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곳 껑충 뛴 곳 불투명한 곳
2년째 매각 지연 중인 대우조선해양
주가 훌쩍 뛴 HMM 언제 매각 되나
미래 발전 계획 불투명한 한국GM

산업은행이 출자한 기업들 중엔 국내 산업과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굵직굵직한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의 정상화와 매각 이슈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각 기업의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은 2년째 지연되고 있는 매각을 계속 밀어붙여야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반대로 기업가치가 훌쩍 오른 HMM은 매각 타이밍이 관건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산업은행과 그 관계기업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는 건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는 건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7부 능선을 넘어섰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지난 5일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대우건설의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1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한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이번 매각 작업이 별 탈 없이 마무리되면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밑으로 들어간 지 11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다.[※참고: KDB인베스트먼트는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 2019년 7월 설립됐다. 그해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50.8%를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겼다.]

하지만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구석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KDB인베스트먼트가 입찰공고도 내지 않고 입찰을 진행했는데, 심지어 본입찰 이후엔 중흥건설의 가격 수정 요구를 수용해 입찰 금액을 다시 받아놓고 ‘재입찰은 아니다’는 궤변을 늘어놨다”면서 “이는 밀실ㆍ특혜 입찰이며 명백한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DB인베스트먼트는 본입찰이 마감된 6월 25일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입찰 금액을 다시 받았다. 그 과정에서 인수가격은 200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대우건설을 둘러싼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몸집이 작은 중흥건설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품었다가 탈이 나면 두 기업 모두 위험에 빠질 거란 얘기다. 업계에서도 “인수자금이 부족한 중흥건설이 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2010년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넘어간 것도 무리하게 인수를 시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시달린 탓이었다. 산업은행이 11년 만에 대우건설을 매각할 기회를 잡았음에도 시장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은 이동걸 산은 회장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2019년 국감에서 이 회장이 2021년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고 자신했는데, 이번에도 성사하지 못하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대우건설만이 아니다. 산업은행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기업들 가운데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곳은 한둘이 아니다.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오랜 침묵을 깨고 회복세를 그리고 있는 HMM,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하는 한국GM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들 기업이 국내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 대우조선해양 매각 지연 = 대우조선해양은 지분 55.7%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자회사다. 2019년 3월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여가 넘도록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ㆍ합병(M&A)이 성사되려면 6개국(중국ㆍ싱가포르ㆍ카자흐스탄ㆍ일본ㆍ한국ㆍ유럽연합)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일본ㆍ한국ㆍ유럽연합(EU)의 승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과 체결한 현물출자ㆍ투자계약 기한을 벌써 3차례나 연장했다.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나지 않는 건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세계 1ㆍ2위 기업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LNG선, 초대형유조선(VLCC) 등 일부 선종은 두 기업이 70~80% 이상의 시장점유율(5월 말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해운사가 유럽에 있기 때문에 EU의 동의 없이 조선업을 영위하기 힘든데, EU의 중간평가에서 이미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면서 “수요자인 EU가 공급자에 유리한 M&A를 동의할 리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EU에 이익이 될 만한 걸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일부에선 “EU의 무리한 요구가 되레 우리나라의 국익을 훼손할 소지도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사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가 국내 조선업계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독과점 구조가 심화하면 부품산업의 생태계가 피폐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대우조선해양을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하려는 산은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근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도 SNS를 통해 “명분도, 실리도, 취지도 사라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관리기업의 매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관리기업의 매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지부진한 매각 작업이 대우조선해양의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업계의 최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친환경ㆍ스마트선박을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기술 투자가 중요한데,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처한 불안정한 상황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조만간 걷힐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조선업이 호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에 건조된 선박의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선박의 수명은 통상 20~30년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2000년대 중반에 만든 배들이 2025년께부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유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때문이다. IMO는 2023년부터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2030년엔 세계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화된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주들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최진명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면서 숨통이 트인 해운업의 낙수효과를 받아 조선업계 영업환경이 나아진 건 맞지만 회복 수요가 끝나는 내년께부턴 수주 공백기가 찾아올 공산이 크다”면서 “미래를 쉽게 예단할 순 없겠지만 2025년 전후를 바라보면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5년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지만 지금의 대우조선해양으로선 녹록지 않을 공산이 크다.  

