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도시재생센터장 간담회

과거의 도시재생은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지역주민들 역시 도시재생사업을 한다고 하면 “집 고쳐 달라” “주차문제 해결해 달라”는 민원성 요구만 늘어놨다. 그런 도시재생사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역을 살릴 거점공간이 들어서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활동가들이 모여든다. 여기에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있는 부천시 도시재생 사업이 도시재생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형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이 아이디어는 빛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장형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이 아이디어는 빛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4월 가톨릭대 창업대학 도시재생센터와 부천시 도시재생센터는 ‘고강지역 도시재생 활성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선정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부천시 고강동 지역이 선정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는 데 머리를 맞대기로 한 거다. 아울러 가톨릭대 교과목에 고강동 도시재생 관련 프로그램을 연계해 기획·운영하기로 했다. 가톨릭대와 부천시는 2019년부터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문화예술 분야에서 협력활동을 진행하며 지역 현안을 해결할 해법을 함께 찾아가고 있다. 고강지역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그중 하나다. 

도시재생은 이제 시대의 화두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거대 예산을 쏟아부으며 도시재생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재생이라는 그럴싸한 명분 아래 아름다운 원도심은 파괴되고, 그 과정에서 사업자와 주민은 숱한 갈등을 빚었다. 눈에 띄는 성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이런 맥락에서 가톨릭대 ‘사회혁신융복합전공 도시재생캡스톤디자인’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걸음은 생각해 볼 점이 많다. 학생들은 지역을 돌아보며 문제점을 찾아냈고, 귀를 쫑긋 세운 다음 지역주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그런 학생들에게 주민들은 마음을 열었다. 도시재생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지 학생들이 몸소 보여준 셈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역 주민을 위한 ‘진짜’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고 있는 정찬호 부천시 도시재생센터장(주택국 도시재생과), 정미렴 가톨릭대 도시재생센터장(소비자주거학과 교수)을 만나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왜 중요한지 들어봤다.

✚ 도시재생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정찬호 센터장 : “도시재생이라는 게 한마디로 딱 정의하기 어려워요. 범위가 정말 넓기 때문이죠. 사업 초기인 2015~2016년엔 도시정비와 연결된 사업을 도시재생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대부분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환경정비를 떠올렸죠. 이번 정부에선 접근이 조금 달라졌어요.”


✚ 어떻게 달라졌나요?
정찬호 센터장 : “도시재생을 그린뉴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governance), 사회공동체 측면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도시재생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삼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은 도시재생으로 보면 됩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로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를 앞세운 방식이다. 당연히 도시재생사업의 규모가 작고, 중앙정부의 역할은 후방지원(예산 등)으로 축소된다. 이를 통해 도시기능을 재활성화해 도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목표다.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머무는 게 아니란 거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사업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으로 구분돼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매년 재정 2조원,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사업비 3조원 등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도시재생의 범위가 넓은 만큼 적용할 수 있는 것도 많겠네요. 
정미렴 센터장 : “맞아요. 도시재생의 범위가 정말 넓습니다. 가톨릭대에서는 창업대학에서 먼저 도시재생을 다뤘어요. 그런데 소비자주거학과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제가 볼 때 우리 전공과도 연관이 있겠더라고요. 그만큼 도시재생을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정찬호 센터장 : “경제개발형, 상권살리기 사업 등 유형도 많아요. 복지 분야에도 도시재생사업이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도시재생 사업은 대부분 낙후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이뤄지거든요. 그곳 주민들은 신도시 주민들에 비해 아무래도 소득이 낮다보니, 복지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거죠.”


✚ 정말 한마디로 정의내리기가 어렵군요.
정찬호 센터장 : “지역을 살리기 위해 여러 자원들이 모이는 걸 도시재생으로 보면 됩니다.”

정미렴 센터장 : “도시재생의 목표는 결국 지역과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거잖아요. 그걸 위해서 굉장히 많은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학제적으로 접근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래서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필요합니다.”[※참고: 다학제는 총체적인 학문 영역간 협력활동을 말한다. 여러 학문의 협동·협업 관계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교류뿐만 아니라 미시·거시적인 접근도 포괄한다.] 

