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지역 현안 꼬집는 아이디어
결국 모두가 함께할 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사회 문제와 마주한다. 하지만 그것을 꼬집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가톨릭대 LINC+사업단이 기획한 3개의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은 달랐다. 사회문제에 직접 뛰어들었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수익모델도 만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고, 예산이 부족해 대부분 아이디어 수준에 그쳤다. 반짝이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영글기 위해선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으려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으려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던 지난해 9월. 가톨릭대 학생들 58명이 20개의 흥미로운 솔루션을 제안했다. 가톨릭대 LINC+사업단이 기획한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 ‘소셜벤처 캡스톤디자인: 비즈니스모델링’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도시재생’ 3개의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강의실을 나와 사회 곳곳에 숨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들춰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20개의 아이디어는 모두 빛났고,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 클래스에 참여한 16명의 학생은 6개팀을 이뤄 부천 지역주민들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들어봤다. ‘꿈부기(권효정·기세빈·김민형 학생)팀’은 번화가에 널브러진 담배꽁초에 주목했다. 이들은 함부로 버린 담배꽁초가 돌고 돌아 다시 식탁에 돌아온다는 ‘꽁초 어게인’으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아 담배꽁초 상습투기 문제를 들여다봤다.

학생들은 세가지 형태의 담배꽁초 수거함을 직접 제작하고,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수거된 담배꽁초 개수를 일일이 세어봤다. 청년들은 프로젝트를 마친 후 “지자체가 담배꽁초 수거함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길 바란다”며 과제를 안겨줬다.

‘같이가치팀(하승민·김지윤 학생)’은 화두로 떠오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주제로 정해 아이스팩 재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부천시가 폐기 아이스팩을 수집해 전통시장이나 식품업체에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도 재활용하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색다른’ 아이스팩 재활용 방안을 찾아 나섰다. 


상인 인터뷰를 통해 재활용 아이스팩을 꺼리는 이유가 ‘청결 문제와 아이스팩에 그려진 상호’에 있다는 답을 얻은 같이가치팀은 ‘우리 또 만나요!’로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보랭재를 보온팩 ‘온달이’와 방향제 ‘향달이’로 다시 만들어보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시민들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소셜벤처 캡스톤디자인 : 비즈니스모델링’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은 총 24명. 3명씩 팀을 이룬 8개 팀이 사업 아이템을 직접 발굴하고, 수익모델을 만들어보는 시도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슉슉팀(조예신·이성재·이진민 학생)’의 아이디어는 돋보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가 나중에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성재 학생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시설들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나머지 학생들과 이 문제를 찬찬히 뜯어봤다.

그들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시설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포켓몬을 잡는 위치기반 AR(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에 착안한 게임이다. 게임명은 ‘동물농장(가제)’으로 정했다. 플레이어인 농장주가 농장 밖으로 이탈한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 여러 도로와 건물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곳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퀘스트(임무)를 수행하는 거다.

임무를 마치면 동물이 농장으로 돌아오고 게임은 끝난다. 게임으로 축적한 시설사진과 도로사진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정보로 활용된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앱 개발까진 이르지 못했다. 슉슉팀은 뜻이 맞는 개발인력을 찾기 위해 수많은 공모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셉템버팀(임태윤·이가록·임형준 학생)’은 전통시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민간형 노인 일자리에 관심을 가졌다. 청년들은 전통시장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배달서비스에 노인의 노동력을 투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부탁해YO 할매’ 프로젝트에 나섰다. 고객이 주문하면 시장에 상주 중인 상품선별사(장보기 도우미) 할머니가 장을 봐주고 배달기사 할아버지가 장바구니를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장보기에 일가견이 있는 할머니의 지혜와 동네 지리에 익숙한 할아버지의 경륜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셉템버팀은 ‘부탁해YO 할매’ 콘셉트를 모바일 배달앱으로 만들어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볼 계획으로 여러 방법을 연구 중이다.

18명의 학생이 6개 팀으로 뭉친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도시재생’ 수업에선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도시재생’을 탐구했다. 그중 ‘시소팀(구한희·정희재·조예신 학생)’은 부천시 성심 고가 하부로 향했다. 교통 편의를 위해 만든 성심 고가의 하부 공간은 오랜 시간 방치돼 어두컴컴한 골목을 더 음침하게 만들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이기도 해 개선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극성이었다. 구한희 학생은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모호해 주차하는 차들이 줄곧 인도를 침범하고 있었다”며 “바로 옆에 유치원도 있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주민도 많아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고 지적했다.


주차 문제는 신축 아파트의 지하층을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주변 노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기존 유휴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다. 시소팀은 아이부터 청년, 노인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주민들을 만났고, 이를 토대로 ▲액티비티(성심 VR 체육센터) ▲문화예술(성심 문화예술 공간·도서관) ▲공유 오피스(메이커 스페이스) ▲친환경 및 주민편의(자전거 보관함·휴식공간) 공간을 구성했다. 당장 그들의 아이디어가 성심 고가 하부를 실제로 바꿔놓진 못하겠지만, ‘버림받지 않는 모두를 위한 장소’가 됐으면 하는 그들의 아이디어는 변화의 첫걸음으로 충분했다.

‘안부인사팀(김민형·차민정·정보경 학생)’은 부천시가 경기도 내에서 흉악범죄가 꽤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치안유지방법을 고민했다. 사전조사를 위해 부천시 역곡2동 주민, 상인, 가톨릭대 학생들을 설문조사를 해보니 ‘해가 진 후 길이 어두워 안심하고 다니기 어렵다’ ‘보도블록이 깨져 있어 위험하다’ 등의 대답이 나왔다. 

안부인사팀은 “모두가 좀 더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할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했고, “지역주민이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주민 신고앱’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앱의 핵심은 지역민과 공무원의 활발한 소통이다. 지역주민 촬영한 사진으로 앱에 다양한 신고나 제안을 하면, 주민들이 인스타그램처럼 공감 혹은 비공감 버튼을 누르는 거다. 공무원은 공감 버튼이 많은 제안을 우선순위에 두고 처리하는 방식이다. 만약 공감 버튼이 많은데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곧바로 주민들의 피드백이 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강의실 밖으로 나온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다만 그것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 클래스를 담당했던 김승균 가톨릭대 교수(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는 “지난 2~3년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지자체와 지역주민을 연계가 가장 아쉬웠다”며 “그 부분은 대학과 지자체, 넓게는 주민 모두에게 남은 숙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학생들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안하는 단계까진 프로세스가 체계화된 것 같다. 앞으로의 과제는 후속작업을 어떻게 활성화하느냐다. 여기서 후속작업이란 학교와 지자체, 지역주민이 학생들의 솔루션을 현실화해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결국, 지역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하단 거다.”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장은 “아이디어를 과제나 의제 발굴 단계부터 숙성시켜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대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시각을 지역사회에 연계한 이번 클래스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발상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지역의 현안과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공공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전문가 풀을 구축해 워킹그룹을 운영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