고 미래를 지켜야 한다는 윤리적이면서도 헌신적인 철학을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커피를 재배하는 토양을 보호하는 정책, 커피 재배 농민을 위한 배려정책 등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윤리 및 환경물류상, 유럽연합의 CSR 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치보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쉬운 도전은 아닐 것이다. 커피전문점을 차별화하는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치보처럼 복합매장을 만들면 ‘커피란 본질’이 왜곡될 우려가 있어서다. 

치보는 우리나라에서 캡슐커피 머신 등을 론칭했다. 사진은 2012년 치보 캡슐커피 머신 ‘카피시모’ 론칭 모습.[사진=뉴시스]
치보는 우리나라에서 캡슐커피 머신 등을 론칭했다. 사진은 2012년 치보 캡슐커피 머신 ‘카피시모’ 론칭 모습.[사진=뉴시스]

이 말에 누군가는 ‘치보는 되고 다른 커피전문점은 안 된다는 건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게 아니다. 치보가 글로벌 커피체인점으로 성장한 덴 나름의 철학과 기초가 탄탄했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복합매장을 꾀하면 실패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참고: 그럼 기초는 또 어떻게 닦아야 할까. 답은 누구든 제시할 수 있다. 매장 시설비와 인건비를 줄이고, 커피맛에 승부를 던지는 거다. 단골손님에게 새로움을 선물하기 위해 매주 혹은 매월 ‘새로운 커피’를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커피만 파는 단독점이 좋을까 복합커피점이 좋을까. 치보처럼 복합커피점으로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아직 무엇이 좋은지 답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21세기 경제의 핵심은 ‘융복합’이고, 이는 골목상권에서도 적용해야 한다. 골목상권의 작은 가게 사장님들도 본업과 상품궁합이 맞는 상품을 덧붙이는 시도를 해봐야 하는 이유다. 치보도 그렇게 성장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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