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1939년 설립된 미국 박물관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획’을 그은 인물을 엄선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해왔다. 지금까지 헨리 포드(포드 창업자), 칼 벤츠(벤츠 창업자), 도요다 기이치로(도요타 창업자) 등이 헌액됐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가 나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미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사진은 앨라배마 공장을 점검하는 정 명예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명예회장이 미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사진은 앨라배마 공장을 점검하는 정 명예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국내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1939년 설립된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으로 자동차산업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엄선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역대 수상자로는 1967년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 1969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 1984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 1989년 혼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2018년 도요타 창립자 도요다 기이치로 등이 있다.


정 명예회장이 공로를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엔 ‘자동차 명예의 전당’으로부터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헌액에서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글로벌 업계의 리더다. 인수한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과 더불어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 명예회장의 수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 명예회장의 헌액식은 7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의 명예의 전당 기념관에서 열렸다. 헌액식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명예의 전당 헌액’ 기념패를 대리 수상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 명예회장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을 영광스러워했다”며 “이번 헌액은 현대차그룹의 성장과 함께한 전세계 직원·딜러와 현대차·기아차를 사랑해 준 고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정 명예회장의 소감을 대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정 명예회장의 업적과 철학, 인간적 면모도 솔직하게 내비쳤다. “아버지는 현대차그룹을 존재감이 없던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적 자동차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탁월한 품질과 성능을 향한 지치지 않는 그의 열정은 현대차그룹의 제품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토대가 됐다. 지금도 정 명예회장의 경험과 철학, 통찰은 현대차그룹이 더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글로벌 톱5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기아를 인수해 그룹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기아는 1996년 인수 첫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여기엔 정 명예회장의 과감한 승부수가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정 명예회장이다. 이를 통해 그는 자동차 부품·소재산업이 성장하는 길을 닦았다.


인류 진보를 위한 헌신

정 명예회장은 한국 자동차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도 공을 세웠다. 그는 최고의 품질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고 여겼다. 그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품질평가기관으로부터 호평을 받는 자동차그룹으로 우뚝 섰다. 설비를 투자할 때도 과감한 결단을 서슴지 않았다. 주변의 숱한 우려가 쏟아질 때도 정 명예회장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해외공장 건설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했다.

헌액식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왼쪽은 램지 허미즈 자동차 명예의 전당 의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헌액식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왼쪽은 램지 허미즈 자동차 명예의 전당 의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미국·유럽·중국·러시아·브라질·멕시코 등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에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세계를 발로 뛰며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정 명예회장의 ‘현장경영’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렇다고 정 명예회장이 자동차와 자동차 연계산업에만 집중했다는 건 아니다. 그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 국내 소재산업의 도약을 이끌어냈다.

일관제철소는 현대차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정 명예회장이 세계 최초로 만든 ‘자원순환형 사업구조’의 요소가 됐다. 이는 쇳물 주조(현대제철)→자동차용 냉연강판 제작(현대하이스코)→자동차 제작(현대차·기아)→폐차 처리(현대차)→고철 재활용(현대제철)으로 이어지는 자원순환체계를 일컫는다. 정 명예회장이 환경을 위한 기업의 책임과 지속 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셈이다.

과감하면서도 역동적인 경영 스타일 덕분인지, 정 명예회장은 ‘Mr. 불도저’라고도 불렸다.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기회를 포착하는 그의 성향을 빗댄 별칭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현대차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수소사업이 정 명예회장의 과감성에서 비롯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그의 도전 의지와 혜안이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큰 초석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 개척한 도전가

정 명예회장의 성향은 이번 헌액식에서도 잘 드러났다. 존 크래프칙 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CEO는 헌정 영상에서 “정 명예회장은 모든 직원이 최고 품질의 자동차 기업이란 목표를 향해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그는 모든 차량이 뛰어난 품질과 안전성을 갖추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이형근 현대차 정몽구재단 부이사장은 정 명예회장 집무실에 있는 커다란 세계지도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세계지도 곳곳엔 현대차와 기아를 나타내는 스티커들이 부착돼 있다. 정 명예회장은 회의 때마다 지도를 가리키며 질문들을 쏟아내곤 했다. 직접 전세계에 위치한 거점들을 자주 방문했고, 언제나 직원들을 따뜻하게 살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은 “정 명예회장은 미래를 보는 직관이 뛰어난 대담한 리더”라며 “품질을 향한 열정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현대차그룹을 존경받는 자동차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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