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코로나19 타격 그 이후

2019년 한일무역분쟁에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유니클로·무인양품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일본 브랜드마저 한국 소비자의 분노를 피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사태가 일어나면서 유니클로·무인양품의 실적은 2년째 부진을 겪었다. 그러자 두 업체는 정가의 50%까지 할인하는 등 파격적 ‘할인카드’를 빼들고 나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일본 브랜드의 달라진 행보를 취재했다. 

무인양품과 유니클로는 할인 등을 통해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무인양품과 유니클로는 할인 등을 통해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무지·MUJI)과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패스트리테일링)는 실용성, 깔끔한 디자인,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내세워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두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많았다. 

그러던 2019년 7월 한일무역분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두 업체도 불매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듬해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어떨까. 두 업체는 ‘할인카드’를 들고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무인양품은 최근 대대적인 제품 가격 조정에 나섰다. 패션잡화·생활잡화·식품을 비롯한 825개 제품의 가격을 낮췄다. 스니커즈 등 인기 제품의 가격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는 수요가 높은 생필품의 가격을 대거 조정했다. 가격 조정폭은 제품마다 다르지만, 베개·수건 등 일부 제품 가격은 30~50%까지 내려가 반값에 가까워졌다. 

사실 무인양품 특유의 매장 중심의 매출 구조도 가격을 대폭 조정한 요인으로 보인다. 무인양품은 경쟁사에 비해 매장이 턱없이 적은(39개)데도 매출의 약 90%가 오프라인에서 나온다.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한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선보인 셈이다.

무엇보다 이번 가격 조정은 기간 한정 세일이 아닌, 무인양품 본사 차원에서 정가를 낮췄다는 게 특징이다. 무인양품 측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줄여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며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인 만큼 품질은 유지했다”고 밝혔다. 

무인양품은 생필품 825개의 정가를 낮췄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무인양품은 생필품 825개의 정가를 낮췄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유니클로도 연중 세일에 가까운 ‘할인카드’를 빼들었다. 유니클로는 매해 5월과 11월 ‘유니클로 감사제’라는 이름의 정기 세일을 실시한다. 연중 가장 큰 행사인 만큼 할인폭이 커 이때를 노리는 소비자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세일을 기다릴 필요 없이, 기능성 티셔츠·플리스 짚업 등 대표제품뿐만 아니라 파자마·일상복을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세일 제품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무인양품과 유니클로가 가격 경쟁까지 나선 배경엔 부진한 실적이 깔려있다. 2019년 7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 이후 두 업체가 입은 손실은 적지 않다. 2018년까지 순조롭게 증가하던 무인양품 실적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2019년 매출은 1242억원으로 전년(1378억원) 대비 9.8% 줄었고, 영업이익은 -71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상반기 영업손실만 117억원으로 늘며 적자폭이 커졌다.[※참고: 무인양품의 회계연도 기준 변경으로 2020년 실적은 8월까지만 집계됐다.]

불매에 코로나로 적자 행진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매운동 이전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이하 회계연도 9월 초~8월 말) 1조3732억원, 2019년 1조3781억원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모두 반영된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의 매출은 6297억원을 기록해 ‘반토막’이 났다. 2000억원대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뚝 떨어지면서 적자 전환했다. 

다만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은 ‘실적이 나빠서 할인 전략을 꺼내든 건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생산과정의 간소화·소재 선택·포장 간략화라는 3가지 원칙에 따라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고객 감사 차원에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측도 “가격이나 할인 프로모션은 내부 기준에 따라 정한다”며 “코로나 사태와 상관없이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속내가 뭐든 이들의 할인카드는 통했다. 무인양품의 2021년 1~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며 회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집콕’ 시간이 길어지며 청소용품과 조리기구의 수요도 높아졌다. 밀폐용기와 조리용 스푼의 판매액이 1년 새 각각 4배, 2.5배로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니클로도 2020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7월 실적 발표(2020년 9월~2021년 5월 기준)를 통해 한국 시장이 3분기(3~5월)에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 시장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아 실적이 악화했지만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며 “재고 관리, 수익성 낮은 매장 정리, 광고비 재검토를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참고: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이후 지금까지 명동중앙점 등 50개 이상(2019년 186개→2021년 135개)의 국내 점포를 줄였다.] 아울러 패스트리테일링은 “2021 회계연도에서 한국 매출은 약간 줄겠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 성공한 유니클로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열기는 다소 사그라들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 매장을 찾는 소비자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의 흑자전환 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표하는 소비자가 있을 만큼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대체재로 꼽혀 수혜를 입었던 국내 브랜드(자주·모던하우스·스파오·탑텐)도 몸집을 키우는 상황이다. 무인양품과 유니클로는 국내서 다시 위상을 찾을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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