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조의 노후준비 ‘우습게 생각하기’❻ 금융사 IRP 경쟁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금융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한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 퇴직연금은 어떤 형태로 가입돼 있는지, 수익률은 어떤지, 또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게 유리한지 등을 공부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거다. 이런 면에서 똑똑한 개미가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똑똑한 투자자가 늘면서 퇴직연금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똑똑한 투자자가 늘면서 퇴직연금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금융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융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시장이다. IRP 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IRP 적립금 규모는 40조96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적립금 규모가 29조4704억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1년 사이에 39%(11조4951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IRP 적립금 규모가 크게 증가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주식투자 열풍에 있다고 생각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촉발한 주식투자 열풍은 투자 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투자의 일반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5002만6237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활동계좌 수가 3267만7288개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1734만8949개 늘었다.

단순 계산으로 국민 1인당 1개의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투자열풍이 거세다는 건데, 이는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63조92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월 28조7189억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증시 투자 대기자금)은 연말 65조5227억원으로 2.3배가 됐다.

그렇다고 양만 증가한 것은 아니다. 질적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요즘 개인투자자는 과거와 달리 똑똑해졌다. ‘묻지마 투자’로 불렸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수의 우량주에만 목을 매던 과거와는 다르다. 다양한 종목에 투자하고 관련 정보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있다.

각종 ETF(상장지수펀드)는 물론 파생상품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필자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2030세대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찌라시’와 ‘카더라’가 아닌 분석을 통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공부하는 똑똑한 개미가 투자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똑똑한 개미는 퇴직연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적배당형인 IRP와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으로 퇴직연금이 몰린다는 게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는 개미의 관심이 IRP 시장의 성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거다.

원금이 보장되는 확정급여형(DB·Defin ed Benefit) 중심이었던 이전과는 퇴직연금 시장과는 명확한 차이점이다. [※참고: DB형은 퇴직금이 확정돼 있는 것이다. DC형은 기업이 부담금을 노동자의 퇴직연금 계정에 주기적(매월 또는 분기)으로 내고 그 납입금을 노동자의 의사에 따라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투자 열풍

퇴직연금을 향한 관심은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증권사의 IRP 적립금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과 IRP 적립금은 가파르게 늘어났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6967억원이었던 적립금 규모가 올 상반기 1조9723억원으로 18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 시중은행의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적립금 증가율이 25~37%였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똑똑한 개미들이 투자가 제한적인 은행이나 보험사보다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참고: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선 ETF 투자가 가능하지만 은행과 보험사는 ETF 거래가 불가능하다. 다만, 증권사에서도 해외에 직접 상장한 ETF나 레버리지·인버스 등의 ETF 투자는 제도상 불가능하다. 금선물·원유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의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ETF 역시 퇴직연금으로는 투자할 수 없다.]

이를테면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건데, 퇴직연금을 둘러싼 금융업계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증권사는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보험사는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경쟁에 나설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이 10조원이 넘는다는 것도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변화를 퇴직연금 가입자인 금융소비자가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일부 계층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가 자신의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IRP에 가입한 노동자라면 금융회사 이전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DB형과 DC형은 퇴직연금 운영 금융사를 옮기는 게 어렵지만 IRP 가입자는 지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사로의 이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IRP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사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무턱대고 금융사를 옮기는 건 삼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신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투자 상품이 적합한지 등을 가입자가 스스로 챙겨야 한다.

금융사 경쟁 이용하려면…

한가지 더 팁을 주자면 IRP는 투자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2030세대에겐 활용도가 더 높다. IRP는 연말정산 시 납입액의 700만원까지 16.5%(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700만원을 IRP 계좌에 적립했다면 최대 115만5000원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말정산에서 공제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1인가구가 많은 2030세대에겐 적지 않은 혜택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똑똑한 투자자가 많아져야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소비자인 노동자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의 변화를 가입자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을 향한 노동자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필자가 똑똑한 개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반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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