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편하지만 관리 어려운 구독 서비스
필요성 낮다면 과감히 해지해야

요즘 젊은 부부들은 구독 서비스를 즐겨 이용한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구독 서비스도 다양해져 최근엔 꽃 배달, 세탁 대행 등 갖가지 서비스가 생겨났다. 하지만 서비스엔 늘 대가가 따르는 법. 싸고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이것저것 구독하다간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청구서를 보게 될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구독 서비스에 흠뻑 빠진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새나가는 지출을 줄이려면 자신이 가입한 구독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나가는 지출을 줄이려면 자신이 가입한 구독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3년차에 접어든 한상준(가명·33)씨와 그의 아내 이현희(가명·31)씨는 점점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이 한씨가 결혼 후 이씨를 데리고 국내외 이곳저곳을 다니며 흥청망청 쓴 게 빚만 양산한 꼴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그의 ‘여행벽’이 잦아드는가 싶었지만, 최근 백신을 접종하자마자 원상복구됐다. 빚이 산더미인데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한씨를 보다 못한 이씨가 남편을 설득해 재무상담을 받게 됐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게 비단 여행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씨가 주식·암호화폐 투자 과정에서 입은 손실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시드머니가 넉넉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이너스통장 2000만원에 신용카드 대출 5000만원까지 총 7000만원으로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지만 원금은 3100만원만 남았다. 3900만원의 빚을 고스란히 갚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집 문제도 부부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집주인이 부부가 사는 전세 빌라(전세금 1억원)의 전세금을 올렸지만, 부부의 수중엔 이를 감당할 돈이 없었다. 결국 인상분을 월세(50만원)로 돌리는 ‘반전세’로 전환해야 했고, 부부의 재정 상태는 더 나빠졌다. 대출금 상환에 월세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그 흔한 예금통장 하나 없는 한씨 부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일단 필자는 부부와 함께 가계부를 정리해 봤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두 사람의 소득은 총 542만원으로 남편이 265만원, 아내가 277만원을 번다. 정기지출 582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91만원, 금융성 상품 4만원 등 부부의 월 지출은 총 677만원에 달했다. 한달에 135만원씩 적자가 발생했다. 1차 상담에서 식비·생활비를 80만원에서 45만원으로 35만원 줄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건 역시 대출금이다. 지난 상담에서 한씨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했는데, 다행히도 한씨 부모님이 부족분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희망이 생긴 부부는 서둘러 주식과 암호화폐를 모두 처분하고 빚을 갚는 데 썼다. 모자란 액수(약 3900만원)는 부모님의 돈으로 해결하고, 매월 일정 금액을 부모님께 상환하는 식으로 갚아 나가기로 결정했다.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할 자금을 마련해보자. 먼저 유류·교통비를 기존 45만원에서 35만원으로 조금 낮췄다. 부부는 지하철을 타면 회사까지 출근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굳이 교통체증을 겪어가면서까지 출퇴근 시간에 차를 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대중교통으로만 출퇴근하고 차는 주말에만 쓰기로 했다.

다음은 세탁비(15만원)다. 집에 세탁기가 있는데 세탁비를 15만원이나 쓴다는 게 흥미로웠는데, 세탁앱의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게 원인이었다. 세탁물을 집 앞에 두면 업체에서 이를 수거해 대신 세탁해 주는 방식인데, 가격이 꽤 비싸다. 지금은 이런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다. 앞으론 꼭 필요한 옷만 드라이클리닝을 맡기고 그 외엔 손빨래를 하는 등 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따라서 세탁비는 15만원에서 5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통신비(26만원)도 크게 줄였다. 평소 드라마 다시보기 서비스를 즐기는 이씨는 VOD 가격이 점점 오르자 한 케이블TV의 정액요금제를 선택하고, OTT 서비스를 여러개 구독하는 방법을 썼다. 구독 서비스는 개별 가격은 저렴하지만 중복 가입하고 방치할 경우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답답하겠지만 구독 서비스는 전부 해지하고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만 보는 식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아울러 두 사람 모두 데이터를 별로 쓰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8만원짜리 고가 요금제에서 4만원짜리 알뜰폰 요금제로 교체했다. 그 결과 통신비는 26만원에서 13만원으로 크게 절감됐다.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에 달하는 용돈도 줄이기 대상이다. 부부의 용돈 지출 내역을 보니 그 속에 또다른 가계부가 있는 듯했다. 식비·의류비 등 다양한 지출항목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지출은 부부가 계획했던 예산 안에서만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야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부부는 각자의 용돈을 25만원씩 줄여 총 50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보험료(37만원)도 세심히 살폈다. 다행히 부부의 보험은 구성이 탄탄했다. 다만, 아내 명의로 가입한 변액유니버설 종신보험(15만원)은 해지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부부는 “통장이나 마찬가지”라는 설계사의 말만 듣고 가입했는데, 알고 보니 31년간 납입해야 겨우 원금의 100%를 회수할 수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202만원은 CMA통장에 모아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37만원에서 22만원으로 줄었다.

앞서 언급했듯 부부는 남편 부모님의 도움으로 빚을 전부 갚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대출상환금 165만원과 신용카드 할부금 50만원이 사라졌다. 대신 월 100만원씩 부모님께 원금을 상환하기로 약속했으므로 이를 새로운 지출로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 지출에선 경조사비(연 300만→150만원), 의류·미용비(연 400만→300만원), 여행·휴가비(연 200만→100만원)를 골고루 줄였다. 특히 경조사비를 좀 더 많이 줄였는데, 이는 부부가 결혼식 때 와준 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경조사비를 많이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런 과감한 결단을 통해 비정기 지출은 월평균 91만원에서 62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제 전부 계산해보자. 1·2차 상담에서 부부는 유류·교통비(10만원), 세탁비(10만원), 통신비(13만원), 식비·생활비(35만원), 부부 용돈(총 50만원), 보험료(15만원), 대출상환금(16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50만원), 비정기 지출(29만원) 등 37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새로운 지출항목인 부모님 원금 상환(월 100만원)과 기존 적자(135만원)를 빼면 부부는 총 142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한 셈이 된다.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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