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새 주인 찾았지만 아직은…
쌍용차 매각 변수 여전히 숱해
각 산업 고려한 산은의 역할이 중요

한 회사는 매각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찜찜한 구석이 있다. 한 회사는 매각 대금을 사이에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모두 산은이 매각하는 회사들로, 대우건설ㆍ쌍용차 이야기다. 이들 두 회사는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의 진정성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의 진정성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은 매각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후유증이 우려되고, 쌍용차의 매각 작업은 안갯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우건설 변수 : 불확실성 = 먼저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대우건설 상황부터 보자. 12월 9일 중흥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간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약속’했던 것을 지킬지 알 수 없어서다.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미래의 일이어서 불확실성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 중흥은 어떤 약속을 했을까. 시계추를 11월 19일로 돌려보자. 당시 중흥그룹은 KDB인베스트먼트ㆍ대우건설 노조와의 회담에서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우려를 불식하는 발언을 내놨다.

첫째는 인수자금이었다. “중흥그룹 유보금과 중흥의 신용을 활용한 차입금으로 인수자금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대우건설의 자산과 부채,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무리하게 자금을 융통하거나 대우건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거다. 

둘째, 독립경영 약속이다. 중흥건설 측은 “인위적인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계약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처우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우리가 인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직한 직원들이 1~2년 내에 후회하도록 만들고 싶다.”

대우건설이 중흥그룹 품에 안겼지만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사진=뉴시스]
대우건설이 중흥그룹 품에 안겼지만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사진=뉴시스]

마지막은 수익이다. “대우건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대우건설을 위해 사용할 거다. 중흥그룹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데 대우건설 자산을 욕심낼 이유가 없다.” 대우건설의 자산을 매각하거나 오너 일가의 배당금을 통해 욕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선을 그은 거다.

중흥그룹의 설명대로라면 대우건설은 ‘새 주인’을 제대로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약속은 약속일 뿐이란 점이다. 실제로 M&A에 성공한 뒤 인수기업이 말을 바꾼 사례는 숱하다. 

대우건설도 아픈 기억이 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독립경영’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우건설 노조 내부에서 “중흥 측이 진정성 있게 약속을 지킬지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도는 것도 그래서다.


대우건설 내부 관계자는 “중흥그룹은 당초 ‘여유자금으로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인수가 현실화하면서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차입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약속은 약속일 뿐, 언제든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변수 : 진정성 = 쌍용자동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은이 에디슨모터스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지 3개월이나 흘렀지만 매각 과정은 지지부진하다. 에디슨모터스에 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에디슨모터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97억원, 27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유동자산은 524억원(현금성자산 248억원)이다. 모회사인 에너지솔루션의 유동자산 762억원(현금성자산 268억원)을 합해도 쌍용차 인수자금(입찰가 3100억원)을 맞추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에디슨모터스가 사모펀드 KCGI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은 이유다.

결국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거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1~2차 유상증자를 통해 8000억원을 마련하고,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를 담보로 7000억~8000억원을 대출을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대금을 대겠다는 건 무자본 M&A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지난 11월 30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발전 전략 구상을 제3의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받아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산은이 에디슨모터스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산은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3기관 검증’이란 출구를 열어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산은으로부터 담보대출을 사실상 거절 당하자 에디슨모터스는 매각주간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가격 할인을 요구했다. 쌍용차 정밀심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나왔다는 이유에서인데, 할인 요청 액수는 조정 가능한 최대 금액인 155억원(입찰가의 5%)이다. 

EY한영회계법인은 “50억원 이상 할인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당초 인수대금(3100억원)보다 51억원 깎은 금액을 제시해 에디슨모터스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사진=뉴시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에디슨모터스는 12월 내에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열렸지만 우려는 남아있다. 산은의 지원이 불투명해서다. M&A 전문가인 송호연 ESOP 피에이지앤컨설팅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산은은 에디슨모터스의 회생계획안이 불투명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3년 전 한국GM에도 지원을 하지 말아야 했다. 산은은 돈이나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그런 목적의 은행이 아니다. 산업을 고려해야 하는 국책은행이다. 쌍용차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면 에디슨모터스에 돈이 있느냐가 아니라 진정성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돈 100억원이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이나 능력을 검증할 수 없다면 매각 절차를 끝내야 한다. 반대로 진정성이나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면 쌍용차가 정상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산은은 그럴 마음이 없는 듯하다. 그러니 엇박자가 나는 게 아니겠나.” 

대우건설도, 쌍용차도 아직 ‘제 궤도’를 찾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그나마 괜찮지만 완전하진 않다. 산은 책임론이 불거지지만, 산은 역시 별다른 방법이 없는 듯하다. 이 회사들 괜찮은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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