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캡스톤디자인 학생대표 3人

2020년 가을 가톨릭대 58명의 학생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지역사회의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다는 취지에서였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20개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소셜기록제작소’를 통해 소개한 이유다. 그렇다면 수업에 참여한 학생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톨릭대 LINC+사업단이 기획한 ‘캡스톤디자인’ 수업에 참여한 대표학생 3명(이진민·차민정·안별)은 “우리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학생들은 캡스톤디자인 수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진민‧차민정‧안별 학생.[사진=천막사진관]
가톨릭대 학생들은 캡스톤디자인 수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진민‧차민정‧안별 학생.[사진=천막사진관]

2020년 2학기 가톨릭대 LINC+사업단이 기획한 ‘캡스톤디자인’ 수업은 주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58명의 가톨릭대 학생이 참여한 ‘소셜리빙랩’ ‘소셜벤처’ ‘도시재생’ 3개 클래스에서 사회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0개의 솔루션을 제안했다. 청년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통념을 뒤집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학생들은 강의실 대신 골목을 누비며 지역사회의 현실을 마주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학기 동안 진행된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학생들은 어떤 걸 경험하고 느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각 클래스를 대표해 인터뷰에 나선 학생들을 만나 그간 소회와 성과를 물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은 소셜벤처 슉슉팀의 이진민 학생, 도시재생 안부인사팀의 차민정 학생, 소셜리빙랩 두드림 팀의 안별 학생이다. [※참고: 캡스톤디자인은 공학계열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설계·제작하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을 뜻한다.]

✚ 각자 다른 주제로 캡스톤디자인 수업에 참여했어요. 어땠나요.
차민정 학생(이하 차민정) : “정말 괜찮은 수업이었어요. 학생들은 대부분 학점을 감안해서 수강 신청을 하는데, 캡스톤디자인 수업은 학점을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 수업에 들어갈 때만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만 집중했죠.”

안별 학생(이하 안별) : “이론보단 현장을 중시해서 좋았어요. 문제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죠. 하나의 문제를 두고 여러 사람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이진민 학생(이하 이진민) : “같은 생각이에요. 특히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제안이 지역사회를 바꿀 만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힘든 점은 없었나요.
안별 :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코로나19 탓에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건 더 어려웠죠. 경계심이 높아진 탓인지 학생증을 보여드려도 믿지 않는 분들이 계셨어요.”


이진민 : “저희 팀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어요. 대부분 전화나 화상회의 같은 비대면 인터뷰로 진행하다 보니 한계가 많았어요.”

차민정 : “수업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죠. 처음에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부담감도 컸어요.”

✚ 인터뷰 과정에서 겪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차민정 : “제 소속팀인 ‘안부인사’의 프로젝트는 지역주민이 신고나 제안을 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거였어요. 현장에 계신 경찰관의 의견이 꼭 필요했죠. 그런데 막상 경찰지구대를 찾아가니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요. 경찰분이 먼저 말을 걸어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신고 시 필요한 것과 주민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까지 다양한 조언을 해주셨죠.”

이진민 : “저희 슉슉팀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장애인 불편시설 정보를 수집하는 위치기반 게임을 기획했어요. 게임 개발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팀원들이 게임회사 근처에 있는 흡연부스를 돌아다녔죠.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인터뷰를 했던 게 기억나네요.”

안별 : “제가 참여한 두드림팀의 프로젝트는 독거노인의 마음을 돌보는 거였어요.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의 의견을 들어야 해서 비대면으로는 진행이 어려웠죠. 그래서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동네 놀이터와 공원을 돌아다닌 기억이 생생해요.”

✚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차민정 :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어요. 정책과 관련법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었죠.”

이진민 : “어떤 해결책을 구현하든 전문지식이 필요하더라고요. 수집한 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안별 : “자치단체와의 소통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정책의 결과물이 명확하지 않은 프로젝트여서 그런지 관심도가 높지 않았죠. 취지는 좋은데 실제로 시행하긴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캡스톤디자인’ 수업에 참여한 가톨릭대 학생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0개의 솔루션을 제안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캡스톤디자인’ 수업에 참여한 가톨릭대 학생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0개의 솔루션을 제안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자체와의 소통 문제는 다른 팀에서도 문제가 됐을 법한데요.
차민정 : “저희도 비슷했어요. 구청이나 시청에 문의를 해도 전담하는 부서가 명확하지 않아 의견을 듣는 게 쉽지 않았죠. 저희 부서 업무가 아니라고 답하거나 다른 부서에 문의하라는 답을 많이 들었어요.”


이진민 : “정책제안 과정에서 예산과 인력 문제가 무엇보다 빨리 언급됐어요.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더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정책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걸 감안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한편으론 씁쓸했어요.”

✚ 수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차민정 : “사실 이 수업을 듣기 전엔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회문제가 숱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를 해결하는 주체가 꼭 정부나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느꼈죠.”

안별 :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머리를 맞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이진민 : “저도 비슷해요. 관심이 없던 분야를 새롭게 알게 됐어요. 무심코 지나쳤던 사회문제가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죠.”

✚ 사실 청년들의 사회참여는 이런 수업이 아니어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사회에 관심을 갖는 청년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안별 : “많은 사람이 취업난과 실업률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청년의 사회활동을 쓸데없는 반항쯤으로 여기는 사회와 기성세대의 시각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얌전히 공부나 하고 취업이나 걱정하라는 것 같아요.”

이진민 : “저도 공감해요. 청년의 의견을 기성세대가 거부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젊은 것들이 뭘 아느냐는 식이죠. 청년의 의견이나 활동에 딴죽을 거는 기성세대가 여전히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이 청년을 더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차민정 : “청년들의 인식도 한몫해요. 사회활동을 한다고 하면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신기하게 바라봐요. 그럴 시간과 여유가 있느냐는 거죠. 내가 아니더라도 할 사람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친구도 적지 않아요. 인식의 문제인 거죠.”

✚ 세 분은 아니라고 말하긴 했지만 10%대를 유지하는 청년실업률이 청년의 사회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은 맞는 듯해요.
차민정 : “물론 영향이 있죠. 취업난보다는 경제적인 문제겠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돈을 버는 건 더 힘들기 때문이죠. 사회를 바꾸고 싶지만 돈도 벌고 싶다는 두가지 마음이 모두 있는 것 같아요.”


안별 : “먹고사는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취업이 어려운 문과생이면 더 그렇죠. 취업도 안 되는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건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 청년의 사회참여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요.
안별 : “청년의 목소리가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청년의 목소리를 잘 전달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예요.”

차민정 : “그래도 최근 정치에 참여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에요. 청년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면 기성세대는 물론 청년을 생각하는 정책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 수업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차민정 : “지금도 현장을 누비는 시간이 많지만 그 시간을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현장에 있었거든요. 이론 수업보다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으면 좋겠어요.”

안별 : “참여학생이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제 소속팀은 구성원이 두명이었는데 자료를 찾는 것부터 인터뷰, 보고서 작성 등을 모두 소화하는 게 힘들었어요. 적어도 4명은 있어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통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이진민 : “소통의 중요함을 깨쳤어요. 무슨 문제든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차민정 :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어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조금씩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안별 :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거창하고 큰 것만 사회문제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수업에 참여해 보니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모두 사회문제더라고요. 작은 것부터 바꾸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란 걸 알게 됐어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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