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3년
매출 반토낙 났지만 제자리는 지켰다
토종 브랜드 스파오, 반사이익 누렸나

2019년 7월 한일 관계는 격변했다. 문재인 정부의 과거사 문제 처리에 불만을 품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향해 수출통제조치를 취하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확산했다. 불똥은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유니클로에 튀었다. 그로부터 3년여, 유니클로 매출액은 반토막이 났고, 국내 SPA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지금 상황은 어떨까. 결과는 뜻밖이다.

불매운동 역풍을 맞앗던 유니클로가 최근 경영 효율화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불매운동 역풍을 맞앗던 유니클로가 최근 경영 효율화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유니클로가 방 뺀 자리에 스파오가 들어섰다.” 지난 2월 1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가 9년간 영업해온 자리에 토종 SPA 브랜드 ‘스파오(이랜드월드)’가 입점했기 때문이었다. 스파오의 올해 첫 신규 점포인 데다, 925.6㎡(약 280평) 규모의 큰 매장이기도 했다. 유니클로 자리를 꿰찬 스파오는 올해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다음과 같은 분석도 나왔다. “2019년 이후 계속돼온 불매운동 탓에 유니클로의 매출이 가파르게 줄었고, 결국 스파오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분석대로 유니클로는 스파오에 자리를 내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니클로의 매출액이 불매운동 이전 대비 반토막 난 건 사실이지만, 스파오에 밀려난 건 아니다. 최근 들어 강도 높게 추진한 경영 효율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유니클로의 실적 성적표는 어떨까. 불매운동 이전인 2018년 1조3731억원에 달하던 유니클로의 매출액은 지난해 5824억원으로 57.5% 감소했다. 하지만 매출액과 함께 고꾸라졌던 영업이익은 반등에 성공했다. 2020년 883억원 적자를 기록한 유니클로는 지난해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불과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강력하게 밀어붙인 점포 구조조정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상징성’은 있지만 임대료는 비싼 점포들을 과감하게 폐점했다. 국내 1호점인 롯데마트 잠실점부터 강남점·명동중앙점 등의 문을 닫았다. 비효율 점포들도 잇따라 폐점했다. 그 결과, 유니클로의 점포는 2019년 190개에서 지난해 134개로 50개 이상 줄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운영 중인 점포의 규모를 줄이는 전략도 동시에 추진했다. 유니클로 신도림점·여의도 IFC몰점의 경우 기존 2개층에서 1개 층으로 축소했다.

이런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니클로가 지불한 임차료는 453억원으로 전년(512억원) 대비 11.5% 줄었다. 점포가 감소한 만큼 인건비도 줄었다(2020년 1340억원→2021년 959억원). 광고판촉비도 같은 기간 34.5%(243억원→159억원) 줄어들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판관비를 줄이고 재고관리를 효율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내실 경영을 이뤄낸 셈이다. 힘 빠진 유니클로라곤 하지만 스파오가 갈 길은 아직 멀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포인트❶ 매출 격차 = 스파오와 유니클로의 매출 격차는 여전히 적지 않다. 반토막 난 유니클로의 매출이 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스파오의 매출액은 2017년 이후 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어서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10~20대 고객층을 잡은 스파오는 직장인·키즈·애슬레저 등을 출시하며 타깃층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그 성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기엔 부족했던 셈이다.

토종 SPA 브랜드 스파오가 유니클로가 폐점한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했다.[사진=스파오 제공]
토종 SPA 브랜드 스파오가 유니클로가 폐점한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했다.[사진=스파오 제공]

아울러 ‘토종 SPA 브랜드’로서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기대했지만 그 효과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스파오 관계자는 “올해엔 에코 데님·레더 등 ‘지속가능한 패션’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올해 1~2월 매출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2022년엔 매출 목표 5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인트❷ 점포 효율성 = 점포당 매출액도 유니클로가 앞서고 있다. 가령, 유니클로는 지난해 134개 점포에서 5824억원을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스파오는 110개 점포에서 32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점포 크기나 상권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점포당 매출액을 단순 계산했을 때 유니클로가 앞서 있는 게 사실이다. 유니클로의 점포당 매출액은 43억원, 스파오의 점포당 매출액은 29억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가 스파오보다 ‘알짜경영’을 실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포인트❸ 콜라보 경쟁력 = 이뿐만이 아니다. 스파오가 콜라보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유니클로의 ‘콜라보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여러 글로벌 브랜드와 콜라보 제품을 출시해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지난해 10월엔 일본의 고가 의류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어링’과 협업해 선보인 점퍼 등이 출시 직후 온라인 사이트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11월엔 독일 유명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한 ‘유니클로 질 샌더 컬렉션’의 마지막 시리즈 제품을 선보였는데, 일부 유니클로 매장에선 ‘오픈런’이 펼쳐졌다.

유니클로는 올해에도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엔 신진 명품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출시한 봄 코트, 가방 등이 출시 당일 품절됐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유니클로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각종 콜라보, 가격, 디자인 면에서 앞서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 경쟁력이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와중에도 소비자들을 파고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파오와 유니클로의 경쟁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스파오가 글로벌 브랜드인 유니클로에 앞서기 위해선 주요 타깃층인 ‘MZ세대’의 니즈를 선점해야 한다”면서 “SPA 브랜드의 틀에서 벗어나 환경을 생각하는 ESG경영 등을 도입하고, MZ세대의 가치관을 함께 따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또 “유니클로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경영 효율화를 이뤄냈다”면서 “이를 발판으로 유니클로 역시 불매운동이 약화하고 소비심리가 회복될 때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스파오와 유니클로의 경쟁은 어쩌면 지금부터란 말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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