■HMM 주가 껑충 = 앞서 말했듯 올해 조선업계의 영업환경이 개선된 건 깜짝 호황을 맞은 해운시장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함에 따라 펜트업 효과(Pent-upㆍ억눌렸던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다.

당초 올 상반기에는 급증한 수요가 잠잠해질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해운업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일엔 무려 3905.14포인트를 기록하며 4000포인트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만큼 HMM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 중 상황이 가장 긍정적이다. 지난해 10년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도 쾌속 순항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HMM의 올해 영업이익이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9808억원)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HMM은 지난 6월 29일 12척의 배를 추가 발주했다. 지난 2년간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인도받았는데, 이번엔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주문했다. 해운시장 공급부족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몸집을 더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HMM에도 불안 요인은 있다. 해운업계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펜트업 효과에 따른 단기적 수요 증가’에 그칠지, ‘장기적인 추세의 업황 개선’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운산업은 원래 장기 호황이 없는 시장”이라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왔다 갔다 하는데, 내년 춘절(중국의 설날)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산은의 선택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MM을 매각하기엔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수 있어서다. 다만, 산업은행이 지난 6월 28일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산은의 HMM 지분율이 11.9%에서 25.0%로 늘어난 게 인수를 희망하는 곳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인수가격이 뛸 게 분명해서다.

현재 포스코, 현대차, HDC그룹 등이 HMM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산은은 “HMM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우려스러운 건 HMM의 매각 타이밍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 한국GM 생존 불투명 =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지분 17.0%를 소유한 2대 주주다.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한국GM 철수설이 피어오르던 2018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한 산은은 한국GM을 붙잡기 위해 7억5000만 달러(GM은 63억 달러 투자)를 쏟아부었다. 한국GM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시설투자에 쓰라는 뜻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난해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격해졌는데, 이유는 ‘미래 플랜’ 때문이었다. 한국GM엔 3개 공장(창원ㆍ부평1ㆍ2공장)이 있는데, 그중 부평2공장이 사실상 한국GM의 미래 플랜에서 배제됐다. 현재 부평2공장에서 생산 중인 말리부ㆍ트랙스는 2022년 단종될 예정이다. 그후 부평2공장엔 생산물량이 없다.

그렇다고 설비투자나 신차배정이 계획된 것도 아니었다. 한국GM 노조 측은 이를 “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참고: 한국GM 측은 말리부ㆍ트랙스 수요가 많다면 생산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말리부ㆍ트랙스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0%, 46.9% 감소했다.]

그럼 올해는 한국GM의 미래 플랜이 좀 바뀌었을까. 일단 부평2공장에 설비투자ㆍ신차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는 그대로다. 물론 바뀐 건 있다. 지난 3월 제주부품사업소와 창원부품물류센터를 폐쇄했다. 2019년 5월 폐쇄한 인천부품물류센터까지 더해 총 3곳의 물류센터가 문을 닫았다. 이제 한국GM에 남은 물류센터는 세종부품물류센터뿐이다.

한국GM 노조 측은 “한국GM은 2020년 임단협에서 물류센터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통폐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산은 지원금 어떻게 쓰이고 있나

그런데 GM이 투자한 63억 달러는 고사하고 산은이 지원한 7억5000만 달러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 걸까. 한국GM 관계자는 “이상 없이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

물론 2018년 GM이 산은의 지원을 받고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약속했던 때로부터 3년여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물류센터 3곳이 폐쇄되고, 6개 차종이 단종됐다. 반면 추가된 건 신차 1종뿐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국GM이 자체적으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단계”라면서 “단편적인 부분만 보기보다는 하나의 사이클로 봐야 한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세계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HMM, 한국GM 등 산은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기업들 역시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산은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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