정찬호 부천시 도시재생센터장과 정미렴 가톨릭대 도시재생센터장.[사진=더스쿠프 포토]
정찬호 부천시 도시재생센터장과 정미렴 가톨릭대 도시재생센터장.[사진=더스쿠프 포토]

가톨릭대 LINC+사업단이 기획한 ‘가톨릭대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 도시재생’ 과목은 의미가 크다. 도시재생의 문제점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학생들의 눈으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개설한 클래스인데, 처음엔 우려가 많았다. ‘학생들이 도시재생 현장을 얼마나 알겠냐’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디어를 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는 낡은 생각들을 무너뜨렸다. 

✚ 부천시 도시재생센터에서도 ‘가톨릭대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 도시재생’ 수업의 멘토로 참여하셨죠. 해보니 어떻던가요.
정찬호 센터장: “학생들의 관점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 어떤 점이 그렇게 다르던가요.
정찬호 센터장 : “예컨대, 한 공간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과제가 주어졌다고 치죠. 저 같으면 환경정리, 간판정비, 지역상권 살리기 방안을 먼저 냈을 거예요. 그런데 학생들은 달랐어요. 공터를 활용해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더라고요.”


✚ 그것 말고도 기억에 남는 아이디어가 있나요?
정찬호 센터장 : “최근 배달앱 수수료 문제가 이슈잖아요. 장사하는 분들에게 수수료가 얼마나 부담스럽겠어요.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일찌감치 제시했어요. 왜 꼭 배달앱을 써야 하냐는 거였죠. 당시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배달서비스 아이디어가 나왔었습니다.”


✚ 학생들의 머리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 셈이군요. 
정찬호 센터장 : “우리는 프로젝트나 사업을 볼 때 기존의 제도나 지침들을 봅니다. 철저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관점으로 보는 거죠. 반면 학생들은 그런 제약이 없잖아요. 아이디어가 다양하고 신선했어요. 우리는 그런 신선함이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다듬어주는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반영되는 건 극히 일부이지 않나요? 
정찬호 센터장 : “학생들이 생각해낸 것들을 당장 도시재생에서 다루지 못한다 해도 학생들의 관점에서 그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논의되는 거잖아요. 그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미렴 센터장 : “지난 학기에 한 지역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학생들이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는데, 놀랄 만한 변화를 목격했습니다.”

✚ 무슨 변화죠?
정미렴 센터장 : “학생들이 시간만 나면 그 지역에 가 있더라고요.”

✚ 왜 그랬을까요?
정미렴 센터장 : “프로젝트에 참여하니까 그 지역을 더 이해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곳을 자꾸 배회하더라고요.(웃음)”

정찬호 센터장 : “도시재생 관련 수업을 듣고 졸업을 해서 도시재생 현장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다 보면 관심이 더 생기나봐요.”


✚ 아주 긍정적인 효과네요.
정미렴 센터장 : “의외로 학생들이 도시재생 자체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여러 대외활동을 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대부분 그런 기회들이 서울에 있으니까 인재를 빼앗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이젠 부천에서 활동하겠다는 학생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정찬호 센터장 : “그래서 저희도 생각을 바꿨습니다.”


✚ 무슨 생각을 어떻게 바꾸셨다는 거죠?
정찬호 센터장 : “지난해 처음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느낀 건데요.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할 때 학생들이 모르는 곳 말고, 학생들이 잘 아는 학교 근처를 대상으로 해야겠더라고요. 내가 사는 곳이 바뀌어야 도시재생에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도시재생을 계획하고 있는 지역에서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 직접 변화를 느껴야 관심이 커진다는 거군요.
정찬호 센터장 : “가톨릭대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늘 그래요. 이걸 단순히 이벤트로만 끝내지 말자고요. 어떻게든 제도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협약도 하고, 연계할 수 있는 방법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정미렴 센터장 : “노령화되는 지역에 청년이 들어가야 하는 게 맞아요. 그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 보면 지역에 애정이 생기고, 그 지역에 가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거기서 살겠다고 나서는 청년이 생길 거예요. 이런 선순환이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 앞으로 도시재생사업은 어떻게 나아가는 게 이상적인가요.
정찬호 센터장 :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정부와 지자체가 발판을 마련해놨으니 그다음엔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자치분권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역마다 마을을 관리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지속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 씨앗을 뿌렸으니 이젠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는 거군요.
정찬호 센터장 : “그렇죠. 지자체 예산을 무한 투입할 순 없잖아요. 쉽지 않겠지만 그런 노력들을 동반해야 진화할 수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시설사업뿐만 아니라 역량강화사업을 함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주민들의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미렴 센터장 : “지역과 학교의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은 그 지역에 계속 존재할 거잖아요. 같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도 대학 안으로 들어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질 거 같아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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