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이프랜드 흥할까

네이버 ‘제페토’가 장악한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이프랜드(ifland)’인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프랜드가 제페토에 견주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당신이라면(If You) 지금 제페토 대신 이프랜드에서 살겠는가.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론칭했다. 사진은 이프랜드 내에서 열린 온라인 강연에 참석한 모습.[사진=더스쿠프 포토]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론칭했다. 사진은 이프랜드 내에서 열린 온라인 강연에 참석한 모습.[사진=더스쿠프 포토]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활동하는 ‘메타버스’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1년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가 1485억 달러(173조299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4년 뒤인 2025년엔 4764억 달러(555조7682억원)로 3.2배 더 커질 것이라고 하니, 메타버스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해볼 수 있죠.

현재 국내 메타버스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플랫폼은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입니다. 해외에서도 선전한 덕분인지 제페토의 이용자 수는 2억명(2분기 기준)에 달합니다. 올해 삼성전자·구찌·디올 등 굵직한 기업의 광고가 늘면서 제페토의 월평균 매출도 전년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제페토의 성공을 의식했는지 메타버스 플랫폼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SK텔레콤인데,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습니다. 8월 19일엔 국내 기업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기자간담회도 열었죠.

이프랜드가 내세운 장점은 ‘소통’입니다. 간담회에 아바타로 등장한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대표는 “SK텔레콤이 잘할 수 있는 소통에 집중했다”면서 “소셜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이프랜드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메타버스 월드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죠.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밑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100여개 기업·대학교·지자체 등과 제휴하고 있는데, 이들 단체는 가상회의를 진행하기 위한 공간으로 이프랜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 채용설명회(사람인),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의 만남(우리은행), 심야 상영회(부천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이프랜드에서 열렸습니다. 방송사와 협력한 예능 프로그램, 기업 신제품 발표회 등 이용자들이 즐길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게 SK텔레콤의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승승장구하는 제페토를 따라잡을 만한 저력이 이프랜드엔 있을까요? 일단 SK텔레콤이 앞서 언급한 ‘소통’에선 제페토보다 나은 점이 있습니다. 제페토는 한 공간에 최대 16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지만 이프랜드는 최대 13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대형 콘퍼런스나 콘서트 등의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이프랜드가 강점으로 충분히 내세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속도’ 면에서도 제페토보다 낫습니다. 간단한 제목과 이프랜드가 제공하는 테마만 선택하면 빠르게 방을 만들 수 있고, 이용자들이 바로 참여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업계에선 “아직 제페토와 어깨를 견주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습니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츠인 제작 시스템에서 두 플랫폼의 역량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제페토는 이용자들이 소품과 의상을 만들 수 있는 ‘제페토 스튜디오’와 공간을 자유자재로 꾸밀 수 있는 ‘제페토 빌드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장감이 느껴지는 체험공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한강의 전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꾸민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아바타로 남산타워를 관람하거나 공원에서 라면을 먹고, 수상택시를 탈 수도 있죠.

아울러 제페토 이용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산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실제로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들이 만든 아이템만 200만개(6월 기준)에 달합니다. 현금화가 가능한 자체 화폐로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다는 점도 제페토의 강점입니다. 아이템 제작으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해 이용자들의 제작 욕구를 자극하고, 이것이 제페토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제작 기능은 가장 먼저 도입돼야 할 기능”이라면서 “자신을 꾸미고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MZ세대가 메타버스의 주요 이용자층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작 시스템 차이 뚜렷해

하지만 이프랜드엔 이런 기능들이 전무합니다. 이용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만 단순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죠. 16가지 공간 테마를 고를 순 있지만, 제페토의 강력한 제작 시스템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 수준입니다. 제작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가 이프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결정할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제작 외에 즐길거리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제페토엔 게임·콘서트 등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즐비한 반면 이프랜드는 공간 제공 외에 이렇다 할 만한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프랜드가 “SNS나 메신저를 아바타 형식으로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론칭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프랜드를 업계 1위인 제페토와 비교하는 건 시기상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플랫폼 경쟁에선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뛰어넘으려면 선발주자가 갖지 못한 ‘비장의 수’가 필요한데, 아직 이프랜드엔 그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SK텔레콤은 네이버를 넘어설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